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과의 전쟁’ 선포했는데…안동교도소에 마약 반입 돼
  • 조해수·김현지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3 10:05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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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안동교도소에서 ‘마약류 성분이 있는 주삿바늘’ 적발
1년 넘도록 반입 경로, 반입자, 투약자 밝혀내지 못해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교도소에 마약이 반입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범죄가 발생한 지 1년이 넘도록 마약 반입 경로는 물론 반입자·투약자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도소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법무부는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필로폰 1g 반입”...33번 투약 가능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9월경 안동교도소에서 규율 위반 수용자 보관품을 검사하는 과정에서 마약류 성분이 있는 주삿바늘(주사기)이 적발됐다. ‘형의집행 및 처우에 관한 법률’ 제92조에 따라, 교도소 내에서는 마약·담배·주류·흉기 등 금지물품 반입 및 소지가 엄격히 금지된다.

이에 따라 대구지검 안동지청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관련 수용자 및 직원들 전원에 대한 마약류 감정을 의뢰했다. 그러나 마약 투약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약 검사에서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사건이 막히면서 수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측은 11월1일  “해당 규율 위반 수용자 등의 주삿바늘 취득 및 반입 경위에 대해서는 안동지청에서 계속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이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법무부, 대구지검 안동지청, 안동교도소 등을 다각적으로 접촉했다. 그러나 법무부, 안동지청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점을 내세워 사건 경위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안동교도소 청사 ⓒ
안동교도소 청사 ⓒ법무보 교정본부

이에 시사저널은 복수의 안동교도소 관계자를 통해 사건을 파악했다. 이 사건은 이미 안동교도소 안팎에서 유명한 사건이었다. 다음은 A씨의 진술이다.

“1g가량의 필로폰이 (안동교도소에) 반입된 흔적과 그 필로폰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가 수용자에게서 나왔다. 그 수용자 중 여럿이 마약수(마약으로 수감된 자)에게 거금의 영치금을 입금받은 내용도 발견됐다. 그 수용자 중 두 명은 외부에서 의약품과 물품을 반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두 명은 현재 ○○교도소, △△교도소로 이감됐다. 필로폰 행방에 직원이 개입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인 것을 감안하면, 1g은 약 33번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가격으로는 60만원 상당이다. 시사저널은 이와 같은 진술에 대해 법무부 측에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확답을 피했다. 다만 안동지청 관계자는 11월1일 “관련 수용자 중 일부는 다른 교도소로 이감 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년이 넘도록 수사하고 있지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마약을 들여왔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안동지청 관계자는 11월1일 “여러 가지 과학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이 때문에 수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약사범을 전문으로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교도소 안으로 마약을 넣을 수 있는 루트는 외부 반입 물품 또는 교도관을 통하는 방법뿐”이라면서 “수용자뿐만 아니라 교도관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4월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왼쪽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당정협의회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왼쪽 두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악’ 소리 나게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4월21일 국회 당정협의회에서 “마약 유통, 제조, 밀수, 상습적 흡입에 대해 놀랄 만큼 강력 처벌하고 많이 잡아내겠다”면서 “‘악’ 소리 나게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동교도소 마약 반입 사건은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법무부가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안동교도소 측은 10월31일 마약 검사에서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식의 주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또 다른 안동교도소 관계자 B씨는 “교도소 내에 마약이 들어왔는데, 1년이 넘도록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나. 혹시 같은 법무부 공무원인 교도관들을 위해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면서 “마약 사건 외에도 안동교도소에서는 여러 가지 비위 사건이 벌어졌다. 다른 교도소라고 다르겠는가. 교도소는 성역이 아니다. 한동훈 장관은 먼저 교도소부터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물품 검사, 특별사법경찰팀의 마약정보 수집활동 강화 등 교정시설 내 마약류 유통을 차단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의 외부 차입금지 등 외부물품 반입 관리·감독을 강화해 마약이 교정시설에 반입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0월21일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마약을 이겨내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예방-수사 및 처벌-치료라는 3박자가 갖춰져야 하는데, 수사 및 처벌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마약중독자 치료지원 관련 사업 예산에 4억1600만원이 책정됐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요청한 28억600만원에서 85% 삭감된 것이다.

전혜숙 의원은 “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더니, 단속과 검거에만 치중할 뿐 중독자의 건강한 사회 복귀는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내년도 마약중독자 치료지원 사업 예산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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