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9월 위기설, 어떻게 봐야 할까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7 12:05
  • 호수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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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상황 없었지만 불안 요소는 산재
우리 경제 허약한 점들 되돌아보는 계기 돼야

9월도 중순이 이미 지났다. 한낮의 더위는 아직도 여름이지만 그래도 아침과 저녁에는 가을 기분이 난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한때 돌아다녔던 9월 경제위기설은 확살히 가라앉은 듯하다. 위기설의 도화선은 블룸버그의 기사였다. 기사의 요지는 코로나 기간에 중소 상공인에게 지원해준 대출금 만기가 9월에 한꺼번에 몰리게 됐고, 상환유예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개인 파산과 금융권 연체 등 큰 위기에 봉착한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실은 모두가 아는 얘기들이다. 이미 여러 번 지적된 문제이며 그동안 정부나 금융 당국도 나름대로 대비해 왔던 것들이다.

ⓒ연합뉴스
최근 제기된 한국 경제 9월 위기설은 잠잠해졌지만 잠재된 문제 또한 만만치 않아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창문으로 바라본 부산항 모습 ⓒ연합뉴스

9월 위기설은 어떻게 나왔나

코로나 소상공인 대출상환유예 종료 문제부터 보자. 기본적으로 9월에 대출 만기 연장이 안 돼 실제 상환해야 하는 규모는 미미하다. 전체 지원 잔액 규모는 지난 6월말 기준 76조2000억원이라고 하는데 이미 대출 잔액의 93%인 71조원은 2025년까지 3년 만기 연장을 해놓았다. 상환유예된 대출은 최장 5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부실 위험이 있는 이자 상환유예 규모는 1조500억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설사 부실이 현실화한다고 해도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다.

부동산 PF 문제가 걱정스럽기는 하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말 0.55%에서 2022년 말 1.19%로 그리고 지난 6월말에는 2.10%까지 뛰었다. 역대 최악의 연체율이다. 건설사가 연대보증, 자금 보충 등 신용을 제공한 부동산 PF 단기자금 중 9월과 10월에 만기를 맞는 금액은 1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금은 일단 만기 연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온 국내 부동산 투자 건의 약 70%가 만기를 연장했다고 한다. 사정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위기까지는 아니다. 신용 제공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건설사는 대부분 상위 10대 건설사여서 아직은 차환이나 만기 연장에 무리가 없다고 한다. 은행은 물론이고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도 비교적 무난히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PF에 많이 물린 일부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은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 정도는 우리 경제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에 위기의 징후라고 할 만한 현상은 없다. 반가울 정도로 좋은 지표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유지는 하고 있다. 반년 가까이 코스피 지수는 2500~2600선을 횡보하고 있고 채권시장에서도 발행과 유통 시장이 모두 안정세다.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 처지에서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지표인 외환 상황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정부 개입 없이 적정한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누구나 다 아는 얘기를 다시 꺼낸 외신보도 하나로 위기설이 확산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는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들 때문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에 그친다. 외환위기 등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최저다. 기업들 사정도 어렵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의 비중은 2014년 이후 26~28%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8년 이후 30%를 넘더니 2022년에는 35.1%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의 30.9%보다도 높아졌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도 없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로 이미 미국 연준 기준금리인 5.5%보다 2%포인트나 낮다. 가계부채는 너무 많다. 지난 7월말 기준으로 정책모기지론을 포함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068조1430억원으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가장 컸다. 금융권 연체율이나 부실 채권도 계속 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32%포인트 증가한 0.27%였다. 위험 수준이라고 할 건 아니지만 2금융권은 좀 다르다.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업계의 지난 6월말 기준 평균 연체율은 5%를 넘었다. 2금융권은 고금리 상품으로 인한 유동성 위험도 안고 있다.

 

지속적인 위기설 낳는 부동산 PF 부실 부담

지금 주기적으로 위기설을 낳고 있는 부동산 PF 부실은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들인 금리 상승과 경기 악화,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려 있다.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과 원가 상승으로 공사 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이 늘어났고, 금리가 오르자 시행사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자금을 융통한 금융회사까지 타격을 받았다.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조금 나아진 듯하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본적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수요 부진은 그대로다.

실제로 지난 7월 전국 주택착공건수는 1만 채 아래로 떨어졌다.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연초 이후 누적은 10만2299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공공분양주택 물량도 지난해 2만2000가구에서 최근 7월까지 5000가구로 급감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공공분양 물량은 연간 목표의 7%에 불과하다. 착공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어야 가능하다. 부동산 PF 시장은 연체만 불어났을 뿐 1년 전보다 사정이 나아진 게 없다.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지만 불안은 곳곳에 남아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위기설로 돌아올 것이다. 당장은 문제가 없다고 해도 지금 견딜만 하다고 문제가 아예 해결된 건 아니다.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대출 상환을 미룬다는 것은 말 그대로 문제의 해결을 미루는 것뿐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경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사정은 나아지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정부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일단 해결을 미뤄놓고 경기가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모두가 경기 회복을 기다리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 동향’을 통해 중국 경기 불안으로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업황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8월 71에서 9월 67로 내려앉았다. 수출은 지난 8월까지 11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국제유가 상승과 중국의 경기 불안 우려로 물가도 다시 압력을 받고 있다. 물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그만큼 경기 회복도 늦어진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에 이어 2008년에는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고, 그 10여 년 후에는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었다. 생각해 보면 위기가 일상적인 시대에 불안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데 나름 쓸모 있는 장치다. 그만큼 준비하면 된다.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고 한다. 반복되는 위기설은 우리 경제의 허약한 점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불안한 게 정상이고 위기설에 솔깃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너무 탓할 일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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