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호떡 뒤집듯”…이재명 ‘부결 호소’에 분노한 비명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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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역풍 우려” 이상민 “후안무치…가결 가능성 높아”
21일 국회 정문에서 경찰이 외부인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을 표결한다. ⓒ연합뉴스
21일 국회 정문에서 경찰이 외부인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날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을 표결한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21일 국회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민주당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날 이 대표가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한 것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가 거칠게 반발하면서다. 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마저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 우려를 표하면서 이날 체포동의안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의 부결 호소에 대해 “황당하고 당황스럽다”고 혹평했다. 이어 “이제 ‘개딸’ 등 강성 지지자 말고 이 대표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당의 원로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도 ‘역풍’을 우려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메시지가 저는 저게 역풍이 생각보다 상당한 걸로 보여진다”며 “저거 나온 후에 전 어떤 심리적인 분당 사태로 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체포동의안 오면 이번에 이 대표가 ‘이거 가결해 주시오. 나 가서 실질심사 받겠습니다. 증거도 하나도 없는데’. 이게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그런 수순 아닌가”라며 “그런데 저렇게 나올 거라고는 누가 생각을 했겠나. 부결 호소문을 낼 거라고”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의 메시지를 본 의원들의 반응 역시 ‘경악’에 가까웠다고 유 전 사무총장은 전했다. 그는 “깜짝 놀라는 분위기더라. 거기서 심한 표현은, ‘아이고, 본인이 더는 당 같이 못 하겠다’. 이런 얘기들도 하고”라며 “이번에 부결이 된다 한들 저거는 이 정기국회, 중요한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금 너무 내분에 휩싸이는 걸 걱정해서 조금 뒤로 미루자는 뜻이지 결국 정기국회 끝나면 12월에 어차피 그때 가서 일전불사 이런 거 아닐까 보여진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비명계 한 의원도 “(불체포 특권포기) 약속을 호떡 뒤집듯 뒤집으면 앞으로 당 대표 메시지에 어떤 힘이 실리겠나”라고 반문한 뒤 “검찰의 기소가 부당하다면 사법부가 기각할 것이고, 그러면 대정부투쟁에도 힘이 실린다. 이번에도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총선까지 ‘방탄’만 하게 되는 꼴”이라고 우려했다.

야권 일각에선 ‘가결파’가 적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른바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의 폭탄 문자와 동정 여론에 가려졌지만, 당내 ‘침묵하는 가결파’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총선에서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수도권 의원들과 비명계 표심을 합하면 ‘근소한 가결’로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명계 좌장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2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부결을 호소한 이 대표를 겨냥해 “뻔뻔하고 후안무치의 극치다. 한 가닥 양심도 없다”고 비판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에 대해선 “가결과 부결 확률이 반반”이라면서도 “가결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확대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문제와 당 문제는 다르다”며 “개인적인 감정이 공적으로 처리해야 될 당의 문제와 뒤섞이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과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안이 동시에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재적의원 298명 가운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 단식으로 병원에 입원한 이 대표,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있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출석해도 295명이다. 따라서 찬성표가 148명 이상이면 과반으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국민의힘(110명)과 정의당(6명),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 2명을 합하면 120명이다. 기권이나 무효표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당에서 28명이 찬성으로 돌아서면 가결되는 구도다. 이 대표의 지난 2월27일 첫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기권·무효표를 던진 민주당 ‘이탈표’는 31~37명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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