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확인’은 못 하고 ‘확인 과정’만 거쳤다는 뉴스타파 허위조작 보도 의혹
  • 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5 10:05
  • 호수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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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인정…오보는 아냐”
한국기자협회 등 6개 언론단체 “한국 언론 현장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

사실 확인 ‘과정’은 거쳤지만 사실 ‘확인’은 못 한 보도. 그런데도 대선 사흘 전에 급히 공개된 보도. 보도 1시간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널리 알려 달라”며 SNS에 공유한 보도.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프레임을 뒷받침한 보도. ‘대장동 일당’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대화 육성을 단독으로 전한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 논란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9월14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취재진 ⓒ시사저널 최준필

신학림 책값이 1억6500만원이라고?

뉴스타파 보도가 1년6개월 만에 ‘진위’를 의심받게 된 까닭은 김씨와 신 전 위원장 사이의 거액 돈거래가 수사 레이더망에 포착돼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9월1일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 전 위원장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뉴스타파 전문위원이었던 신 전 위원장이 김씨에게 부정한 청탁과 금품을 받고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를 통해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허위 인터뷰’를 내보냈다고 의심하고 있다.

기자 선후배 관계인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은 뉴스타파 보도 6개월 전인 2021년 9월15일 경기도 분당 소재 카페에서 만났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던 만큼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대장동 사업에 관한 것이었다. 이날 나눈 72분 대화를 녹음한 신 전 위원장은 대선을 닷새 앞둔 지난해 3월4일에야 뉴스타파에 제보했고, 이틀 후 뉴스타파는 두 사람 발언 가운데 “박영수와 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해결했다”는 취지의 김만배 음성을 중심으로 12분짜리 리포트를 제작해 내보냈다.

뉴스타파 보도가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결정적 계기는 신 전 위원장이 김씨에게 받은 1억6500만원이다. 신 전 위원장은 자신이 집필한 책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 1세트(책 3권)를 판매한 대가라고 해명하고, 김씨도 “예술적 작품으로 치면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하지만 ‘비상식적 거래’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신 전 위원장의 책이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1억5100만원),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1억3500만원)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전 위원장이 ‘혼맥 전문가’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나 책 한 권 정가(定價)가 5000만원이 넘는다는 데서 청탁의 대가라는 의심은 피하기 어렵다. 두 사람이 작성한 책 매매계약서 날짜가 6개월 전인 2021년 3월로 적혀 있는 이유, 신 전 위원장이 녹취를 6개월 동안 쥐고 있다가 대선 직전에야 제보하게 된 이유 등은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언론 노동자를 대표했던 거물급 인사가 취재원과 거액의 돈거래를 했다는 사실에 저널리즘 윤리 위반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인터넷 매체 편집장 경험이 있는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설사 신학림씨가 본인 책 한 권 가치가 5000만원 이상이라 생각했대도 김씨를 취재 목적으로 만났다면 ‘기자와 취재원’ 관계가 되는 것”이라며 “그런 관계에서 오가는 금전 거래가 부적절하다는 건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의 김준일 수석에디터는 “김만배씨가 그런 거액을 지불할 때 무언가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야 했다”며 “인터뷰 저의를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돈거래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두 사람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뉴스타파 보도 목적과 순수성이 의심받게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가치가 높아 보도했다는 입장을 피력하던 뉴스타파도 두 사람 사이의 금전 거래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자 “취재원과 거액의 금전 거래를 한 사실은 저널리즘 윤리상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후원회원과 시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국언론노조도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과 김만배 사이의 금전 거래는 유무죄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취재원 및 취재 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 정보의 가치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언론윤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튜브 화면캡쳐
뉴스타파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김만배 인터뷰 보도를 인용 보도한 KBS(첫번째 사진), MBC(가운데 사진), JTBC(마지막 사진)가 보도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유튜브 화면캡쳐

“그냥 봐줬지”의 주어는 尹 아닌 부하 검사

돈거래 말고도 짚어야 할 쟁점은 뉴스타파 보도 자체 결함이다. 뉴스타파 보도는 대장동 개발 종잣돈을 끌어모은 대출 브로커이자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씨가 김씨의 법조 로비를 통해 2011년 대검 중수부 윤석열 수사팀에서 특혜 수사를 받았다는 의혹의 연장선에 있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주장한 까닭이다. 2011년 수사 땐 입건되지 않았던 조씨가 4년 후 수원지검 재수사 때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20억4500만원을 선고받은 것도 ‘봐주기 수사’를 의심케 하는 팩트 가운데 하나다.

