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첩첩산중, 국조는 지지부진…민주 ‘1특검4국조’ 운명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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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못 얻는 대여 전략…‘1순위’ 특검, 국회 임기 내 추진 난항
4국조 또한 실기 우려…尹‧與 ‘무대응’에 속수무책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대여 공세 카드로 꺼내든 이른바 ‘1특검 4국조’가 한 달째 제대로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1순위’로 꼽은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관련 특검은 특검법 제정 단계서부터 난항이 예상되며, 네 가지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 또한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이 철저히 ‘무대응 전략’으로 맞서고 있어 총선 전 ‘빈 손’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특검 4국조’ 추진을 공식 천명했다.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선 특검을 실시하고 ▲김건희 여사 일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 ▲방송통신위원회 KBS이사장 해임 의결 ▲새만금 잼버리 부실 사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4건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이 흐른 지금, 1특검 4국조는 답보 상태다. 그간 당내에선 “전선이 여러 갈래다보니 동력이 흐트러진다”는 우려와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 특검을 ‘1순위’로 정하고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당력 집중에 나섰다.

하지만 특검의 경우 여당의 협조 없인 첫 단계를 통과하기조차 쉽지 않다. 특검은 크게 상설특검과 일반특검으로 나뉜다. 상설특검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직권으로만 발동되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면 국회서 일반특검을 추진하는 방안뿐인데 당장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야당의 특검 추진을 ‘정치 공세’로 규정한 여당이 협조할 가능성은 제로(0)에 수렴하는 상황이다.

야당이 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은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뿐이다. 이미 야당은 법사위를 우회하기 위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대장동 50억 클럽 ‘쌍특검’ 법안도 패스트트랙에 태워놓은 상태다. 이번 채 상병 관련 특검 역시 같은 경로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역시, 도중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최장 27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을 꽉 채운 후에야 본회의에 회부된다. 문제는 21대 국회 임기가 내년 5월29일까지로 260일이 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당의 협조 없인 이번 국회 내 특검법 처리가 어려운 셈이다.

임기 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라는 난관이 또 하나 남아있다. 야당으로서 특검 추진이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이유다. 여기에 최근 채 상병 사건의 주요 관계자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교체돼 민주당의 ‘탄핵 계획’이 삐걱대면서 공세에 힘이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 국정조사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與, 습관적 반대…여론전 통해 국조 반대에 부담 느끼게 해야”

민주당이 특검을 1순위 사안으로 추진하면서, 함께 거론한 ‘4국조’는 더욱 동력을 잃은 분위기다. 4국조 중 하나인 잼버리 파행의 경우 경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한창인 데다 핵심 관계자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물러난 상황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역시 경찰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까지, 한창 비판이 들끓던 때에 비해 대중의 관심이 점차 식고 있다는 점 또한 민주당으로선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국조가 실시되더라도 증인채택과 자료요구 등의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여당 모두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국조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현재 감사원 정치 감사 의혹, 한‧일 정상회담, 대통령실 졸속 이전 의혹 등 민주당이 이미 제출한 국조 요구서들도 쌓여있는 상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조가 실제 성사된 사례는 10·29 이태원 참사가 유일하다. 정부‧여당이 야당에 철저히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는 탓이다.

‘윤석열 정부 실정’과 관련한 야당의 계속되는 문제제기와 여당의 무대응 기조는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팽팽해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야당이 총선 전 정국 주도를 위해 꺼내 든 ‘1특검 4국조’의 운명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회의적일 전망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14일 취재진에 “윤석열 정부 문제가 손에 꼽기 어려울 만큼 많아서 우리 당이 전방위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선 건 이해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어느 하나에 제대로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은 무조건적이고 습관적인 반대를 일삼고 있다. 각각 사안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 식기 전에 적극적으로 여론전을 펼치며 정부‧여당이 특검이나 국조에 반대하기 부담스럽게 만드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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