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질환 예방 위해 꼭 아스피린 먹어야 할까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2 12:05
  • 호수 176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0세 이상에겐 일상적인 복용 권장하지 않아
개인 위험도와 이익 평가받고 결정해야

아스피린은 항혈소판 작용을 하는 약물로 심혈관 질환 치료와 예방에서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사용됐다. 특히 1차 예방을 위해 사용됐는데 최근 다른 의학적 지침이 제시되고 있다. 1차 예방은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예방 활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폐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흡연을 줄이고 금연한다거나 특정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스피린은 혈소판 기능을 억제해 혈전 형성을 방지한다. 혈소판은 혈액 내에서 응고를 도와 상처가 나면 그 부위를 막는 역할을 하는데,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혈관 내에서 혈전이 형성되어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을 유발한다. 아스피린은 이러한 혈소판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때문에 과거 아스피린 복용은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법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아스피린에는 달갑지 않은 부작용도 있는데, 바로 출혈이다. 우리 몸의 COX-1 효소는 위장관의 점막을 보호하는 물질(프로스타글란딘)을 생성하는데, 아스피린은 이 COX-1 효소를 저해해 위장관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득과 실 사이의 딜레마를 바탕으로 심뇌혈관 질환 1차 예방에서 아스피린의 역할에 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2018년 한 연구(ASPREE)는 심혈관 질환의 병력이 없는 노인에게서 아스피린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이지 않았으며,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또 같은 해 다른 연구(ARRIVE)는 심뇌혈관 질환 중등도 위험군에서 아스피린이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이지 못하고 위장관 출혈 위험은 증가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아스피린, 질환 예방보다 출혈 위험 더 커 

이에 따라 2019년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는 70세 이상 또는 출혈 위험이 큰 사람에게는 아스피린을 1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게 됐다. 2022년 미국예방정책국특별위원회(USPSTF)는 40~59세의 경우 10년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10% 이상인 경우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으나 실제 복용은 개인의 위험 요소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60세 이상에게는 1차 예방을 위한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전에 일반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토록 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기존에 아스피린을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권장되었으나, 최근의 연구 결과와 지침에 따라 그 권장이 변경된 경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일부 노인에게 아스피린 복용이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권장되었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최근의 연구에서는 60세 이상에게 아스피린의 일상적인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이는 아스피린의 잠재적 이익보다 출혈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과거에는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아스피린 복용이 권장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사람에게서 아스피린을 통한 잠재적인 이득이 출혈 위험을 상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변화된 권장 사항은 최근의 연구와 임상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임의로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스피린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위험 요소를 자신이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임의로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해서도 곤란하다.  아스피린 복용 시작과 중단을 고려하는 모든 사람은 의사와 상담해 개인의 위험도와 이익을 평가받고 그에 근거해 결정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