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눈물 삼키며 내실 다져온 ‘관광 1번지’…“중국인까지 오면 금상첨화”
  • 강윤서 인턴기자 (codanys@naver.com)
  • 승인 2023.08.2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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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팬데믹 암흑기 ‘유령상권’ 오명 벗고 포스트 코로나 맞이로 분주
일본·동남아·유럽 관광객들로 붐벼…곧 중국인 단체관광도 활발해질 듯
8월23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센터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사저널 강윤서
8월23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센터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시사저널 강윤서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던 서울 중구 명동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8월23일 낮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명동거리는 인파로 붐볐다. 특히 각양각색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비가 그치고 어둑해지기 시작한 오후 6시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관광 1번지’ 명동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주한 중국대사관 앞 환전센터에는 외국인 관광객 20여 명이 환전을 위해 줄지어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 사토씨(19)는 들뜬 표정으로 “나흘 일정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친구와 어제 막 한국에 도착했다”면서 “얼른 환전해서 옷과 스니커즈를 사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화려한 귀환에 명동 상권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팬데믹 때 50%대까지 치솟은 명동 공실률은 완연한 감소세로 들어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43.5%에서 올해 1분기 37.6%, 2분기 35.8%로 계속 감소해 왔다. 

수많은 상가 건물에 붙어있던 ‘임대 문의’ ‘전층 임대’ 등 문구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10년째 명동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지숙 실장은 “현재 명동 메인거리(유네스코길) 상가들은 1층 기준 평균 70~80%까지 (영업 시설로) 채워진 상태”라고 전했다. 

8월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 등 인파로 붐비고 있다. ⓒ시사저널 강윤서
8월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 등 인파로 붐비고 있다. ⓒ시사저널 강윤서
8월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 등 인파로 붐비고 있다. ⓒ시사저널 강윤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롭게 명동에 입점한 상점들도 확인됐다. 임 실장은 “환전과 상품권 업체들이 (다른 상권에서) 명동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면서 “명동역 인근 숙박업도 호황을 누리게 되면서 관련 부동산(숙박시설) 매물이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명동거리에선 근처에 숙소를 잡고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기념품 매장에서 막 나온 헝가리인 관광객 부가르코씨(23)는 “대학 여름학기를 들으러 한국에 왔는데,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명동역 쪽에 머물고 있다. 고향 친구들 주려고 기념품을 몇 개 샀다”며 쇼핑백을 흔들어 보였다. 홍콩에서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은 아이작씨(17)는 “방금 여동생은 K팝 앨범, 엄마는 올리브영 마스크팩을 샀다”고 전하며 “명동은 교통이 편해서 (숙박하기) 좋다”고 했다. 

요즘 명동거리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주를 이룬다. 화장품 가게 점원 김모씨(50)는 “코로나 여파로 잠시 가게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말 영업을 재개한 뒤 일본, 필리핀, 유럽, 홍콩 등에서 온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열심히 모객해 왔다”면서 “중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거라는데, 아직 체감은 안 된다”고 말했다. 

8월11일부터 재개된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한은 명동 상권을 더욱 활성화시킬 전망이다. 상인들은 코로나 이전 수준은 물론, 그 이상으로도 매출이 회복되리라 기대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은 2017년 3월께 시작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6년여 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8월24일 공개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서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 하반기 중 약 220만명에 이르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당폭 더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인 단체관광 회복 효과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0.06%포인트 정도 끌어 올릴 거란 분석도 덧붙였다. 명동은 그 수혜를 가장 많이 입는 상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8월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 등 인파로 붐비고 있다. ⓒ시사저널 강윤서
8월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외국인 관광객 등 인파로 붐비고 있다. ⓒ시사저널 강윤서

명동 상권은 9월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될 중국인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세계과자할인점 코리안마트의 점원 김모씨(26)는 “코로나 때 매장 2층을 닫아뒀다가 이번에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소식을 듣고 바로 열었다”고 전했다. 소품 매장인 명동리퍼블릭에서 일하는 중국인 민비씨(24)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온다면 매출이 분명 올라갈 듯하다”고 예상했다. 중국어에 능통한 점원을 구하는 상점도 부지기수다. 한 화장품 매장에서 쉴 새 없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던 중국인 점원은 “중국인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고 이곳에 지원하게 됐다. 일한 지 이틀 됐다”고 말했다. 

곧 있을 중국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기간 명동거리에 사드 사태 전과 같은 ‘인산인해’가 펼쳐질지도 주목된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 4분기에 팬데믹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85%까지 회복할 전망”이라며 “중국 내수 부진, 항공편 부족 등 하방 요인도 존재하는 만큼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울 중구청은 모처럼 만에 활기를 되찾은 명동 상권을 지원하기 위해 바가지요금 단속, 보행 환경 개선 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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