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오염수 바다로…방류 종료 시점, 아무도 모른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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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1시 기해 방류 개시…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약 12년 만
핵연료 잔해 처리 등 폐로 작업 난항…그린피스 “이번 세기 내 불가능”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저장 탱크의 모습 ⓒ AP=연합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저장 탱크의 모습 ⓒ AP=연합

일본이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류 종료 시점을 '수십년 후'라고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세기 내 완료는 불가능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NHK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사전 작업을 거쳐 수조에 보관하던 오염수를 오후 1시께부터 방출하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해양 방류 처리를 결정한 지 2년4개월 만,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저장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에 방출했다. 

ALPS로 정화 처리하면 세슘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 62종을 제거할 수 있지만, 삼중수소(트리튬)와 미량의 탄소14 등 핵종은 남게 된다. 도쿄전력은 ALPS로 거를 수 없는 삼중수소는 바닷물과 희석, 농도를 일본 규제 기준의 40분의1인 ℓ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만들어 내보내기로 했다.      

도쿄전력은 일본 정부가 이날로 해양 방류 시점을 결정한 지난 22일 오후 오염수 약 1t을 희석 설비로 보낸 뒤 바닷물과 혼합해 대형 수조에 담았다. 도쿄전력은 수조에서 표본을 채취해 확인한 결과 삼중수소 농도가 ℓ당 1500㏃을 훨씬 밑돌아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방류 이후 원전 인근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를 정기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방류 직후 채취한 표본의 삼중수소 농도 측정 결과는 이르면 27일 공개된다.

방류 안전성을 점검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류 첫날부터 현장에서 배출되는 오염수가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감시·평가하고 감시 자료를 실시간 공개할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1차적으로 하루 평균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한다. 이 기간동안 해양 방류되는 오염수는 7800t 규모다. 내년 3월까지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양은 3만1200t이다. 이는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의 2.3% 수준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현재 약 134만t의 오염수가 1000여 개 대형 탱크에 들어 있다. 현재도 원전 부지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 등으로 인해 오염수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8월18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연합
8월18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시민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로이터=연합

원전 오염수 방류가 언제 끝날 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정부도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자로 폐쇄를 뜻하는 '폐로'를 위해 해양 방류가 불가피하다는 명분을 강조해 온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22일 방류 일정을 확정하면서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처리수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가 책임지고 임하겠다"며 종료 시점을 불명확하게 언급했다. 

당초 도쿄전력은 해양 방류 기간을 '최소 30년'이라고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이 기간 내 종료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정확한 시점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핵연료 잔해는 약 880t 가량 쌓여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원전 내부 어느 곳에 얼만큼씩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다. 후쿠시마 원전과 동일한 최고 수준의 7등급으로 분류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1986년에 발생했지만 고농도 방사능으로 인해 40년이 넘게 흐른 현재까지도 해체 작업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도 이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고 원자로를 2041∼2051년까지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폐로 작업에 난항이 많고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전 폐로 작업의 가장 큰 난관인 노심용융을 일으킨 핵연료와 주변 구조물이 엉켜 생긴 덩어리(데브리)를 꺼내는 작업을 10년 안에 시작한다는 계획이지만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아사히신문은 "2호기 원자로의 핵연료를 시험적으로 반출하는 작업은 2021년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위한) 장치 개발이 늦어지면서 두 차례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3월 이전에 반출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반출량은 불과 몇 g에 불과할 것"이라면서 "대량의 핵연료 잔해를 반출할 방법은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1호기와 3호기 원자로는 작업 현장이 더 좋지 않고 핵연료 잔해를 반출할 구체적인 방법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도 전날 사설에서 "2051년쯤에 원전 폐쇄를 완료한다는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폐로가 이번 세기 내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린피스는 "탱크에 저장 중인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해도 그 안에 남겨진 뜨거운 핵연료 잔해를 식히려면 냉각수 투입을 멈출 수 없어 방류 이후에도 수십만 톤의 오염수가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오염수 방류는 폐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오염수의 장기 저장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아끼려는 궁색한 선택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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