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극에 거리로 나온 20만 교사들…“가르칠 용기를 잃었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2 17: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이초 교사 49재 앞두고 운집…역대 최다 인파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의 49재를 이틀 앞두고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열린 집회에서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 등 약 20만 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했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이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진실없는 사건수사, 진상규명 촉구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교사들을 보호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서이초 교사의 사망 직후 토요일인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돼 7주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날 경기 고양시와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교사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추모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서 지난 7월 숨진 서이초 교사의 대학원 동기들이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이초 교사의 전 동료들은 단상에 올라 “서이초에서 1학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극적 소식이 들렸을 때 우리는 다 같이 엉엉 울며 무너졌다. 그날 이후 우리의 삶도 함께 멈추었다”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도대체 무엇이 선생님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 갔느냐”고 호소했다.

또 다른 교사는 “우리는 점점 가르칠 용기를 잃어가고 있다”며 “자신의 안전과 신념이 위협받아도 일단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학생들에게 더 이상 무엇이 정의인지 가르쳐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회 참석자들은 현행 아동복지법이 ‘정서적 학대 행위’를 광범위하게 적용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유발하고 있다고 보고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으며, 학생·학부모·교육당국의 책무성 강화, 분리 학생의 교육권 보장, 통일된 민원 처리 시스템 개설 등을 함께 요구했다.

한편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오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해 연가‧병가‧재량휴업을 통한 ‘우회 파업’을 진행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이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일 재량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30곳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