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매 순간 온전히 느끼고 사는 두나가 부러웠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4 15:05
  • 호수 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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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넷플릭스 《이두나!》에서 완벽 싱크로율로 인생 캐릭터 갱신한 수지

수지가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두나!》는 공개 직후부터 대한민국 TOP10 시리즈 1위를 비롯해 넷플릭스 글로벌 TOP10(비영어) 부문 7위에 진입하는 등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수지는 연기력은 말할 것 없고, 빈틈없는 비주얼로 화면을 꽉 채우며 ‘외모=관전 포인트’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수지는 현재 TV-OTT 통합 화제성 출연자 드라마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 분)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팝 아이돌 시절을 뒤로하고 은퇴한 두나(수지 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사랑의 불시착》 《로맨스는 별책부록》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등을 연출한 로맨스 장인 이정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극 중 수지는 눈에 띄는 외모와 특출난 실력으로 그룹 내 최고 인기를 자랑하던 아이돌이었지만 돌연 연예계 생활을 접고 셰어하우스에 숨어 지내기 시작한 이두나를 열연한다. 원작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로 캐스팅 단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수지는 “대본을 보고 지금 (내 나이에) 예쁘게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었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두나는 솔직하고 거침없지만 상처도 외로움도 많아 뾰족한 발톱을 지니고 있는 고양이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사람을 좋아하는 ‘개냥이’ 같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아이돌 두나가 아닌 사람 두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수지는 원작 웹툰의 실사판 가상 캐스팅에서 항상 0순위 두나로 언급된 바 있다. 수지는 아이돌그룹 ‘미스에이’ 출신이다. 연출을 맡은 이정효 감독은 “수지는 디렉션을 주면 즉흥적으로 연기하면서도 몰입감을 줬다. 놀라운 점이 많은 배우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연기 외에 춤, 노래 등 다른 작품보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많아 힘들었을 텐데도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수지의 상대역인 ‘이원준’ 캐릭터는 여리면서도 강단 있는 얼굴을 가진 배우 양세종이 연기했다. 군대 전역 후 첫 작품이기도 하다. 원작 웹툰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주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수지를 직접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넷플릭스 제공

캐릭터의 직업이 아이돌 가수다. 그래서인지 싱크로율이 높다.

“처음 작품 제안을 받고 웹툰을 읽었을 때 이두나라는 캐릭터가 주는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다. 해보지 않은 연기 톤이라 흥미를 느꼈다.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제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해 그러한 지점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나가 가진 아픔에 대해 공감이 됐기에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스에이’ 시절을 생각하며 공감이 갔던 장면이 있나.

“촬영을 위해 안무 연습할 때가 그랬다. 오랜만에 다른 멤버들과 안무를 맞춰보는데 묘하면서도 익숙한, 낯선 감정이 들었다. 처음에는 서로 동선과 움직임이 맞지 않아 연습하면서도 ‘엉망진창’이라며 함께 웃었는데, 조금씩 호흡이 맞아가는 과정에서는 쾌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진짜 한 팀이 된 것 같았다.”

드라마지만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소감도 궁금하다.

“저보다도 감독님이 더 감격하셨다(웃음). 저는 무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극 중 흡연 장면이 있다. ‘국민 첫사랑’인데 신경 쓰이진 않았나.

“그 장면 역시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 흡연은 두나를 표현하는 장치다. 그래서 어떻게 표현할지 신경을 많이 썼다. 스킨십 장면들도 고민을 많이 하고 찍었다. ‘두나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고, 원준이라면 이렇게 받아들이겠다’라는 상상을 하며 촬영했다. 연상연하 커플이라 다른 키스신과는 조금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

두나라는 캐릭터에는 판타지가 있다. 웹툰을 읽은 느낌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원준이라는 캐릭터가 더 판타지 있다고 생각했다. 두나는 원준에게 안정감을 느낀다. 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는 믿음, 그 무해함에서 오는 안정감이다. 그래서 둘의 로맨스 과정 자체가 판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원준이 같은 남자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원준은 마음대로 행동하는 두나를 있는 그대로 안아주고 바라봐 준다. 각자의 상황이 있는데 어떤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나. 나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바라봐 주고 무해하게 다가오는 것 자체가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연예인 수지는 휴식의 시간 혹은 차단의 시간이 온다면 뭘 하겠나.

“글쎄, 지금 저는 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 딱히 그런 로망은 없다. 일 끝내고 집에 가면 할 일이 많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강아지도 돌봐야 하고 사부작사부작 할 일이 많다. 누워있으면 오히려 무기력해지는 스타일이라 뭔가를 계속한다. 영상 편집도 하고 작곡 공부도 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것보다는 뭔가를 계속하는 게 내게는 쉬는 것이다.”

수지가 말하는 관전 포인트도 궁금하다.

“《이두나!》는 여러 번 볼수록 다른 재미가 있다. 제 작품을 여러 번 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번 작품은 6번 정도 봤다. 볼 때마다 다르다.”

데뷔 17년 차가 됐다. 극 중 두나처럼 은퇴를 생각한 적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항상 은퇴를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 그래야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진짜 은퇴를 생각한다기보다는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 일에 임한다는 의미다. 저도 두나처럼 이 일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한데 어느 날 ‘이 일이 없어졌을 때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지금은 자유롭다. 편안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다. 나름의 극복법이 있었나.

“대본을 보면서 한편으로 두나는 매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사는 게 부러웠다. 저는 그 순간을 느낄 새도 없이 바빴다. 힘든 것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힘들면 안 돼’ 하고 살았던 것 같다. 두나는 적어도 자기가 고장 난 걸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부러웠다.”

특히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나.

“1회 엔딩 장면이다. 두나가 하염없이 외로워하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당시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찍지?’ 했는데 완성된 화면을 보니 이해가 됐다. 음악과 겹쳐지니까 더욱 진한 여운이 남더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나.

“안 해본 것을 해보고 싶다. 《안나》 이후 복잡한 심리의 대본이 많이 들어온다. 센 역할이라 해도 거부감이 없다. 작품이 좋고 캐릭터가 좋으면 된다. 사실 이제 딱히 조심하고 뭐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웃음). 《이두나!》 이후엔 어떤 것들이 들어올지 기대된다. 들어오는 대본의 장르가 바뀌는 것도 흥미롭다.”

배우로서 커리어를 잘 쌓아오고 있다. 되돌아보면 어떤가.

“그저 묵묵히 내 할 일을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뚜벅뚜벅 잘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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