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샷 없는 피의자 신상공개, 효과 반감된다 [쓴소리 곧은소리]
  •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5 16:05
  • 호수 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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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알권리·범죄예방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피의자 신상공개 허용하되, 머그샷 공개는 반드시 필요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형사피고인만을 명시하고 있지만, 공소 제기 전 단계인 수사 과정에서 형사피의자가 유죄로 추정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국가 및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언론매체에서 피의자 및 피고인을 유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럼에도 과거에는 언론에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예가 드물지 않았는데, 법원에서 이러한 언론보도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 언론보도에 의한 피의자 신상공개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들에 대해 언론에서 신상을 공개한 사례들도 있었고, 이와 관련해 논란도 많았다. 그 결과 2010년 법개정에 의해 특정강력범죄 및 성폭력범죄에 한해 엄격한 요건하에 피의자 신상공개를 허용하는 제도가 도입되었다.

신림역 ‘묻지마 흉기 난동’ 피의자 조선(왼쪽 사진)과 신림동 강간살인 피의자 최윤종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신림역 ‘묻지마 흉기 난동’ 피의자 조선(왼쪽 사진)과 신림동 강간살인 피의자 최윤종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오래전 사진은 신상공개 효과 크게 약화시켜

지난 13년 동안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가 운영되었지만, 최근처럼 주목을 많이 받은 적은 없었다. 각종 ‘묻지마 범죄’ 등을 비롯해 강력범죄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국민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한편으로는 신상공개 확대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상공개 과정에서 머그샷(체포된 피의자를 찍은 사진) 공개 요청도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공개 확대가 범죄에 대한 억제 효과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에는 그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더 클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가 약화되며, 이른바 신상털기 등을 마치 정당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의자 신상공개 확대와는 달리 머그샷 공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경찰에서는 머그샷 공개의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로 인해 머그샷에 동의하지 않은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과거의 증명사진 등으로 대체하고 있으나 워낙 오래전 사진인 경우가 많아 동일인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공개 이유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 제1항 제3호에서 명시한 것처럼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점에 있다면 신상공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개 대상자의 정확한 모습을 밝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위 법률조항에서는 신상공개 요건을 모두 갖춘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신상공개를 통해 국민이 해당 피의자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재범 방지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얼굴과는 큰 차이가 있는 오래전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이름이나 나이를 틀리게 공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며, 신상공개 효과를 크게 약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머그샷 공개에 관한 법안들이 발의되어 논의 중이다. 발의된 법안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최근 30일 이내에 찍은 사진을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머그샷 공개를 명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유사한 방식으로 최근 30일 이내 모습을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안들이 과연 국회를 언제쯤 통과할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현행법 아래서도 머그샷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려했던 피의자 신상공개의 오남용 문제, 최소화돼

앞서 살펴본 것처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얼굴 공개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언제 어디서 찍은 사진을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주고 있지는 않다. 이를 소극적으로 해석하면 10년 전의 사진이라도 공개하면 되는 것이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의 취지에 맞게 최근 사진을 공개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과연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까?

현행법상 피의자 신상공개 요건은 매우 엄격하다. 이렇게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만 신상공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 13년 동안 신상공개 대상자가 된 피의자 중에서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즉, 피의자 신상공개의 오남용 문제가 최소화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라면 머그샷 공개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될 수 있는 반면, 머그샷 공개로 신상공개 제도의 효과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신림동 성폭행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최윤종의 머그샷 공개는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 다만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머그샷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어차피 법률에 근거한 피의자 신상공개 자체가 본인의 동의 없이 하는 강제적인 제도이며, 유독 머그샷만을 이름이나 나이 등과 달리 본인 동의 없이는 공개가 불가능한 것으로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머그샷 공개, 아니 피의자 신상공개 자체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법상 무죄추청 원칙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신상공개 대상자 중에서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된 사례가 나올 경우에는 제도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예로부터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피의자 신상공개는 매우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며, 이를 확대하는 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무죄추정 원칙에 대해 예외를 인정할 정도로 국민의 알권리가 중요하거나, 범죄예방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피의자 신상공개를 허용함으로써 무죄추정 원칙과 피의자 신상공개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머그샷 공개는 이러한 피의자 신상공개의 엄격성을 전제로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 만일 신상공개 대상이 확대되고, 심지어 과거 부산 돌려차기 사건에서 어느 유튜버가 그랬던 것처럼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에 의한 신상공개까지 행해질 경우에는 그 부작용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법적 책임 문제도 뒤따르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의자 신상공개에서 머그샷 공개는 필요하되, 그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피의자 신상공개 요건이 앞으로도 계속 엄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전제하에서 머그샷 공개에 찬성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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