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동지들’에 사선에 선 이재명
  • 박성의·구민주·변문우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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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투표수 295표 중 가 149표, 부 136표…체포안 가결
李, 입원 중 표결 결과 확인…“지도부 붕괴 위기 직면”
21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21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대화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주십시오.”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소’가 물거품이 됐다. 예상을 뒤엎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본회의 표결에서 가결되면서다. 정치권에선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이 사실상 ‘이재명 체제 재신임 투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뿐 아니라 민주당 내 다수 의원이 체포안 가결에 투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재명 지도부’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재석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무효 10표로 가결됐다. 단식 여파로 병상에 있는 이 대표와 외교부 장관으로 미국 출장 중인 박진 의원, 수감 중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표결에 참여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안 사유 설명을 통해 이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등 혐의 등을 언급했다. 한 장관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 조폭 출신 사업가와 결탁해 거액의 외화를 유엔(국제연합) 대북 제재까지 위반해 가며 불법적으로 북한에 상납한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이 구속 필요성을 조목 조목 설명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금 뭐하는 것이냐”, “장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한다”, “검찰 탄압 중단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결국 한 장관은 준비한 발언을 다 마치지 못한 채 단상에서 내려왔다.

한 장관의 발언이 끝난 후 의원들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무기명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수기로 이뤄지는 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30여 분간 이뤄진 개표 결과 체포안이 가결되면서 이 대표는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가결 표가 부결 표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되면서 이 대표는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비명계뿐 아니라 범친명계로 알려진 일부 의원들도 가결에 투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했지만,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도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표결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울먹이는 목소리로 “(가결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많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긴급하게 모여서 논의하고 추후에 다시 (입장을) 말해주겠다. 지도부가 긴급하게 모여서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체포동의안 후폭풍으로 ‘이재명 지도부’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체포안 가결로 당이 풍비박산날 가능성이 커졌다. 당내 갈등이 역대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며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의 ‘이탈표 색출’ 작업이 이어지면서 당은 한층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민주당 내 친명과 반명의 갈등이 훨씬 더 커질 것이다. 각각 가결과 부결 논리를 두고 더 격렬히 부딪힐 것”이라며 “특히 이 대표는 단식 중 자기 말을 뒤집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는데 결국 가결되면서 정치적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대표와 민주당 앞에 더 혹독한 시련이 예고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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