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뉴스에 칼 빼든 윤석열 정부, ‘디지털 언론중재위’ 만든다
  • 김현지·조해수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5 10:05
  • 호수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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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등 인터넷 매체들의 허위·명예훼손 정보도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규제 대상에 넣어
국민통합위,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정비...방송통신위는 ‘악마의 편집’과 싸우는 TF팀 출범

윤석열 정부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윤석열-이재명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된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이 불쏘시개가 됐다. 이 인터뷰에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으로서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 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9월5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보도는) 대장동 주범(김만배)과 언노련(언론노조연맹) 위원장 출신 언론인(신학림)이 합작한 희대의 대선 공작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김만배·신학림 두 사람에 그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인터뷰 음성파일을 ‘짜깁기’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외에 다른 주어의 이름을 지우거나 중간 대화 내용을 삭제했는데, 이를 통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관련한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JTBC도 도마에 올랐다. JTBC는 ‘조우형에 대한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을 2022년 2월 보도했는데, 조우형씨가 해당 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했음에도 보도에는 이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은 9월14일 뉴스타파와 JTBC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일러스트 신춘성

‘김만배 허위 인터뷰 사건’ 뉴스타파·JTBC 압수수색 일파만파

검찰 수사와 별개로 윤석열 정부에서도 전방위적인 가짜뉴스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위원장 이동관)는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지상파방송심의팀은 대대적인 보도 심의에 나섰다. 특히, 방통위TF는 허위 보도 등 악의적 행위가 단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가 온라인상 허위정보 규제를 핵심으로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단독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가 거론됐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 ‘디지털 언중위’라는 신무기를 개발한 셈이다.

디지털 언중위의 가장 큰 특징은 △‘대안적인 분쟁 해결(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을 통한 즉각적인 조정 △언론사가 직접 운영하지 않거나 뉴스 전문을 표방하지 않는 인터넷 채널의 콘텐츠까지 조정 대상으로 포함 등을 들 수 있다. 국민통합위가 만든 시행령은 결국 이동관 위원장의 방통위가 가짜뉴스를 대응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국민통합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논의해 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미디어’ 분야다. 국민통합위의 ‘국민통합과 미디어특위’는 크게 두 가지를 논의했다고 한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의 미디어 환경 △온라인상 허위정보에 대한 규제 등이다.

온라인상 허위정보와 관련해서는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뜻이 모아졌다. 기존의 언중위는 신문·방송 등 레거시 언론의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기구인데,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피해 구제 기구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구체화한 것이 ‘디지털 언중위’ 설립이다. 방심위 산하 명예훼손분쟁조정부를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부서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의 게시물로 인한 분쟁을 조정하는, 즉 디지털 언중위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통합위 미디어특위에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예훼손분쟁조정부(정보통신망법 44조의10)와 관련한 동법 시행령 36조(명예훼손 분쟁조정부의 설치·운영 등)를 개정한 것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와 법제처 등 유관 기관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정비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월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9월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심위'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 확대 개편

현재 유튜브 등 온라인 게시물 규제는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한다. 특히 온라인상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인한 피해 구제 관련 규정(44조~44조의10)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 개정됐다. 그러나 명예훼손분쟁조정부는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에서 온라인상 게시물로 인한 침해를 대부분 다루기 때문이다. 통신심의소위는 권리 침해가 인정되면 삭제, 접속 차단, 이용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등 망을 관리하는 사업자에게 결과를 통보하면 망 사업자가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통신심의소위는 ‘권리 침해’가 인정될 때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명예훼손분쟁조정부는 당사자 간 ‘견해 차이’가 발생한 때도 사안을 다룰 수 있다. 즉, 명예훼손분쟁조정부는 분쟁 당사자들이 해결 방안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중재에 나서는 협상 기반의 ADR(대안적인 분쟁조정)이다. 통신심의소위의 경우 심사가 진행돼 결과가 나오고 또다시 망 사업자에게 통보돼 조치가 취해지는 것에 비해, 명예훼손분쟁조정부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은 분쟁 당사자를 불러 소명을 듣는 등 명예훼손분쟁조정부의 기능과 방식을 언중위 수준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맘카페의 허위정보도 규제 대상”

