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8000만원 넘는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달아야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11.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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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차량엔 ‘미적용’…“고가 법인차 사적 사용·탈세 방지 목적”
기업활동 위축 우려에 고가 차량만 적용…리스·장기렌트·관용차도 적용
1월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열린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공개된 연두색의 법인차 전용 번호판 모습. 국토부는 법인승용차의 사적 사용에 대한 관리를 위해 전용 번호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법인 승용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공공·민간법인이 신규·변경 등록하는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가 그 대상이다. ⓒ 연합뉴스

내년부터 법인 승용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공·민간법인이 신규·변경 등록하는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가 그 대상이다. 하지만 당초 정부 계획보다 적용 대상이 축소되고 적용 시점도 늦어지면서 해당 제도에 대한 지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법인 승용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위한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오는 23일까지 행정예고하고,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법인 승용차 연두색 번호판 부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다. 법인 명의의 '슈퍼카' 등 고가 차량을 법인 소유주 등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목적이었다. 

국토부는 연두색 번호판 적용 대상 차량을 '가격 8000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로 최종 결정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배기량이 아닌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8000만원'은 국민이 통상 '고급차'로 인식하는 대형차(자동차관리법상 배기량 2000cc 이상)의 평균 가격대다. 지난 7월부터 모든 차량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의 고가 차량 보험료 할증 기준에도 해당해, 범용성과 보편성을 갖춘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전형필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차량 가격 기준은 자동차등록부에 등록되는 출고가"라며 "중고차인 경우 구입 시점의 가액이지만, 통상 법인은 중고차를 구매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 제도는 민간 법인 소유, 리스 차량뿐 아니라 장기 렌트(1년 이상), 관용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연두색 번호판은 내년 1월에 신규·변경 등록하는 승용차부터 부착된다. 국토부는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새로운 권리·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번호판 적용을 통해 사회적 자율규제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친환경차에 하늘색 번호판을 부착할 당시에도 제도 도입 이후 등록한 차량에만 적용한 바 있다고 국토부는 부연했다.

반면 개인사업자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된다. 국토부는 "개인사업자 차량도 세제 감면을 받으니 법인 차량과 형평성 차원에서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개인사업자는 사적 사용을 하더라도 횡령·배임에 해당하지는 않으며, 업무와 사적 이용 구분이 곤란한 점을 고려해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했다. 국토부는 또한 공공법인 명의 관용차 중 경호·수사·보안 목적으로 사용되는 차량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국회의원이 사용하는 차량에 대해선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은 관용차가 있지만, 다른 국회의원 차량은 개인 소유"라며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법인 승용차용 번호판을 도입한 사례는 한국이 처음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현재 8000만원 이상의 법인 승용차 수를 17만∼20만 대로 추정하고 있다. 법인이 약 3년마다 차량을 교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2만∼3만 대가 연두색 번호판을 달 것으로 국토부는 예측했다. 정부는 '국가유공자 전용 번호판'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이번 제도는 국토부가 지난 1월 공청회에서 밝힌 최초 방안보다 적용 대상이 축소되고, 시행 시점도 연기됐다. 당시 국토부는 가액 제한은 언급하지 않고 '올해 하반기' 시행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공청회 발표 후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며 합리적인 적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며 "당초 공약 취지가 고가 법인차량의 사적 사용 및 탈세를 막기 위한 것이기에 모든 법인차에 적용하는 것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는 8000만원 미만 차량은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차량 외관에 회사명 등을 래핑하는 만큼 사적 사용 가능성이 작다고 국토부는 판단한 것이다.

연두색 번호판 시행에 따른 법인차의 사적 사용 감소 전망에 대해선 "부모가 속한 법인의 고가 수입차를 이용해 자녀가 심야에 유흥주점을 방문한다거나, 등교용으로 사용하는 등의 행태를 자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제도의 취지"라고 언급했다.

고가 수입차의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에 대해서는 "1년에 등록되는 신차 가운데 이번 제도의 영향을 받는 차량은 2만 대 남짓인데, 법인이 제도를 의식해 구매를 줄일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제도 자체로 세금을 더 내는 등 경제적 불이익이 따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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