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1년 만이라도” 절절한 호소 쏟아낸 어민·해녀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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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현실화에 참담함 드러낸 어업 종사자들
“아직은 안전…당장 소비 끊지 말아달라” 국민에 호소
전국어민회 총연맹 소속 보성군 어민연합회가 7월26일 오후 전남 보성군 회천면 수협위판장 인근 해상에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보성군 어민연합회는 일본이 해양에 투기한 핵 오염수를 수거해 육지에 보관하라는 의미로 되돌려 주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 연합뉴스
전국어민회 총연맹 소속 보성군 어민연합회가 7월26일 오후 전남 보성군 회천면 수협위판장 인근 해상에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보성군 어민연합회는 일본이 해양에 투기한 핵 오염수를 수거해 육지에 보관하라는 의미로 되돌려 주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수산물 소비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어업 종사자들이 정부에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동시에 "1년 만이라도 소비를 이어가달라"는 호소를 쏟아냈다.  

전남 여수에서 15년째 양식업에 종사 중인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날 오후부터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는 데 대해 "죽을 맛"이라며 "잠을 잘 수 없고 모든 어민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절망감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오염수 방류 전부터 소비 급감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소비가 아예 안된다고 보면 된다. 어시장 등에도 물건을 사러 온 소비자들 차가 없다고 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곧바로 우리 해양으로 유입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는 "2011년 (쓰나미로) 일본에서 원전 사고가 났을 때도 한 40% 정도 감소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물 가격은 반토막이 났다"며 "통영 같은 경우는 중간 도매상들이 고기를 잡아도 어차피 안 팔리니깐 조업을 나가지 마라고 한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우리 어업에 미칠 영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간 (국내) 수산물 총 생산량이 360만t 정도, 금액으로 따지면 9조2400억원 정도"라며 "오늘부터 방류할 경우 50% 정도, 금액으로 따지면 4조5000억원 이상 소비 감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지난 22일 노량진 수산시장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결정된 8월2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원전 해양 방류를 사실상 용인한 부분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IAEA (분석을) 인정하겠다'는 식으로 (방류) 찬성 입장을 보였다"며 "일본이야 그런다 치더라도 왜 우리 어민들이 피해를 당해야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답을 해야될 상황"이라며 "정부가 답하지 않으면 저희 어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수산물 소비를 당장 끊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오늘 투기를 하더라도 우리 바다는 1년 정도는 안심이라고 본다"며 "1년 만이라도 어찌 됐든 소비를 좀 해달라. 저희들 다 죽게 생겼다"고 절규했다.

동시에 일본 어민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방류 중단 소송을 제기하고, 국제 연대를 통해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방류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는 만큼 1년까지는 수산물을 소비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을 직접 방문해 일본 어민 대표자들을 만났다며 "일본 어민들도 한국 어민들이랑 같이 끝까지 (방류를) 막아야 된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바다 아니냐, 이건 막아야 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예정된 8월24일 오전 제주시 동문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가 예정된 8월24일 오전 제주시 동문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 연합뉴스

김계숙 제주해녀협회장도 이날 인터뷰를 통해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제주에만 7500명의 해녀가 있다며 "오염수가 방류되면 물질은 끝난거나 마찬가지"라고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그는 "해산물 소비가 안 되는 것이 제일 걱정"이라며 "소비자들 선택이니까 내년에도 성게(등 해산물을)를 사먹을 것이라고 알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원전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겁이 난다"며 "오염수를 희석시켜 바다에 방류한다 해도 바다가 좀 출렁이고 그럴 때는 물을 본의 아니게 마시게 되고 목까지 그냥 팍 들어간다"며 바다로 흘러 나온 오염수를 직접적으로 마실 수 있는 직업 특성상 우려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에 한 다섯 여섯번 (바닷물을) 먹는다"며 "1년 12달 누적되면 그게 얼마나 몸에 해롭겠느냐"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하며 "윤석열 정부가 '일본은 파트너십으로 같이 가야 된다'고만 주장하고 있으니 우리대로 조치를 취해보려고 (정부 상대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어떡하나. 그런 거라도 해야지"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즉각적인 소비 중단을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오염수가 방류된다 해도 3년 내지 10년은 걸리고, 조류가 돌고 돌아서 한국까지 오려면 오래 걸리니까 해산물은 아직까지는 안전하니 어민들을 좀 살려주시는 걸로 생각하시고 많이 드셔달라"고 울먹이며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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