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은행장 찍고 회장’ 코스 따를까…막판 변수, 내부통제 실패? [포스트 윤종규 ②]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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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후보 4인 중 유일한 은행장 경력…첫 3연임 기록
외형·실속 두 마리 토끼 잡으며 리딩뱅크 탈환 성공
레이스 막판 터진 KB국민은행 사고…재임 기간과 겹쳐

‘리딩금융그룹’ KB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선임 레이스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현재 후보는 양종희·허인·이동철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KB금융 총괄부문장) 등 내부 인사 4명과 외부 인사 2명 등 6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내부 인사 4인은 KB금융 경영승계 시스템인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자질과 역량을 검증받아 왔다. 하지만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견제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무게감과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후보자들의 면면을 조명하며 국내 금융그룹을 대표하는 KB금융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2019년 7월24일 당시 허인 국민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자영업자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 ‘케이비 브릿지(KB Bridge)’ 시연 및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7월24일 당시 허인 국민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자영업자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 ‘케이비 브릿지(KB Bridge)’ 시연 및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오는 29일 1차 후보군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를 진행하고, 3명의 2차 쇼트리스트를 확정할 예정이다. 회장 후보군 최종 발표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비공개된 2명의 외부 후보를 제외하면 내부 인사 4인 가운데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을 가장 유력한 대상자로 점치는 분위기다. 4인 중 유일하게 은행장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허 부회장은 2017년 국민은행장 취임 후 사상 첫 3연임을 하며 4년간 은행을 이끈 바 있다.

은행장을 거쳐 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는 코스는 금융권에선 흔한 일이다. 오는 11월 퇴임을 앞둔 윤종규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은행장을 역임하고 회장에 올랐다. 지난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신한은행장을 지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4년 가까이 KEB하나은행을 이끌었다.

최근 많은 금융지주에서 비은행 이익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순이익의 상당 부분은 은행에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받는 KB금융도 올 상반기 전체 순이익의 55%가 은행 계열에 나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업무와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고, 은행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은행장 출신 회장을 금융지주가 선호한다는 편”이라고 말했다. 내부 인사 후보 4인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장 경력이 있는 허 부회장이 회장 레이스에서 한 걸음 앞서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19년 7월24일 당시 허인 국민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자영업자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 ‘케이비 브릿지(KB Bridge)’ 시연 및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7월24일 당시 허인 국민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자영업자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 ‘케이비 브릿지(KB Bridge)’ 시연 및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관 영업 확대하고 디지털 전환 도입…신한 제치고 리딩뱅크로

은행장 시절 허 부회장의 성과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허 부회장이 2017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국민은행을 이끄는 동안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2017년 329조7659억원에서 2021년 483조5649억원으로 154조원가량 급증했다.

순이익도 2018년 2조2592억원, 2019년 2조439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조2982억원으로 줄었지만 2021년엔 2조5901억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이는 당시 기준 국민은행의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국민은행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데는 허 부회장 특유의 영업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는 은행장 재임 시절 개인영업에 영향력을 갖고 있던 국민은행의 영업지도를 기관영업까지 넓히며 실적 향상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이다.

허 부회장이 도입한 디지털전환(DT)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은행장 시절 차세대 전산시스템인 ‘The K 프로젝트(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미래 금융 플랫폼 구축)’를 성공적으로 도입했고, ‘통합 IT 센터’도 준공하며 최신 IT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허 부회장의 이같은 실적을 앞세워 2019년과 2020년 은행권 순이익 1위를 달성해 2년 연속 리딩뱅크의 자리를 수성했다. 이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윤종규 회장의 3연임 당시 숏리스트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허 부회장의 학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허 부회장은 경남 진주 출생으로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 법학과 80학번이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대통령의 1년 후배다.

 

행장 재임 기간과 겹친 127억 규모의 사익 편취 사고

하지만 금융권에선 허 부회장이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 막판 악재를 맞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일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 증권대행사업부 직원들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 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 당국은 이들 직원들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면서 사전에 알게 된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 등을 주식 거래에 활용해 66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가족·지인 등까지 합할 경우에는 부당이익 규모는 127억원에 달한다.

23일에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특사경은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 취득 경로와 누설 방식 등을 파악하기 위한 각종 서류,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KB국민은행의 사고가 벌어진 기간이 허 부회장의 은행장 재임 기간과 일부 겹친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점에서 내부 통제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허 부회장이 은행장 시절 KB국민은행은 금융권을 강타했던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의 영향권에 들지 않으며 고객들의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미공개정보 사익 편취 사고로 인해 그의 내부 통제 능력에 흠집이 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회장 선임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이번 사고가 드러나자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회장 선출에 간접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KB금융지주 현 회장의 용퇴 시점, 숏리스트에 포함된 회장 후보군 중 미공개 외부인사 등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며 “일탈 및 비리의 공론화는 가능한 빠른 시점일 뿐이고, 시기나 방법 등을 원칙적 처리를 공유하지 이로 인한 사회적 정무적 파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금융당국이 발표한 내용은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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