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의 칼’, 국보됐다…“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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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이순신 장검’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충무공 역사성 상징하는 가치 큰 유물”
이순신 장검 ⓒ문화재청 제공
이순신 장검 ⓒ문화재청 제공

충무공 이순신의 칼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24일 이순신이 지은 시구가 새겨진 칼 한 쌍인 ‘이순신 장검(長劍)’을 국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순신 장검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된 칼이다. 두 칼의 크기와 형태는 거의 같으며, 길이는 약 200㎝다.

길이가 196.8㎝인 칼의 칼날 위쪽에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인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197.2㎝의 또 다른 칼에는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시구가 있다. 이 문구들은 1795년 간행된 ‘이충무공전서’에 나오는 기록과 일치한다.

또 칼자루 안에는 ‘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뜻의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이라고 적혀 있어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다.

이 장검은 충무공의 삶과 행적을 상징하는 유물로서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충무공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 가치가 탁월하고, 조선 도검의 전통 제작기법에 일본의 제작기법이 유입돼 적용된 양상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신 장검에는 이순신이 직접 쓴 시조가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이순신 장검에는 이순신이 직접 쓴 시구가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당초 이 칼은 ‘이순신 장도(長刀)’라는 명칭으로 지정 예고된 바 있다. 보통 도(刀)는 휘어진 형태에 칼날이 한 쪽이고, 검(劍)은 직선 형태로 칼날이 양쪽에 있다. 앞서 문화재청은 칼날이 한쪽만 있는 칼의 형태를 고려해 장도라는 명칭을 고려했으나, 최종 명칭은 장검으로 결정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검’은 권위와 의례적인 측면에서 칼의 격을 높일 때 사용해왔으며, 오랜 기간 유물이 ‘장검’으로 인식되고 불렸다는 점을 고려해 명칭을 ‘장검’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칼 한 쌍이 빠진 ‘이순신 유물 일괄’에는 요대(허리띠)를 보관하는 함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유물 일괄에는 갓 위를 장식하는 옥공예품인 옥로 1구, 허리띠인 요대와 보관함 각 1건, 복숭아 모양의 잔과 받침 등의 포함된다. 문화재청은 “요대함은 조선의 전통적인 공예기법과 높은 기술 수준으로 제작됐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당시 관복과 요대 보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어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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