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챙겨야”→새만금 삭감→“고향처럼 편해”…與, 서진전략 진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8.3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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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총선 호남 민심’ 강조한 다음 날 정부 새만금 예산 삭감 발표
순천 찾아 “호남 경제 살리겠다”… “오락가락, 진정성 의심 받을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31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방문하고 있다. 최고위는 이날 순천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31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방문하고 있다. 최고위는 이날 순천에서 현장 최고위를 열었다. ⓒ연합뉴스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31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남 순천을 방문해 “일 잘하는 지자체”라고 치켜세웠다. 정부가 새만금 SOC 관련 예산 등을 대거 삭감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이 들끓자 이를 달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잼버리 파행을 둘러싸고 여권 내 ‘전라도 책임론’이 불고 있는 데다, 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 이용호 의원마저 지역을 떠날 채비에 나서면서 ‘호남 홀대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오전 전남 순천만국제습지센터에서 최고위를 열고 지난 4월 개막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한껏 띄웠다. 김기현 대표는 “국제박람회를 가장 모범적 개최하고 있는 순천은 도시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박람회를) 다녀오셔서 저한테 말씀하셨고 제가 조 단위 지원을 해주기로 (윤 대통령과) 약속하고 왔다”고 어필했다.

그러면서 “일 잘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일을 잘 못하는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주민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지자체도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으로 파행을 빚은 전북 ‘새만큼 잼버리’ 사태와 대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 대표는 호남에 대한 각별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저는 호남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며 “당 대표 취임 이후부터 호남에 매일 한두 차례 이상씩 내려오다 보니 이제는 고향 같은 편안함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달 김 대표는 전북 군산 등 호남 지역을 연이어 방문하며 “호남의 볼매(볼수록 매력)가 되겠다”고 ‘구애’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연찬회 모두발언에서도 “호남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며 의원들에게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여당 엇박자인가, 김기현 공수표인가”

하지만 김 대표의 연찬회 발언 바로 다음날 정부가 새만금 예산 삭감을 발표하면서 여당의 서진 전략에 제대로 ‘제동’이 걸려버렸다. 당장 전북 정치권과 주요 시민단체 여기저기서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잼버리 파행에 따른 ‘보복성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잼버리 책임론의 중심에 있는 여성가족부 예산은 오히려 증액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북 정가는 더욱 들끓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잼버리 파행의 모든 책임을 전북으로 몰아가며 새만금 사업을 희생양 삼는 것은 정치적 음모”라며 “예산 복구를 하지 않을 경우 500만 전북인과 함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천명했다. 전라북도새마을회는 “전북과 새만금을 난도질하는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사정을 잘 하는 정치권 관계자도 31일 통화에서 “여당 대표가 ‘호남, 호남’을 외치는 중에 정부가 호남의 ‘경제적 생명줄’과 같은 새만금을 사실상 중단시켰다”며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고 있든, 김기현 대표의 구애가 공수표였든 둘 중 하나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 전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당 지도부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지만 쉽게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정부‧여당 내 잼버리 파행에 대한 ‘전라도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감사원 감사가 ‘전북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만금사업범도민지원위원회 회원들이 30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새만금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사업범도민지원위원회 회원들이 30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새만금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물 없는데 이념 논쟁까지…“민주당에 몰표 갈지도”

총선이 8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호남 지역과 밀착해 출마를 중량감 있는 여권 인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적 불모지인 걸 감안하더라도 호남 출마를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현재 호남 내 인지도와 중량감이 있는 인물로는 전남에 이정현 전 의원과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전북에 정운천 의원 정도가 꼽힌다. 호남 내 유일하게 지역구(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를 갖고 있던 이용호 의원마저 최근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 정가에 적잖은 실망감을 안긴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더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광주 정율성 역사공원 백지화 등 정부‧여당의 ‘독립 영웅 폄하’ 논란도 전반적인 서진 전략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천하람 위원장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홍범도 장군과 관련한 논의를 두고 국민의힘이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새만금 잼버리와 관련한 전북도와의 대립, 후쿠시마 오염수, 홍 장군 이슈 등으로 인한 악영향을 최전방에서 느끼는 것이 바로 호남”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 역시 취재진에 “수도권도 위기이고 한 표가 아까운 상황에서 호남을 포기하면 안 되는데, 이번 새만금 예산 삭감까지 이뤄지면서 호남이 더욱 민주당에게 몰표를 줄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오락가락 하지 않고 경각심을 가져, 총선 전략을 제대로 구상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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