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칼부림’ 조선 측 “살해 의도 없었다…또래 남성에 열등감·분노 품지 않아”
  • 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mka927@naver.com)
  • 승인 2023.08.23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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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변호인 “누군가 미행한다는 피해망상 겪어”
검찰, 피해자 및 유족들 증인 신청 계획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림역 칼부림으로 4명의 사상자를 내 재판에 넘겨진 조선(33)이 첫 재판에서 기존에 알려진 범행 동기에 대해 부인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는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및 모욕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선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조선 측 변호인은 “공소장에 기재된 것처럼 피고인이 또래 남성들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를 품어온 사실은 없다”며 “열등감 등을 이유로 또래 남성들을 무차별로 살상하기로 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구체적 범행 동기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누군가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피해망상을 겪었다”며 “그들을 닮은 듯한 남성들을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살인행위는 인정하지만 피해자들을 살해하려는 의사는 없었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다만 “범행 경위를 떠나 피해를 끼친 점은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조선 측은 범행 당일 신림역 인근으로 가는 도중 저지른 흉기 절도 및 택시 무임승차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조선은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감싸거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직접 밝힐 의견이 있는지 물었지만 조선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양형증인 등 각종 양형자료 제출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달 13일 조선의 2차 공판기일을 열고 증거의견 정리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조선은 지난달 21일 오후 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선은 범행 당일 서울 금천구 소재의 한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고(절도), 범행 장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택시를 무임승차한 혐의(사기)도 받는다.

검찰은 조선이 가족관계 붕괴 및 잇따른 실패로 사회생활에 부적응 하던 과정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로 고소당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은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에 작성한 글로 인해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는데, 범행 나흘 전인 지난달 17일부터 경찰 출석요구를 받자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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