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도 단식 이어간다는 이재명…무엇 얻고 무엇 잃었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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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19일째’ 건강 악화로 병원행…‘링거 단식’ 지속 의지
당 결속으로 리더십 회복…체포안 전 ‘일시적 효과’란 분석도
단식 중 건강 악화로 18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같은 날 타병원 이송을 위해 응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 중 건강 악화로 18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같은 날 타병원 이송을 위해 응급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말 사이 구급차까지 돌려보내며 단식 강행 의지를 보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병원으로 이송됐다. 단식 19일째다. 하지만 이 대표는 병상에서 이른바 ‘링거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이 대표 단식의 ‘출구’가 막연한 가운데, 단식으로 인한 득실 평가 또한 엇갈리고 있다.

국회 당 대표실에서 단식을 계속하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지도부가 부른 앰뷸런스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이 대표는 혈당이 급속히 떨어지며 거의 의식을 잃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한 이 대표는 최소한의 수액 치료 외에 음식섭취를 일절 하지 않고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대표의 단식 정국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李 단식 향한 정부‧여당의 태도가 당 더욱 결집시켜”

지난달 31일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민주주의 훼손 사과’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반대’ ‘국정 쇄신 및 개각 단행’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당시 이 대표가 내건 요구조건 가운데 현재까지 제대로 이행된 건 사실상 없다. 이 때문에 당초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물음표가 계속 따라붙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이번 단식을 통해 얻은 정치적 효과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긴 기간 단식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그동안 난제였던 당내 통합과 당 장악을 어느 정도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이 대표 건강이 눈에 띄게 악화하면서 단식 초반에 쏟아지던 당 안팎의 비판부터 크게 잦아든 모양새다. 그간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해 온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이 연이어 단식장에 방문해 이 대표 손을 맞잡았다. 이 대표를 향하던 비판적 메시지는 온통 야당 대표의 단식에 무관심한 정부‧여당에게로 모아졌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18일 취재진에 “이 대표 단식에 대한 대통령실의 무시와 여당의 조롱이 민주당 내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어준 경향이 없지 않다. ‘아무리 미워도 야당 대표가 수일 째 국회서 단식 중인데 어쩌면 저럴 수가 있느냐’는 공감대가 당내 형성된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계파 갈등의 핵심 쟁점이던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서도 자연히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앞선 의원은 “지금 타이밍에 어느 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꺼내들고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목소리를 내겠나”라며 “기존 생각이 바뀌진 않았을지언정 이를 대놓고 주장하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식 초반 미진했던 지지층 결집 효과도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18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대표 단식 2주째를 넘기던 9월 둘째 주 민주당 지지율은 46.0%로 전주에 비해 1.8%포인트 소폭 상승했다. 지난 5월2주차 47.0%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1.5%포인트 하락한 35.3%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대전·세종·충청(5.7%포인트↑)과 부산·울산·경남(4.5%포인트↑), 서울(4.5%포인트↑)에서 크게 오른 가운데, 30대(12.6%포인트↑), 40대(9.9%포인트↑) 등 전통 지지층에서의 지지율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 대표 검찰 출석과 단식장 흉기 난동 등 일부 악재도 있었지만, 예상을 넘는 단식 장기화와 이에 따른 지지층 결집은 뚜렷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17일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머물고 있는 국회 당 대표실 앞에 의원들이 앉아 있다. ⓒ연합뉴스
17일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머물고 있는 국회 당 대표실 앞에 의원들이 앉아 있다. ⓒ연합뉴스

체포안 오면 끝나는 평화? ‘폭풍전야’ 민주당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 민심까지 흡수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 승패를 가를 중도‧무당층에선 여전히 이 대표 단식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포착된다. 단적인 예로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3일 발표한 조사에서 이 대표 단식에 대해 중도층 52%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적절하다’는 46.8%). 무당층에서도 ‘부적절하는 응답이 53.5%를 기록, 적절하다는 응답(38.8%)을 크게 앞섰다.

무엇보다 이 대표 단식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정치적 효과들이 대부분 ‘일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이날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 정국이 또 한 번 눈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체포동의안 가‧부결을 두고 한동안 잠잠했던 당내 이견이 다시 분출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친명계는 지난 6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이후 잦아든 체포안 부결론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 대표가 병원에까지 실려 간 만큼 ‘동정표’가 영향을 미쳐 체포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는 25일 예정된 본회의 체포안 표결에서 실제 부결이 이뤄질 경우, 비명계의 반발은 극에 달하고 민주당을 향한 ‘방탄’ 비판 또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체포안이 가결될 경우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을 비롯한 당원들의 집단 반발에 직면해 이 또한 당내 거센 분란을 낳을 전망이다. 혹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총선 앞 지도부 공백 사태를 빚으며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단식 정국에 휩싸여 있는 지금은 그저 ‘폭풍전야’일 뿐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원씨앤아이 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9~11일 전국 유권자 2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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