《그알》, ‘피프티 편’으로 날개 꺾였다…‘편파 논란’ 번지며 폐지론까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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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시청자 민원 400건 이상…커뮤니티엔 ‘광고주 압박’ 거론도
과거에도 편파 방송 논란 제기…나흘 째 공식 입장 표명 없어
지난 1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방송 예고편 이미지
지난 1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방송 예고편 이미지

그룹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의 전속계약 분쟁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방송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1992년부터 방송된 《그알》은 날카로운 취재를 통해 굵직한 사건 사고를 다루며 31년 간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어왔다. 그러나 신빙성이 떨어지는 인터뷰와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이번 방송으로 인해 시청자들과의 사이에 형성한 신뢰와 프로그램의 객관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알》은 지난 19일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 방송을 통해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다뤘다. 그러나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을 다루면서 피프티 피프티 측의 의견을 위주로 반영하고, 진행자가 멤버들이 직접 쓴 편지를 읽어주는 등 동정 여론을 만들어 ‘편파 방송’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사건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멤버들의 상표권 출원에 관련된 부분과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의 학력 위조 의혹 등을 누락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3000건이 넘는 항의 글이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팩트와 핵심 쟁점 취재에 집중했어야 한다”며 정정 방송을 요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공정성 위반으로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이 400건 넘게 이어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그알》 시청자 커뮤니티에 프로그램 광고주를 압박하자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여론은 프로그램 폐지론까지 띄웠다. 《그알》 커뮤니티에는 “사건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견해는 없어진지 오래”, “《그알》은 애청자에게 뼈저린 실망을 줬다” 등 시청자들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그동안의 사건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방송한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까지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방송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고국진 KBS 예능국 PD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방송의 의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남겼고, 연예계 단체도 《그알》에 공식적인 사과와 정정 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지난 22일 “(《그알》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상실했으며, 현재 분쟁 중인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보도해 국민의 공분 여론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또 방송 중 음원 유통사가 연습생 양성이나 음원 녹음을 위한 거액의 비용을 소속사에 선급금으로 지급하고 가수가 성공하면 회수하는 관행에 대해 비판하면서 도박판 장면을 넣은 데 대해 “기획사의 자금 조달 및 수익 분배 과정을 도박판으로 재연해 선량한 제작자들의 기업 활동을 폄하하고 그 종사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 재판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남구 어트랙트 앞 ⓒ연합뉴스
그룹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 재판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남구 어트랙트 앞 ⓒ연합뉴스

비판이 프로그램을 다룬 방송사인 SBS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한 아이돌 트레이너 출신 유튜버는 과거 SBS가 아이돌 그룹의 템퍼링(멤버 빼가기)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SBS가 아이돌 그룹 오메가엑스의 전 소속사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이들이 새 소속사로 이적하는 것에 참여했다는 주장이다. 오메가엑스의 현 소속사 아이피큐와 당시 해당 내용을 보도한 SBS 측은 해당 내용을 전면 부인하면서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바로잡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알》은 이전에도 고(故) 손정민씨의 죽음 의혹을 다룬 ‘의혹과 기억과 소문-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 방송으로 한 차례 편파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그알》은 제작진이 입수한 영상과 전문가 분석 등을 통해 손씨의 사고가 타살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뒀는데, 손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를 대변한 방송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해당 방송이 나간 이후 자막 오류와 방송의 편파성 등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유가족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지적된 바 있다. 이후 《그알》 측은 내용 중 일부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자막을 바로잡아 수정한 뒤 콘텐츠 다시보기에 업로드했다. 이번 논란 속에서 《그알》은 피프티 피프티 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나흘 째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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