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달라질 수 없는 걸까요?”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8 12:05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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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전 주기 걸쳐 사회화…보호자의 역할이 절대적

“우리 개가 너무 많이 짖어요” “사람을 지나치게 무서워해요“ “다른 동물을 보면 흥분해요” “배변을 아무 데나 해요”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보호자가 흔히 하는 걱정들이다. 요즘은 이런 반려견의 모습이 문제 행동으로 규정되고, 관련 교육 정보와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적절히 대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TV 프로그램에 나온 대로 했는데도 우리 집에 있는 나의 반려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우리 반려견이 유난히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우리 개는 진정 변할 수 없는 걸까?

반려견의 성향은 타고난 기질도 있지만 대부분 사회화를 통해 형성된다. 사회화의 개념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 개가 마당에 묶여 길러지며 집을 지키던 시대에서 지금처럼 실내에서 함께 가족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되면서 사회화의 개념은 분명 달라졌다. 지금 시대의 사회화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심어주는 교육의 의미에 가깝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환경은 다양하다. 당장 함께 지내는 공간과 함께 지내는 가족 구성원부터 가깝게는 자주 보는 이웃과 동물 그리고 산책하며 마주하는 다양한 차, 건물 등 구조물까지 말 그대로 반려견이 마주하는 모든 환경이 사회화의 대상이 된다. 결국 반려견이 태어나 접하는 이런 환경에 대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인식을 갖게 되느냐에 따라 성향도, 환경에 따른 행동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사회화는 반려견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생후 1개월부터 4개월까지는 ‘사회화의 황금기’로 불릴 정도로 반려견의 성향이나 환경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사람을 두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것처럼 반려견의 생후 1~4개월 사이에 잘못 형성된 버릇이나 인식도 성견이 되면 쉽사리 고치기 어렵다. 세상에 대한 편견 없이 스펀지처럼 잘 흡수하는 이 시기가 지나면 점점 인식이 확고히 자리 잡게 된다. 그 단단하게 변해 버린 인식과 버릇을 바꾸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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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행동 언어’ 공부해야 

그렇다고 포기하긴 이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화는 전 연령에 걸쳐 이뤄지고 바꾸기 어렵지만 불가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고착화된 버릇과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첫 번째는 반려견의 ‘행동 언어’를 이해하는 것, 두 번째는 올바른 교육법을 익히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그 방법을 일관되게 행하는 것이다.   

TV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 하는 사람 대부분은 숙련된 훈련사의 모습을 흉내 내는 데 그친다. 그 전에 반려견의 행동 언어를 공부해 우리 반려견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어 해당 교육방식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행동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며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성견이 되고 나서의 교육은 정말 큰 인내를 요구한다. 열심히 쌓아가다가도 잠시의 흐트러짐이 있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반려견 교육에 앞서 먼저 보호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려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반려견을 대하는 스스로의 태도 변화 없이는 반려견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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