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판타지물에 대한 로망, 《무빙》이 실현해 줬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7 11:05
  • 호수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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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무빙》으로 글로벌 스타 도약한 ‘신스틸러’ 김성균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을 향한 전 세계 시청자의 반응이 뜨겁다. 《무빙》이 공개되는 날을 ‘무(빙)요일’이라고 부를 정도다.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공개 첫 주 시청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플러스 아태 지역에서도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랭크됐다. 이를 입증하듯 미국 주요 외신들은 “《오징어 게임》에 이어 아시아에서 탄생한 히트작”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추고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특히 최근엔 남다른 부성애로 가득한 ‘이재만(김성균 분)’의 서사가 작품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재만은 괴력과 빠른 스피드 능력을 소유한 인물로, 평소에는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아들 ‘강훈’밖에 모르는 순수함 가득한 아빠로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애틋한 가족애를 자랑하던 재만이 일련의 사건으로 괴물 같은 능력을 드러내며 많은 사람 앞에서 그의 능력이 들통나게 된다.

매 작품마다 신스틸러로 활약 중인 배우 김성균은 ‘통제할 수 없는 괴력을 가진 강훈의 아빠’ 이재만을 열연하며 해외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연극배우로 첫 연기활동을 시작한 김성균은 2012년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의 오른팔 ‘박창우’ 역할로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강력한 신스틸러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나타낸 김성균은 제20회 대한민국 문화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작품으로 인지도를 쌓아온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역할을 맡아 그간 맡았던 캐릭터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이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매 작품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아들밖에 모르는 ‘이재만’ 역할을 맡아 다시 한번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성균을 직접 만나 《무빙》 비하인드 스토리와 근황에 대해 들었다.

ⓒ월트디즈키컴퍼니코리아 제공

요즘 《무빙》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너무 좋다. 요즘은 짧은 영상이 대세인 시대 아닌가.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를 이렇게까지 사랑해 주실지 몰랐다. 고생했던 현장에 대한 보상이지 않을까 싶다. 저희 같은 직업은 결국 작품에 대한 좋은 피드백이 보상이다. 앞으로 공개될 스토리도 기대해 달라.”

섭외 과정도 궁금하다.

“원작자인 강풀 작가님에게 연락이 왔다. ‘내 작품 중에 《무빙》이라는 게 있는데 읽어봤냐’고 묻더라. 초능력자 얘기라는 짧은 설명도 해주셨다. 그 전화를 끊고 바로 읽었는데, 장르가 히어로물이어서 특히 좋았다. 한국적 캐릭터들이 한국 문화 위에 섞여 있어서 읽자마자 빠져들었다. 사실 강풀 작가님과는 그 전에도 인연이 있었다. 제가 출연했던 영화 《이웃사람》이 강풀 작가님 작품이 원작이었다. 대학로에서 《순정만화》라는 연극을 한 적도 있는데 그 작품 역시 원작자가 강풀 작가님이었다.”

순수하고 바보스럽다가도 가족을 위해서는 돌변하는 ‘부성애 캐릭터’다. 강풀 작가가 기획 단계부터 점찍은 이유가 있을까.

“강풀 작가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애들 키우는 사람들은 만나면 육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일상생활이 육아니까 그렇다. 저 같은 경우 집에 있는 동안은 애들 식사를 거의 챙기는 편이다. 중1·초5·초2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도 돈가스를 해줬다. 완제품을 산 게 아니고 등심을 사다가 직접 만들어줬다. 노력을 많이 하는 아빠인데, 사실 요즘 생각이 좀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크니까 불러도 대답이 없다. 막내가 딸이고, 위로 둘은 아들이다. 대답 없는 아들들을 보면서 서운하더라. 나도 이 과정을 밟아가는구나 싶다.”

판타지물의 괴력을 가진 역할이다. 캐릭터를 잡을 때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돌변’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재만이는 평상시에는 바보 같은 캐릭터다. 저렇게 맑고 순수한 사람이 가족 일 앞에서는 돌변하며 괴력을 발휘한다. 그 외에는 무서워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재만이 하는 폭력조차 악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함께 출연한 류승룡 배우와는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류승룡 선배와는 식사를 자주 한다. 선배가 술과 담배를 끊었다. 그래서 지방 촬영이 있을 땐 제 아내로 나온 박보경 배우와 매니저들이 숙소 앞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애 키우는 얘기를 하곤 했다. 얼마 전에 승룡 선배에게 문자가 한 통 왔다. ‘성균아파트’를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더라. 하하. 워낙 베테랑 선배라 촬영하는 내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재만이 극 중에서 내내 2002년 월드컵 티셔츠를 입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캐릭터 설정에 아주 큰 도움이 됐다. 너무 많이 입어서 그 옷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촬영이 계속될수록 나중엔 너덜해지더라. 의상팀에서 다양한 버전의 월드컵 티셔츠를 준비해 줬다.”

괴력과 스피드가 있는 역할이다. 실제라면 어떤 괴력을 원하나.

“고소공포증이 있어 날 수 있는 능력보다는 재생되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 어릴 때 장난을 치다 보면 몸에 한두 개씩 상처는 다 있지 않나. 스스로 세포분열을 해서 낫는 능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했다. 악역부터 일상 연기, 이번엔 판타지까지. 가장 편한 건 무엇인가.

“편한 건 《응답하라 1994》다. 일상복을 입고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연기하지 않았나. 시대적 배경 또한 제가 겪었던 일이었고, 제가 쓰는 사투리를 썼다. 그냥 나 그대로 하는 연기라 편했다. 《무빙》은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저는 영화 《우뢰매》를 보고 자란 세대다. 심형래 선배님이 극 중에서 “띠리리리리리” 하며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람들이 안 볼 때 텀블링을 하면서 초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변한다. 그 시절에 동네에서 텀블링을 안 해본 친구가 없었을 정도다. 히어로물에 대한 로망을 《무빙》이 실현해 줬다. 더구나 배우로서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의미가 크다.”

최근에 예능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제작발표회에도 줄줄이 참석했다. 말하자면 수확하는 시기인데, 느낌이 어떤지 궁금하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대중을 만나는 시기가 없었다. 아, 내 직업이 대중과 소통하는 직업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직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연설명을 듣고 싶다.

“제 일상이 단조롭다. 촬영이 없는 날엔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 픽업하는 단조로운 삶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찌 보면 조금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서 사람들 앞에서 웃기도 하고 나를 표현할 일이 많아졌다. 안팎으로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얼굴 비치는 직업인데 배도 좀 넣고 미용실도 가야겠더라. 사실 그동안은 집이 양평이라 행사가 있더라도 강남 나가서 머리하는 게 귀찮아서 모자를 쓰고 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외형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빙》을 아직 보지 않은 분들에게 한마디 전하자면.

“부럽다. 여러분께서는 아직 재미있는 세상으로 갈 티켓이 남아있는 것이다. 소중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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