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두 번째 ‘KB 대권’ 도전…‘상고 신화’ 尹 이은 ‘행원 신화’ 나올까 [포스트 윤종규 ③]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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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원으로 입사해 승진 거듭한 입지전적 ‘정통 KB맨’
은행·비은행 모두 섭렵한 ‘전략통’…글로벌 역량도 앞선다는 평
2020년 이어 두 번째 도전…결과 따라 그룹 내 입지 달라질 듯

‘리딩금융그룹’ KB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 선임 레이스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현재 후보는 양종희·허인·이동철 KB금융 부회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KB금융 총괄부문장) 등 내부 인사 4명과 외부 인사 2명 등 6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내부 인사 4인은 KB금융 경영승계 시스템인 ‘CEO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자질과 역량을 검증받아 왔다. 하지만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견제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의 무게감과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사저널은 후보자들의 면면을 조명하며 국내 금융그룹을 대표하는 KB금융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2018년 4월5일 이동철 당시 KB국민카드 사장(가운데)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코라오그룹’과 조인트벤쳐(Joint Venture) 형식으로 캄보디아 현지 특수은행을 인수했다. ⓒKB금융그룹 홈페이지 캡처
2018년 4월5일 이동철 당시 KB국민카드 사장(가운데)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코라오그룹’과 조인트벤쳐(Joint Venture) 형식으로 캄보디아 현지 특수은행을 인수했다. ⓒKB금융그룹 홈페이지 캡처

이동철 KB금융 부회장의 최대 강점은 정통성이다. 그는 1990년 국민은행 행원을 입사해 승진을 거듭하며 부회장직까지 오른 인물이다. 고졸로 외환은행에 입사해 KB금융 수장에 오른 윤종규 회장에 비견할 만 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다만 윤 회장과의 차이점은 이 부회장이 KB에만 몸 담으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다. 윤 회장은 삼일회계법인에서 부대표를 지내다 KB국민은행에 부행장으로 영입된 케이스다.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해도 정통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경쟁자인 허인 부회장과 양종희 부회장은 각각 장기신용은행과 주택은행으로 시작해 KB국민은행과 합병하면서 KB에 합류했다. 박정림 총괄부문장은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부장을 지내다 KB국민은행 시장운영리스크부장으로 합류했다. 이 부회장이 회장에 오른다면 행원으로 입사한 ‘정통 KB맨’이 수장 자리에 오르는, ‘행원 신화’의 방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은행, 비은행 업무를 가리지 않는 ‘전략통’이자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2001년 주택은행과의 통합 당시 합병 실무를 맡았고, 2008년 KB금융 지주 출범 당시 지주회사설립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아울러 2003년 인도네시아 BII은행,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비은행 계열사에서도 전문성을 키웠다. 2015년 KB생명보험 경영관리 부사장, 2016년 KB증권 기타비상무이사, 2018년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특히 KB국민카드를 4년간 이끄는 동안 매년 당기순이익을 증가시키는 역량을 보여줬다.

마지막 임기를 보낸 2021년 KB국민카드의 당기순이익은 4031억원이었다. 이는 취임 직전 2017년 대비 33.4%나 성장한 수치였다. 최근 들어 리딩금융그룹의 주인을 가르는 요인이 비은행 실적이라는 점에서 은행과 비은행 업무를 두루 수행한 이 부회장의 역량이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동철 KB금융그룹 부회장 ⓒKB금융그룹 제공
이동철 KB금융그룹 부회장 ⓒKB금융그룹 제공

두 번째 대권 도전 결과에 따라 입지 달라질 듯

아울러 이 부회장은 다른 후보들보다 글로벌 역량에서 한발 앞선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KB국민은행 뉴욕지점장을 2년간 지내며 글로벌 감각을 익혔고, KB국민카드 시절에는 캄보디아 대한특수은행, 인도네시아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 태국 제이캐피탈 등 3개 해외자회사를 설립하며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다만 금융권에선 이 부회장의 이번 ‘KB 대권’ 도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이미 2020년 윤 회장 3연임 당시 허인 부회장과 함께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된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 대권도전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3명의 1961년생 동갑내기 부회장단 가운데 1명이 회장에 오를 경우 그룹 내 역학구도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며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거취 문제가 떠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때에 따라 최종 회장 후보군 3인에도 포함되지 않을 경우 그룹 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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