돈거래 사실에 논란이 증폭되자 뉴스타파는 9월7일 72분짜리 ‘김만배-신학림 녹취’ 음성 전문을 공개했다. 지난해 원(原) 보도와 비교하면, 당초 윤석열 검사가 사건을 “그냥 봐줬지”(김만배 발언)라고 해석됐던 부분이 편집된 것으로 확인돼 왜곡 논란이 일었다. 원 보도에선 윤 검사가 조씨를 봐줬다는 의미로 간주됐으나 녹취 전문을 보면 김씨의 “봐줬지” 워딩 주어는 부하 검사인 박아무개 검사였다. 또 원 보도에서는 윤 검사가 조씨에게 “네가 조우형이야?”라고 말했다는 김씨의 증언만 보도됐으나 녹취 전문에는 “(조씨가) 누구 검사를 만났느냐”는 신학림 질문에 김씨가 “박○○(부하 검사)를 만났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검사 윤석열과 브로커 조우형의 대면 여부가 확실치 않았던 것.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 이후 <김만배 음성 공개 파문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그냥 봐줬지”>(오마이뉴스 2022년 3월7일자)라는 인용 기사에 수천 개 댓글(네이버 기준)이 달리고 커뮤니티에 수차례 공유되는 등 윤 대통령이 조씨를 대면했다는 의혹이 대선 직전에 부상했던 걸 생각하면, 뉴스타파의 음성 편집은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다.

이 밖에도 지난해 보도에선 윤 검사 또는 박 검사가 조씨에게 커피를 타준 것으로 해석됐으나 녹취 전문에는 “직원들이” 타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뉴스타파 보도 전부터 제기돼 왔던 ‘윤석열 커피’는 윤 검사가 조씨를 대면 조사하면서 커피를 타줬다는 것으로 ‘봐주기 수사’ 의혹에 힘을 싣는 정황이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잘못 편집된 녹취라든지, 이런 건 있을 수 있지만 오보는 아니다”고 밝혔다. 심 기자는 녹취록 편집에 관해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우리 보도의 전체 취지에선 큰 결함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심 기자는 “뉴스타파 보도 취지는 윤석열 검사가 과장으로 있던 대검 중수부가 조씨 사건을 덮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커피 이야기는 조씨가 검찰에 들어갔을 때 편안한 분위기에서 있다가 왔다는 걸 상징하는 한 단면일 뿐이지 커피를 누가 타줬냐는 핵심이 아니다”고 했다.

김만배씨(왼쪽 사진)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
김만배씨(왼쪽 사진)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대선 개입 여론조작” 총공세 나선 尹 정권

검찰은 사건을 ‘대선 개입 여론조작’으로 규정하고 특별수사팀까지 구성했다. 9월14일에는 뉴스타파와 JTBC 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다. 정부·여당도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9월12일 뉴스타파를 인용 보도한 KBS, MBC, SBS, JTBC, YTN 등 5곳 방송사에 대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기로 의결했다. 의견진술은 방송사에 대한 중징계, 즉 법정 제재를 내리기 전에 이뤄지는 절차다. 문체부 역시 ‘가짜뉴스 퇴치 TF’를 가동해 뉴스타파 보도가 방송과 신문으로 유통됐던 과정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뉴스타파 보도 과정에 신문법상 위법이 있는지 뉴스타파 등록 지자체인 서울시와 함께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언론 장악 주범’이라는 비판 속에 임명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언론계는 뉴스타파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를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며 결집하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는 “지난해 대선 직전 벌어진 김만배 인터뷰를 둘러싼 취재윤리 위반, 이에 연결된 저널리즘 책무 위배는 한국 언론 현장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며, 깊은 성찰과 평가로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면서 “그러나 이를 빌미로 독재정권의 언론 통제 망령을 부활시키고, 언론 탄압을 정당화하려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정치적 음모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윤석열 정권과 언론의 대립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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