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출신’에도 두 팔 벌린 국민의힘, 유승민·이준석엔?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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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조정훈‧조광한 등 野 인사 영입…중도 확장 위한 ‘빅텐트’ 시동
한 지붕 아래 비윤계엔 ‘난색’…“집에서도 너그러움 보여 달라”
20일 국회에서 열린 에서 김기현 대표(뒷줄 오른쪽)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이날 입당한 인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박영춘 전 SK그룹 부사장, 개그맨 출신 김영민 씨. ⓒ연합뉴스
20일 국회에서 열린 에서 김기현 대표(뒷줄 오른쪽)와 윤재옥 원내대표가 이날 입당한 인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박영춘 전 SK그룹 부사장, 개그맨 출신 김영민 씨.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총선 200여 일을 앞두고 먼저 외부 인재 영입에 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출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비롯해 문재인 정부‧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다수 끌어안았다. ‘총선 위기론’ 타개책이자 김기현 대표가 강조해 온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의 확장판이란 게 당의 자평이다. 하지만 정작 한 지붕 아래 머물고 있는 비(非)윤석열계 인사들과는 좀체 거리를 좁히지 않고 있어, 당 지도부의 포용‧확장 행보가 ‘절반’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0일 총선에 대비한 영입 인사 5명을 발표, 입당 환영식을 가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세청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지낸 김현준 전 사장, 역시나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과 제주경찰청장을 지낸 고기철 전 청장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도 국민의힘호에 몸을 실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갈등을 빚어 온 조 전 시장은 자신을 따르는 1800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총선 인재영입 1호로 발표했다. 조 의원도 합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오는 21일 별도의 국민의힘 입당식을 가질 예정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영입 인사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을 겨냥해 “옛말에 망하는 집안은 집안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고 흥하는 집안은 사람이 드나든다는 말이 있는데, 후자가 국민의힘 모습”이라고도 강조했다.

당 지도부에선 적진의 인사를 적극 영입함으로 인해 총선 앞 포용과 확장의 이미지를 선점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갈 곳 잃은 중도층을 향해 국민 통합의 의지를 어필하기 위한 행보란 분석도 나온다.

또한 이날 영입된 인사들은 대부분 수도권 등 민주당세(勢)가 강한 취약지역에 정치적 연고를 두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이들을 해당 지역에 적극 배치해,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 구도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실정을 ‘내부자의 목소리’로 한층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가 그렇게 비판했던 위성정당 수혜자를…”

하지만 당 지도의 이 같은 영입을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중립지대에 있던 사람을 모셔오자는 방향인 것 같지만 약간 논란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재영입 1호’로 조정훈 의원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해 “위성정당을 만들어 의원직을 시작했고 또 탈당을 했다.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지 많은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우리 1호로 내세우긴 좀 그렇다”고 박하게 평가했다.

국민의힘 한 원내 관계자 역시 이날 취재진에 “조 의원은 우리가 그토록 비판했던 위성정당의 혜택을 받아 들어온 인물이다. 뿌리가 그렇다”며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던 LH의 수장 출신까지 상징성 있는 첫 인재영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이번 영입에 좋은 평가는 못 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3지대에 머물며 신당 창당에 나선 금태섭 전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 영입을 보면 결국 당에 들어가서 민주당 공격하면서 또 주류 용산의 말은 따르고,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비윤 끌어안아야” 외침에도 지도부 ‘무응답’

무엇보다 당초 김 대표가 강조한 ‘연포탕’의 핵심 대상인 비윤계 등 당내 비주류 인사들에 대해선 손조차 제대로 내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여권 차기 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당 안팎에서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여전히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준석계 ‘천아용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조정훈 의원 등 당의 영입 발표에 대해 ‘밖에서 보여주는 당신의 좋은 모습, 집 안에서도 보여주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공유했다. 그러면서 당을 향해 “모쪼록 우리 당 지도부가 민주당 출신도 받아 안는 그 광활한 너그러움을 당내 이견을 가진 분들에게도 보여주길 기대할 뿐”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팎의 요구에도 김기현 지도부가 비윤계를 포용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오고 있는 유 전 의원을 두고선 “이미 선을 넘어버렸다”는 평가가 다수다. 유 전 의원도 이러한 평가는 의식한 듯 지난달 “당에서 내게 공천을 주려 하겠는가”라며 “백지상태에서 고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청년 이미지를 갖춘 이준석 전 대표, 특히 천아용인에 대해선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 더 큰 것으로 감지된다. 하지만 역시나 친윤 성향의 지도부는 이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내며 사실상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역시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최근 이른바 “3개월짜리 당대표”라는 윤 대통령 과거 녹취가 공개되면서 당내에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국민의힘 한 원외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쓴 소리도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전 정부 출신 인사를 영입하며 중도 확장을 노린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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