이 같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방심위원장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 규정상 방심위원장이 명예훼손분쟁조정부의 장을 지명한다. 이를 보여주듯,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9월8일 취임사에서 ‘가짜뉴스 척결’을 강조하며 “인터넷 언론사들의 유튜브 채널 등과 관련한 심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류 방심위원장은 “가짜뉴스가 확산된 후에는 막을 길이 전혀 없다”면서 “이를 위해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심각한 가짜뉴스의 경우는 긴급안건으로 신속한 심의가 이뤄져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의 또 다른 큰 방향은 ‘언론보도로 분류되지 않은 온라인상 게시물에 대해서도 조정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다. 언중위가 지난해 8월경 발표한 ‘조정대상 매체 기준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사가 인터넷에 올린 보도만 조정 대상으로 삼았다. 언론사가 인터넷에 게재했더라도 보도가 아닌 경우에는 조정 대상이 아니다. 뉴스 전문을 표방하는 인터넷 채널에 대해서는 ‘유보’ 판단을 했다. 당연히 뉴스 전문이 아닌 채널은 조정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온라인상 허위정보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 맘카페 등 언론보도의 형식을 띠지 않는 허위정보가 가짜뉴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규제를 위해 디지털 언중위가 필요한 것이다. 관건은 시행령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국회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이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나마 인터넷 콘텐츠를 규제하는 이유는 허위정보의 폐해 때문이다. 특히, 선거 기간에는 그 폐해가 심각해진다. 잘못된 정보가 민의를 왜곡해 결국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 개념이 처음 나온 때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미국 대선 기간이었다. 우리나라 선거에서도 유튜브, 인터넷 홈페이지, SNS 등 온라인상 위법 게시물 삭제 건수가 증가 추세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시사저널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확보한 ‘최근 선거 관련 사이버상 위법 게시물 삭제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5만1535건(유튜브 191건)이 삭제됐다. 그러나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에선 무려 8만1141건(1071건)이 삭제됐다. 이는 2017년 19대 대선(유튜브 4건), 2018년 7회 지방선거(60건) 대비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와 맞물려 언중위의 유튜브 관련 조정 건수도 늘었다. 지난해부터 집계된 ‘동영상플랫폼 관련 조정신청 처리현황’ 자료를 보면, 2023년 1월1일~8월31일 유튜브 관련 조정 청구 건수는 322건이다. 이 가운데 언론사가 기존 보도를 자사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경우(원보도 매개)는 140건(43.5%)이다. 언론사가 자체 제작한 동영상 콘텐츠의 경우에는 182건(56.5%)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자체 제작 영상과 관련한 조정 건수(19건·5.4%)보다 약 10배 늘어난 수치다. 2022년 유튜브 관련 조정 신청은 모두 352건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5월9일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열었는데, 9월10일 기준 모두 50여 건이 접수됐다. 기성 언론을 비롯해 유튜브 등과 관련한 신고·상담 건수다.

국민의힘 윤두현·김장경 의원이 9월14일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전·현직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김어준·주진우·최경영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연합뉴스

“언론의 자유 위축될 우려”도 제기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에는 “가짜뉴스, 악의적 왜곡 등의 문제는 자율 규제를 통해 해결되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 “모든 조직화된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자유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인해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심우민 경인교육대학교 입법학센터장은 “온라인상 허위·조작 정보를 제도를 통해 해소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가짜뉴스라는 덫을 씌운다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심 센터장은 다만 “콘텐츠 분쟁은 대부분 당사자 간 견해차에 따라 다투는 구조이기 때문에 법정으로 가는 대신 조정 역할을 강화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면서도 “유튜브 등에 대해 언중위도 일부 개입하는 만큼 사실상 ‘이중 규제’ 또는 ‘중복 규제’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 허위정보 범위도 모호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통상적으로 ‘언론보도 형식으로 사실과 다른 정보가 유포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허위정보는 가짜뉴스에서 더 나아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로 통용된다.

이와 관련해 2008년 ‘미네르바 사건’을 참조해볼 만하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필명)는 당시 온라인상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그에게는 ‘공익을 위해할 목적의 허위통신죄(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 혐의가 적용됐다. 그러나 사법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미네르바가 글의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0년 해당 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입법이자 형벌 조항이기 때문에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위헌 판결을 내렸다.

반대로 온라인상 허위정보 확산 등 시대 변화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해외 국가 중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연합이 관련 규제를 하고 있다. 독일은 형법에 ‘대중선동죄’를 규정했다. 이 법은 '구술이나 간행물을 통해 치안에 방해가 되는 방식으로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거나 그들에 대한 폭력적 또는 독단적 조치를 요구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네트워크집행법’은 이에 해당하는 게시물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은 선거 기간 온라인상 허위 정보 등을 규제하고 있다.

언론·방송법 등을 다룬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공법학회장)는 “유명무실했던 명예훼손분쟁조정부를 확대 개편해 온라인에서 범람하는 잘못된 정보를 다루겠다는 전반적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짜뉴스, 허위정보에 대해 다룬다면 명예훼손분쟁조정부 확대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기구를 전면 개혁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방통위가 온라인상 허위정보를 다룰지 혹은 별도 기구로 갈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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