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협치 말라고 지시한 것”…尹 연찬회 발언 일파만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2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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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오염수 방류 일성 “1+1=100”…연일 “왼쪽 날개 뒤로 가” 지적
與 앞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 발언…‘협치 거부 선언’ 해석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2022년 3월10일 대통령 당선 인사 기자회견)

“협치, 협치 하는데 우리는 앞으로 가려는데 뒤로 가겠다고 하는 건 안 된다. 이런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 (2023년 8월28일 국민의힘 연찬회)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쏟아낸 3400자 작심 발언이 한 줄 한 줄 화제와 논란을 낳고 있다. 총선을 8개월 앞두고 당‧정‧대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내놓은 메시지인 만큼 사실상 총선 전략에 대한 방향을 지시한 거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 앞에서 현 야당과 ‘협치’가 어렵다는 듯한 발언을 이어간 데 대해 야당에선 “사실상 협치하지 말라고 지시내린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인천 을왕동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야당을 향해 “가는 방향이 같아야 협치도 타협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협치, 협치 하는데 새가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서 엉뚱한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로 가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된다”면서 “이런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생 현안이 산적한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이 정부의 국정 목표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협치를 할 수 없음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뒤로 가겠다’며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향해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이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대국민 안심 메시지를 전하거나 일본을 향해 유감을 표하는 것이 아닌, 여당 연찬회 자리에서 야당을 겨냥한 발언을 오염수 방류 첫 일성으로 한 것이다.

 

尹 “왼쪽 날개가 뒤로 가려 해”

현 야당과는 협치가 어렵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은 지난 25일에도 한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이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 하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 한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 날개가 상징하는 보수는 문제가 없고 왼쪽 날개인 진보가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연찬회에서 ‘이념’을 강조하며 야당을 겨냥해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공산 전체주의 등 ‘반국가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윤 대통령이 총선에 앞서 사실상 선명성 있는 ‘이념 전쟁’을 선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는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던 앞선 발언들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사실상 야당을 싸잡아 ‘반국가세력’으로 상정하고 ‘통합 불가한 세력’으로 규정한 거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총선을 여러 차례 치러본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통상 총선을 앞두고는 국민 분열보단 통합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윤 대통령은 반대로 가고 있다. 갈라치기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국민 절반만 안고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다는 건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 연찬회 참석 당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전 정권 핑계는 안 통한다”며 전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찬회에선 오히려 전 정부와 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지난해 3월10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당선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해 3월10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당선인사를 전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尹 겸손해야” “총선 앞두고 할 말인가”

당장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사실상 “협치 거부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협치를 하고 힘을 합쳐서 사회 불안을 안정시키고 민생을 챙겨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좌우로 갈라서 왜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행보를 대통령이 보이시는지 참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상민 의원 역시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통령이 무슨 독립 선언 하듯이 ‘반대파와 협치할 수 없다’고 한다. 대통령을 뭐 하러 됐고 정권을 뭐 하러 잡았나”라며 “윤 대통령은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겸손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 역시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연찬회에 찾아가 지금의 야당 같은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선포를 했다. 그게 할 말인가”라며 “앞으로 쭉 협치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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