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호소 안 먹혔다…민주, ‘유쾌하지 못한 결별’ 치닫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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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149‧반대 136으로 체포안 ‘가결’…민주당 내 최소 29표 이탈
이재명 ‘막판 호소’ 역효과란 분석…“당 풍비박산 날듯”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후 동료 의원들의 중단 요청을 뒤로한 채 당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후 동료 의원들의 중단 요청을 뒤로한 채 당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내 ‘반란’이 벌어졌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 이탈표가 최소 29표 나온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 대표 리더십에 치명상이 가해졌다. 표결 전부터 신경전을 벌이던 친(親)이재명(친명)계와 비(非)이재명(비명)계 간 갈등도 극에 달해 분당(分黨)을 우려할 수준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했다. 재적 의원 29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49표로 가결 요건(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넘어섰다. 반대 136표였고 기권과 무효는 각각 6표, 4표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월 이 대표에 대한 첫 번째 체포동의안 표결 때도 30표 안팎의 이탈표가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무효표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과반 찬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이후 이 대표는 혼란한 당 분위기 수습을 시도하며 리더십 회복에 나섰다. 친명계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검찰 탄압’을 주장하며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한 압도적 부결 분위기를 조성해갔다. 하지만 이날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면서 민주당은 리더십 공백과 친명 위주 지도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 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후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 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결’과 동시에 분열 시작…‘심리적 분당’ 가속화할 듯 

이날 표결 전까진 민주당 내에선 부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다소 우세했다. 이 대표가 장기 단식으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된 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당내 검찰의 ‘무도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이유였다. 이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역시 의원들 사이 퍼져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이 대표가 표결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부결 지침’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 대표는 당을 향해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국가권력 남용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저들의 꼼수에 놀아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검찰 독재의 폭주 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 세워 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당내 비명계는 물론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번복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역시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메시지에 대한) 역풍이 생각보다 상당한 걸로 보인다”며 “부결 호소문을 낼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 ‘아이고, 더는 당 같이 못 하겠다’는 얘기들도 나온다”고 전했다.

여기에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 사이 ‘이탈 의원 색출’ 움직임이 커지고 이에 친명계 의원들이 사실상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내 불만은 더욱 고조됐다. 비명계 한 의원은 전날 시사저널에 “이런 움직임들이 이재명 대표에게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걸 모르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가결은 분열, 부결은 방탄’이라고 당초 예상했던 딜레마대로 민주당은 당장 극심한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개딸’ 등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가결 결과가 발표된 직후 거세게 반발하며 찬성표를 던진 의원 색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로 이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는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는 이 대표가 혹 구속될 경우, 총선 전 당 전체가 치명타를 입게 되는 만큼 이 대표 조기 사퇴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날 표결 전부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필요성을 제기해 온 만큼, 이에 대한 요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친명계의 반발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며 향후 ‘옥중 공천’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당내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유쾌한 결별’ 등으로 비교적 가볍게 언급됐던 분당 목소리에 더욱 화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 구속 수감되더라도 당대표직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소 연말까지 옥중에서 버티고 후임 지도부도 친명계 위주로 구성하려 할 것”이라며 당내 갈등이 한동안 수습되긴 힘들 거라고 내다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통화에서 “이번 표결로 이 대표가 당내 장악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확인됐다. 끝까지 당당하게 영장심사 받겠다고 나서는 게 맞았다”며 “그럴 타이밍을 놓치고 이번 가결 결과를 받아 안으면서 당내 갈등은 역대 최고조로 치닫고 풍비박산 상태로 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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