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부족에 허리띠 졸라매는 정부…내년도 예산 657조 ‘초긴축’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8.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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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총지출 657조원 편성 …증가율 2.8%로 역대 최저
수입은 줄고·지출 늘어…내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율 3.9%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일 예산실장. ⓒ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내년에는 정부가 세금 등으로 벌어들일 총수입보다 예정된 총지출이 45조원가량 많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언한 '건전재정' 기조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내년도 총지출액은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올해 총지출(638조7000억원)보다 2.8% 늘어난 규모로 재정 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최소 증가 폭이다. 이는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의 4.9% 경상 성장률(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경제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000억원 규모로 예측됐다. 역대급 세수 펑크 속에 지출을 최소화했지만 '건전재정'의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율이 올해의 2.6%에서 내년 3.9%까지 상승하면서, 정부가 약속한 수치이자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준칙 한도(3.0%)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관리재정수지란 정부의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치로 실질적인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해당 예산안이 내달초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될 예정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대폭 감소한 세수 여건에도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악화 폭을 최소화했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편성된 총지출액은 올해보다 18조2000억원(2.8%)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6월말 재정전략회의에서 보고된 4%대 중반의 증가율보다 2%포인트(p)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약속했던 3% 증가율도 지켜내기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했던 올해 예산의 지출 증가율(5.1%)보다도 대폭 낮은 증가 폭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 세입예산 625조7000억원보다 13조6000억원(2.2%) 줄어든 규모로 편성됐다. 세외수입과 기금수입이 각각 27조9000억원, 216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조9000억원, 16조5000억원씩 늘어나지만, 수입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세수입이 33조1000억원이나 축소 편성되면서다.

총지출과 총수입 간의 격차만큼 재정수지는 악화하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8조2000억원에서 92조원으로 33조8000억원 늘면서, GDP 대비 적자율이 2.6%에서 3.9%로 1.3%p 높아지고, 국가채무는 61조8000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기재부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재정수지 악화를 최대한 억제했다"며 "오는 2025년부터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된다. 지난해 24조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20조원 수준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게 됐다. 총지출 증가 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필요 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하고, 재정을 정상화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세부적인 구조조정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기재부는 주요 구조조정 분야로 연구개발(R&D) 및 국고 보조금 사업을 지목했다. R&D 사업에서 7조원, 보조금 사업에서 4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모든 재정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 재검토하고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했다"고 자평했다.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약자 복지를 비롯한 민생 사업에 투입한다. 지출의 4대 키워드로 △약자 복지 △미래 준비 △일자리 창출 △국가 본질 기능 수행 등을 꼽았다.

대표적인 예산 사업으로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한다.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는 162만원에서 183만4000원으로 21만3000원(13.2%) 상향 조정된다. 중증 장애인의 의료 급여 부양 의무자 기준은 폐지된다. 노인 일자리는 88만3000개에서 103만 개로 늘리고, 노인 일자리 수당도 6년 만에 2만~4만원 더 지급된다.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12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확대한다.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서는 특별공급(분양)을 신설하고, 공공임대를 우선 공급한다. 사병 월급(병장 기준)을 사회진출 지원금을 포함해 월 130만원에서 165만원으로 인상하고, 대중교통 요금 할인을 제공하는 K-패스도 도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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