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이재명 체제로 총선? 생각 달라…이대로 가면 필패”
  • 이원석·변문우 기자·이해람 인턴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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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 방탄하면 민주당은 총선 못 치를 것”
“李 ‘옥중 공천’ 거론은 민주당 망하게 하겠다는 것…대안 없다는 건 사기극”

비명(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시사저널과 만나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 민주당이 혁신하면 압승할 것이고, 그냥 이대로 가면 필패(必敗)의 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혁신위원회 조기 종료 이후 당내에서 이재명 지도부 총사퇴론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불신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면서 “민주당이 내로남불, 방탄, 팬덤정당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재창당 수준의 근본적 혁신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이 대표 구속영장 재청구 전망에 대해 “또 방탄을 하면 민주당이 총선을 못 치를 거라고 본다”고 확언했다. 이 대표가 ‘옥중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민주당을 망하게 만들겠다는 얘기”라며 “그런 발상 자체가 당을 사당화하는 발상이며, 있을 수 없는 생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현재 이재명 지도부 총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는데.

“이 대표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은 혁신은커녕 퇴행만 했다. 민주당을 향한 새로운 불신들도 가중됐다. 방탄·내로남불 지적은 더 심해졌다. 국민들은 돈봉투 의혹과 코인 논란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민주당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특히 민주당은 현재 팬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런 정당에 누가 표를 주겠나.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이재명 체제에서 더 심해졌다. 지도부는 반성하고 새롭게 바뀌어야 했다. 때문에 혁신위로 바로잡을 시간을 준건데, 이 혁신위마저 정치적 목적으로 정직하지 못하게 이용했다. 그래서 의원들의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에 이른 것이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 지지율도 답보 상태인데.

“한국 정치의 미스터리다. 윤석열 정권은 임기 초부터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았다. 이렇게 지지율이 낮은 정권이 있었나. 국민들도 윤 정부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더 의문인 건, 그런 윤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지지율이 더 낮은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을 심각하게 보지만 야당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해서 국민들의 힘을 받고 정권을 견제하려면 근본적 평가와 반성이 필요하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민주당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나.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 독재, 후쿠시마 오염수, 이태원 참사 등 민생 의제와 관련해 열심히 투쟁해 왔다. 하지만 국민들은 투쟁 대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당의 도덕성 논란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만 기억한다.

목소리 큰 강성지지자들이 수박이니 뭐니 독재정권에서 빨갱이 사냥하는 것처럼 공격을 가하지 않나. 어떤 민생 얘기를 한들 당 내부에서 이런 정치적 사냥이 이뤄지는 정당에 대해 국민들이 무슨 신뢰를 하겠나. 민주당이 변화하지 않는 한, 당과 이 대표의 목소리는 국민들에게 전달되기 어렵다. 민생을 위한 투쟁을 열심히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핵심은 신뢰 회복에 있다. 이 신뢰 회복이 왜 안 될까. 내로남불, 방탄, 팬덤 때문이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검찰이 회기 중 구속영장을 청구해 표결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다른 선택을 할 이유가 있을까. 또 방탄을 하면 민주당이 총선을 못 치를 거라고 본다. 이는 윤 정부를 도와주는 것이고, 윤 정부의 실정을 덮어주는 길이다.”

친명(親이재명)계에선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는데.

“소수의 주장에 불과하지만,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당의 신뢰를 깎는 해당 발언이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보겠나. 한 입으로 두말한다고 할 것이다. 이러면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나. 물론 개인들이 민심의 물결을 거슬러 가겠다고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 전체나 지도부, 다수가 조직적으로 반대하면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버림받을 것이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만약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와 지도부에게 기회가 생길까.

“영장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단순히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것일 뿐이다. 사법은 사법이고 정치는 민심이다. 민주당에게 중요한 핵심은 민심이다. 사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민심을 어떻게 회복할 것이냐’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만일 구속되면 이 대표가 ‘옥중 공천’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을 망하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역사에 그런 정당은 없었다. 공천은 정당이 국민에게 인재를 추천하는 행위지 대표가 임명하는 것이 아니다. 사법 문제가 있는 사람이 공천을 하면 국민들이 표를 던지겠나. 그런 발상 자체가 당을 사당화하는 발상이며, 있을 수 없는 생각이다. 골목대장을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 의원 중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정당은 자기 조직의 대장이 아닌,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한다.”

지도부와 당내 일각에선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민주당이 혁신하면 압승할 것이고 그냥 이대로 가면 필패의 길이다. 압승할 수 있는 길을 놔두고 왜 지는 길을 가나. 내로남불, 방탄, 팬덤정당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재창당 수준의 근본적 혁신을 해야 한다. 이재명 지도부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근본적인 혁신의 길로 가야한다. 이걸 안 하면 우리 당은 큰 위기에 빠져들 것이다.”

이 대표 체제로는 총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건가.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이 대표 덕분에 살았다고 생각하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 덕분에 이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못난 정치인가. 상대방의 결점과 불신에 힘입어 당선된다면 대한민국이 한 발이라도 발전할 수 있는가.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가. 국내 민생조차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정치를 바꿔야 한다. 다음 총선 전에 어느 한쪽이라도 혁신하면, 그쪽이 압승할 것이다. 현재로선 ‘막하막하’ 승부에 불과하다. 누구도 이기지 못하고 패자가 되는 선거다. 결과가 어떻든 국민들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탄핵운동을 진행할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승자가 있겠지만, 양당은 모두 패자가 될 것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대신할 대안이 없단 얘기도 있는데.

“우리는 지금 대통령 후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도운 김종인 전 선거대책위원장이 대통령 후보였나, 지지율 5%밖에 나오지 않는 정치인이었지만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해찬 전 대표가 180석을 얻을 때도 이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가 아니었다. 대안이 없다는 것은 사기극이다. 이 대표가 있어야 압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팬덤의 부작용을 계속 언급했는데, 긍적적 측면도 있지 않은가.

“로마 콜로세움 안에서는 군중이 검투사의 운명을 다수결로 결정한다. 이 의사결정이 민주적인가. 콜로세움 관중의 함성은 검투사의 생사를 결정할 수는 있어도 로마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이 존중받지 않은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은 민주적이지 않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도 다수 당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는다. 함성에 휘말려서 증오와 폭력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 의원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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