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5~10%가 유전성…“진단과 검사가 중요”
  • 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sisa311@sisajournal.com)
  • 승인 2023.09.0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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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리 인하대병원 교수 “암 발생 위험도 높은 가족 구성원 선별 가능”
“원인 돌연변이 확인해 감시 가능…가족의 암 위험도 평가·예방에 중요”

‘암’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대부분 ‘산발성 암’이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종양조직에 국한해 후천적인 유전자 변이가 생기는 암이다. 산발성 암은 유전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전되는 암도 있다. 이런 암을 ‘유전성 암’이라고 한다. 전체 암의 5~10% 정도를 차지한다. 유전성 암 환자는 세포 주기를 조절하거나 DNA 손상을 복구하는 기전에 관여하는 유전자에서 선천적인 병적 변이가 발생해 암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질환이 BRCA1, BRCA2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 증후군이다. 유전성 암을 미리 진단 받으면, 가족에게 유전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된다. 장우리 인하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로부터 유전 성 암의 검사와 진단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장우리 인하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유전성 암과 가족성 암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장우리 인하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유전성 암과 산발성 암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유전성 암을 의심해봐야 하는 경우는. 

“이른 나이에 암을 진단받는 경우, 한 개인에서 원발성 암이 여러 개 생기는 경우, 유방이나 신장 등 양측성 암을 진단받는 경우, 한 가족 내에서 같은 종류의 암이 발생하는 경우, 여러 세대에 걸쳐 암을 진단받는 경우, 남성형 유방암이나 갑상선 수질암 등 유전성 가능성이 알려진 희귀한 암을 진단받은 경우에 유전성 암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알려진 유전성 암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임상 증상이나 내시경, 조직검사 소견 등이 확인됐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유전자 검사를 권고 받을 수도 있다.” 

유전성 암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유전성 암에서 병적 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암 발생 확률이 크게 증가하고, 가계 내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전될 수 있기 때문에 유전성 암의 원인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것은 환자의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환자 가족의 암 위험도를 평가하고 암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가장 익숙한 BRCA1, BRCA2 유전자를 예로 들면, 한국인에서 BRCA1 변이 여성의 경우 70세까지 유방암 발생위험률이 72%, 난소암은 25%, BRCA2 변이의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률은 66%, 난소암은 11%로 보고되고 있다. 

이외에도 남성 전립선암, 췌장암, 담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미 암이 발병한 환자라도 유전성 암을 진단받으면 질환과 관련된 정보를 알게 되고 발생 위험도가 높은 또 다른 암에 대한 관리와 예방을 할 수 있다. 환자의 가족 중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직 암이 발현되지 않았지만, 암 발생 위험도가 높은 가족 구성원을 선별할 수 있다.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와 보인자에서는 암의 조기 진단과 예방을 위해 원인 유전자별 맞춤 감시 지침에 따라 정기적인 진찰과 검진이 필요하다.” 

유전성 암은 어떻게 진단하나. 

“암 환자에서 유전성 암의 원인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 선천적인 병적 변이가 확인되면 유전성 암으로 진단할 수 있다. 암 환자에서 시행하는 유전자 검사는 검체 종류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종양 조직 검체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서 후천적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 종양의 진단, 치료, 예후 평가와 관련된 유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유전성 암이 의심되는 환자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유전자 변이를 확인해야하므로 종양 조직이 아닌 정상 세포를 이용해 유전자 검사를 하는데 대부분 채취하기 쉬운 혈액 검체를 이용한다.

최근 병원의 건강검진프로그램이나 유전자 검사 회사에서 환자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암 예측 유전자 검사가 있는데, 이런 검사에서 특정 암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결과를 보였다고 해서 유전성 암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유전성 암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진료와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전성 암 유전자 검사는 어떻게 하나.

“유전자는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기본 단위다. 우리 몸의 세포 핵 내에 있는 염색체에 들어 있다. 보통은 가장 채취하기 쉬운 혈액을 채혈해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다. 유전자 검사는 특정 유전자에 질환을 일으키는 변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인데, 변이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유전자 검사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까지 한 가지로 검사로 모든 종류의 유전자 변이를 검출할 수는 없다. 

직접염기서열분석법, MLPA 검사법 등의 검사를 순차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고,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으로 유전성 암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들을 한 번에 검사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계 내에서 처음 유전성 암을 의심하게 된 환자에서는 여러 유전자 또는 특정 유전자 전체를 검사하고, 가계 내에 유전되는 병적 변이를 알고 있는 환자 가족에서는 특정 병적 변이가 있는지 없는지 만을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유전성 암에 대한 유전 상담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유전 상담은 환자에서 유전자 검사 전 유전 상담과 검사 후 유전 상담으로 진행한다. 이후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가족을 대상으로 유전 상담을 하게 된다. 검사 전 유전 상담은 병력 수집, 가계도 작성, 검사가 필요한 이유, 검사법에 대한 설명, 비용, 양성 및 음성 결과의 해석, 애매한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 유전될 가능성, 가족 검사 진행 가능성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검사 후 유전상담에서는 검사 결과 해석, 가족 검사의 필요성, 치료계획, 정신사회적요소 등을 상담하게 된다. 원인 유전자에 따라 유전 양식, 위험도 등이 다르고 특히 증상이 없는 가족 중 어린 자녀에서는 암종과 원인 유전자에 따라 유전자 검사 및 정기적인 검진 시기가 다르므로 유전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하대병원에서 진행하는 유전자 검사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금까지 알려진 유전성 암에 대한 대부분의 유전자 검사는 모두 가능하다. 유방암, 난소암 환자들에서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는 BRCA1, BRCA2 유전자 검사를 비롯해 대장암 환자에서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린치 증후군을 진단할 수 있는 APC, MSH2, MLH1 유전자 검사, 내분비샘 종양 환자들에서 RET 유전자 검사 등을 포함해 다양한 유전성 암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희귀질환 경기서북부권 거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희귀·유전질환센터인데,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고 유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각 과에서 진료 시 의료진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상담을 하고 있으며, 심층 상담이 필요한 경우 희귀·유전질환센터로 의뢰되면 코디네이터와 의료진이 유전성 암에 대한 상담을 시행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다학제 진료를 통해서도 유전 상담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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