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돌입한 주택 공급 대책, 뭐가 담기나
  • 노경은 시사저널e. 기자 (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23.09.10 12:05
  • 호수 176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 전후 발표될 부동산 공급 대책에 PF 만기 연장 등 포함…원희룡 장관 “압도적 정책 마련하겠다”

국내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는 미분양 물량 급증과 역전세난 우려,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발 연쇄부도설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반기 들어서면서는 공급 부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매달 발표되는 주택통계를 근거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내비칠 정도다.

정부는 추석을 넘기지 않고 9월 중순께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축된 주택 공급 금융을 지원하는 것이 대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미 PF 만기 연장을 예고한 상태다. 원희룡 장관도 9월초 “일부 건설사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들을 당장은 막을 수 있지만 그다음은 불확실하다”면서 “추가 출자나 추가 담보 제공, 수익성 좋은 사업장 매각 등으로 현금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금융 당국 및 채권단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PF는 브리지론과 본PF로 나뉘는데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이 부족한 디벨로퍼는 사업 초반에 토지 매입을 위해 고금리로 브리지론을 통해 돈을 빌린다. 이후 인허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하면 토지 담보 대출로 본PF 자금을 받아 브리지론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이 침체되자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시행사가 늘어났다. 정부는 PF 부실을 막기 위해 초기 단계 대출인 브리지론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법으로 건설 업계를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 인허가 이후 PF 전환이 중단된 곳이 많은 상태다. 때문에 이번에는 본PF 만기도 유연하게 조절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29일 여의도 HUG 서울서부지사에서 열린 주택공급혁신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 금융지원으로 ‘돈맥경화’ 풀릴까

이와 함께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 전매를 허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2020년 택지개발촉지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건설사가 분양받은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용지에 대해 부도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는 전매를 막았다.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모기업과 다수의 위장 계열사가 벌떼 입찰로 낙찰받은 후 계열사 간에 택지를 전매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교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건설사들의 PF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공공택지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분양받은 땅도 대금 미납으로 연체액이 급증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자금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전매 허용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 여력이 있는 건설사는 택지를 양도받아 주택을 공급하고 LH도 받은 택지 매각 대금을 공공주택사업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은 “전매를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토지만 확보하면 몇백억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벌떼 입찰, 내부 담합 형태로 공공택지를 받은 건설사가 몇 년 새 수조원의 외형 성장을 이루는 업계 왜곡이 심각했기에 전반적으로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비금융적 부분에 대한 대책으로는 인허가 수치 확대를 통한 공급 물량 확대가 예고되고 있다.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만5855건보다 29.9% 줄어든 수준이다. 인허가뿐만 아니라 착공 실적도 대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누적 주택 착공 실적은 10만2299건으로 지난해 22만3082건의 반 토막이 됐다. 특히 주택 수요가 가장 큰 서울의 경우 착공 실적은 1만3726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68%나 급감했다.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은 약 2~3년 후의 주택 공급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선행지표로 꼽힌다.

금리 안정기에 접어들면 지금보다 주택 수요가 늘어날 텐데 올해 들어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2~3년 후 주택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원 장관은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니만큼 충분히 압도적으로 움직이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원 장관은 지난달 29일 9개월 만에 주택공급혁신위원회를 개최해 공공 물량 확대를 위한 대책을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공급혁신위원회는 윤석열 정부가 270만 호 주택 공급의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민관 전문가로 구성한 조직이다.

 

“재초환 완화로 비금융적 요인도 관리”

인허가 물량 확충과 함께 민간 공급 물량 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부문 공급 확대 방안으로는 재건축 3대 대못 가운데 아직 해결되지 못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완화가 꼽힌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이 얻은 개발이익 일부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사업기간 동안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일부(10~50%)를 국가가 재건축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하반기 여당 의원들은 △부담금 면제금액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 △개시시점을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설립인가일로 연기 △부과 구간을 2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초환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야당 반대에 부닥쳐 1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울 등 택지 부족으로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지역은 재초환 완화를 통해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면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원 장관도 이 부분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거론되는 정부의 공급 대책안 방향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허가·착공 실적 급감과 함께 매매 및 전세시장 동반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데 공급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내비친다면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부문 공급의 중추 역할을 하는 게 LH인데, 최근 철근 누락 사태로 인해 국토부가 기존 LH와 설계 등 계약돼 있던 사업을 중단시키면서 물량 공급 일부가 중단되고 수사로 인해 업무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270만 호 주택 공급 가운데 공공 물량이 100만 가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LH가 73만2000가구를 맡고 있다.

민간 건설현장 역시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며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 끝에 시공권 해지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 공고에 건설사들이 응하지 않으면서 첫 삽조차 뜨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대출이 확대되더라도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다. 여기에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면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시장에 이를 받아줄 수 있는 수요층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