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창업] 신세대 주전부리, 탕후루 창업이 수상하다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5 12:05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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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 열풍에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30~40개
장수 창업보다 단기간 수익성 노린 창업자에게 적합 전망

요즘 상권에는 탕후루가 화두다. 탕후루 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건강과 관련한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소아·청소년의 ‘설탕 과소비’ 주범으로 탕후루가 지목되면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0월25일 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탕후루 프랜차이즈 기업 달콤나라앨리스의 정철훈 사내이사(공동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그럼에도 탕후루를 찾는 소비자는 급격한 증가세다.

탕후루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계층은 10·20대 신세대 여성층이다. 매운 음식의 대명사인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는 게 그들의 루틴이라고 할 정도다. 탕후루는 중국 베이징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간식 중 하나다. 긴 나무막대에 산사나무 열매 등 여러 가지 과일을 끼워 달콤한 시럽을 바른 후 굳혀 만드는 길거리 음식이다. 산사나무 열매는 기름진 중국 음식을 먹고 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먹던 전통 먹거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탕후루는 딸기, 파인애플, 포도 등 여러 가지 과일로 만들어 신세대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창업시장에서는 코로나 이후 침체된 상권을 살릴 새로운 아이템으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탕후루 프랜차이즈 매장을 고객이 지켜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포털사이트 기준 1400곳 이상 영업 중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탕후루 가게는 포털사이트 기준 1400개를 넘어서고 있다.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많이 오픈한 상황은 아니지만, 서울 등 수도권 상권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다. 탕후루 아이템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선발 브랜드의 경우 2022년 말 기준 가맹점 43개 정도였으나, 올해 들어 무려 400개 이상 신규 가맹점이 새롭게 오픈했다. 탕후루 열풍의 주역이다. 현재 공정위에 등록된 탕후루 브랜드는 9개다. 미등록 브랜드까지 합하면 30~40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탕후루 창업이 급증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이후 배달업종 폐업이 늘어났고, 소자본 창업자 입장에서는 폐업 후 새로운 재기 아이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탕후루는 길거리형 아이템으로 창업 문턱이 낮다.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콘셉트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신세대 상권은 여전히 불황의 골이 깊다. 그럼에도 유독 탕후루 가게는 카페 아이템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새롭게 오픈하는 매장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 때 오프라인 밀키트 가게가 폭증했던 것처럼 탕후루 가게 역시 같은 현상으로 읽힌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이 지점이다. 관건은 탕후루를 먹는 소비자들의 반응일 게다. 탕후루의 핵심 소비자는 남성보다는 여성, 여성 중에서도 10·20대 고객이 주를 이룬다. 신세대 소비자 반응을 보면 탕후루를 먹고 난 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달콤한 과일에 달달한 시럽까지 입혔으니 혀끝의 만족도가 낮을 리 없다. 탕후루의 건강 논란과는 무관하게 1020 신세대들은 만만한 주전부리로 좋아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질린다는 반응도 있다. 처음 나왔을 때는 1주일에 3~4번 구매했는데, 최근엔 주변에 너무 많이 생기니까 이제는 안 먹게 된다는 반응도 있다. 지속적으로 반복구매 빈도가 높아질 수 없음을 예측할 수 있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창업 예정자 입장에서 탕후루 가게를 오픈하면 얼마 정도 투자해 어느 정도 벌 수 있을까. 탕후루 선발 브랜드의 창업비용을 보면,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10평 기준 7600만원, 후발 브랜드는 3000만~4000만원이면 오픈 가능하다. 점포비용까지 포함해도 1억원 미만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할 수는 있다. 탕후루 매장이 단기간에 증가세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수익성은 어떨까. 공정위에 등록된 선발 브랜드의 정보공개서를 살펴보면, 한 달 평균 매출액은 1100만원 수준이다. 후발 브랜드들의 경우 한 달 500만~600만원 정도의 매출에 그치는 브랜드도 많다. 월 1000만원 매출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본사의 식재료 원가 32~35%, 로열티 5%, 인건비 25~30%, 월임대료 15% 이상,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0% 미만인 매장이 많다. 특히 카페 인건비는 최저시급으로 알바생을 구하기 쉽지만, 탕후루 매장 알바생 시급은 요즘 1만5000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탕후루 창업의 위험요인은 또 있다. 누가 봐도 유행을 타는 아이템이라는 사실이다. 유행 아이템이란 단기간 내 특정 브랜드가 급증하는 아이템을 말한다. 탕후루 역시 단기간에 인기가 시들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위험성은 유튜브 채널만 봐도 웬만하면 집에서도 만들기 쉬울 만큼 문턱이 낮은 아이템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서로 다른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개별 브랜드의 특별한 노하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미투 브랜드를 만들어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행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1위 탕후루 프랜차이즈 달콤나라앨리스 정철훈 공동대표가 10월25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탕후루 가게 투자 수익성은?

길거리 음식인 노점형 아이템이 점포형으로 창업하면서 고정비용 지출 과다에 따른 위험요인도 있다. 때문에 소위 선수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출구 전략을 타진하는 이들도 나오는 상황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아이템, 투자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아이템, 단기간에 급증하는 아이템의 수명이 길었던 역사는 없기 때문이다. 밀키트 매장, 아이스크림 무인판매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 그럼에도 탕후루 창업을 노크한다면 기회요인은 남아있다. 아직까지 지방상권에는 탕후루 매장이 많이 오픈한 상황이 아니다. 올겨울을 기점으로 지방상권에서까지 탕후루 매장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창업해 10년 이상 매장을 유지하고 싶은 장수창업 희망자들은 피하는 게 좋다.

물론 단기간의 수익성이 중요하다면 눈여겨볼 수 있는 아이템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신세대가 몰리는 지방상권이나 길거리 음식이 먹히는 상권을 중심으로 당분간 창업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숍인숍 매장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인다. 탕후루 창업은 전문매장으로 오픈하는 방법도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매출부진 카페와 접목하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단기간의 매출 증대 방안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창업시장은 고물가로 인한 원가 상승 압박, 고임금, 고금리로 인해 잔뜩 경색돼 있는 상황이다. 탕후루에 대해 어려운 창업시장의 윤활제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위험요인도 많기 때문에 다채널로 검증한 후에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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