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각오’에도…‘줄 영장’에 김샌 ‘혁신&민생 개혁’[이재명 1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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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당심으로 당선…‘친명 체제’ 구축했지만 ‘사법리스크’ 발목
당내 반발 잠재우려던 혁신안도 좌초…檢 ‘9월 회기 중 영장’ 관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겠다.”

지난해 8월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된 후 수락연설을 통해 “살을 깎고 뼈를 갈아 넣는 심정으로,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만드는데 저 자신을 온전히 던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오로지 혁신의 결과와 민생 개혁의 성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1년, 이 대표가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민주당’을 선포했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당 내외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박하다. 총선을 불과 7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이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연이어 이어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중점과제로 띄운 ‘당의 혁신’과 ‘민생 개혁’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2022년 8월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연합뉴스
2022년 8월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연합뉴스

‘압도적 당심’에도 지지부진한 ‘혁신’

이 대표는 민주당 계열 사상 최고 득표율(77.77%)로 거대 야당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의 지지세가 그만큼 강했다. 실제 80만 명 정도에 그쳤던 권리당원의 규모가 대선을 거치며 110만 명 가까이 치솟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이재명 지지자’였다. 현재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6월 말 기준 245만4332명) 가운데 약 절반인 47.2%가 대선 전후 입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 팬덤의 화력은 최고위원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고위에 입성한 5명의 득표율을 보면, 정청래, 고민정, 박찬대, 서영교, 장경태 의원 순이었다. 이들 가운데 고 최고위원 빼고는 친이재명(친명)계로 분류된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최고위를 장악, 친정체제 구축이 이뤄지면서 당내 역학 구도가 친문(친문재인)에서 친명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무난하게 당권을 쥔 이 대표지만 이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예고된 장애물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른바 ‘사법리스크’가 문제가 됐다. 대선 때부터 제기된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뿐 아니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에 검찰 수사력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핵심 피의자로 이 대표가 지목됐다. 민주당은 검찰의 조작·편파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근거로 이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불체포특권 포기’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련자 증언이 보도되면서 민주당은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이 대표 탓에 ‘민생’과 ‘혁신’에 몰두하지 못한다는 당내 비판이 제기되자, 이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혁신위도 묘수가 아닌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위가 ‘불체포 특권 포기’와 ‘대의원제 무력화’ ‘권리당원 권한 강화’ 등의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비명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 본인부터 여러 설화에 얽히면서 혁신 동력이 크게 약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초 혁신위는 친명도 비명도 아니었다. 출범할 때는 ‘혁신안을 받지 않으면 민주당이 국민 심판을 받게 될 거야’라는 권위와 힘이 있었는데, 추진 과정에서 친명으로 쪼그라들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 작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온 혁신위가 대의원제 개편안을 혁신안에 포함시키면서 의원들 소원수리 해주는 기관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혁신위는 비대위와 달리 당 대표 권한이 유지된다. 공천권도 이재명 대표가 그대로 갖고 있다”며 “결국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 체제를 인정해야 하고, 그(당 지도부) 아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처음부터 많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지난 18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지난 18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숱한 위기에도 이재명 ‘정면 돌파’ 의지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위기론이 가중되면서, 야권 일각에선 ‘이재명 10월 사퇴론’, ‘비대위 전환’,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 등이 언급된다. 그러나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대표 본인은 조기 사퇴에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압도적 당심을 고려하면 적어도 차기 총선은 이재명 체제로 치뤄야 한다는 게 친명계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재명 사퇴를 말하는 사람들이 과연 민주당의 건전한 발전을 원하는 세력일까”라고 반문한 뒤 “이 대표가 숱한 우려에도 당권에 도전한 가장 큰 이유가 총선 승리에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의 의지에도 그를 둘러싼 회의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명계는 이 대표가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혁신과 민생’이라는 두 화두 모두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가려지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현재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다섯 번째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본인의 취임 1주년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시대착오적인 반공 선동에 늘 앞장서던 대통령이 핵 오염수 투기 문제에 대해선 참모들 뒤에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민주당은 이 대표의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9월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주간에 검찰에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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