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TI’가 다르다? 김기현‧인요한 ‘살얼음판 동행’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3 16: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도 내는 인요한式 혁신안에 김기현 “검토하겠다” 속도 조절
이준석 포용‧험지출마 두고 친윤 내 불만 팽창…“金 난처할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쇄신 방향을 두고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간에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이준석‧유승민계와의 동행, TK(대구‧경북)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 등을 두고 당 지도부와 혁신위원회의 견해가 다르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이견이 갈등으로 번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당내 친윤석열(친윤)계 내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에 대한 불신이 적지 않게 팽창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두 정치인의 ‘정치 MBTI(성격유형)’가 상반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혁신위원들의 열띤 토론 끝에 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수도권 지역 어려운 곳에 출마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 TK 등에 포진한 친윤계 실세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인 위원장은 이 같은 제안을 김기현 대표에게 사전에 공유‧보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 위원장이 공석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당의 ‘희생과 통합’을 혁신의 키워드로 내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는 하태경 의원이 먼저 띄웠던 화두인만큼, 김 대표에게 ‘충격적인’ 혁신 제안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 보도된 것을 봤는데, 혁신위가 여러 가지 논의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오면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 제안을 수용하면 해당 의원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아직 정식으로 보고를 받지 않아 제안되는 내용을 보고 다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가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가운데, 당내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은 이미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험지 출마 등은 ‘당의 쇄신안’이 아닌 ‘정치 행위’로, 일종의 월권이라는 게 반발 세력의 주된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TK 지역구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로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우리 지역은 (당선이) 쉬워 보이냐’, ‘만만한 게 TK냐’라며 지역 당직자들과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라며 “이 정도 화두를 이끌어내려면 우선 당내 소통이 우선인데 너무 일방통행이다. 이건 혁신이 아닌 독단”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 몸 담았던 한 친윤계 여권 인사는 김 대표가 ‘인요한 딜레마’에 처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유한 리더십’을 지녀 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혁신의 방향과 방법을 두고 상반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MBTI에 비유하자면 김 대표가 소위 말하는 J(판단형)라면 인 위원장은 P(인식형)”라며 “인 위원장이 시원시원하고 빠르게 스텝을 밟아나가는 타입이라면, 김 대표는 굉장히 신중하고 생각이 많다. 아마 김 대표가 은연 중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도 혁신위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겠으나 당장 험지 출마론만 보더라도 김 대표로서는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라며 “여기에 이준석 전 대표와 김 대표의 관계는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인 위원장과 김 대표의 인식 차가 생각보다 커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준석의 강’ 이어 뇌관은 공천 개혁?

실제 이른바 ‘이준석의 강’을 두고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전혀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김 대표가 친윤계와 더불어 이 전 대표의 행보를 강력히 비토‧반대해온 반면, 인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 전 대표의 징계를 백지화시킨 뒤 적극적으로 회동을 요청하고 있다. 인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에 친윤계뿐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도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가 판단을 보류했던 ‘최재형 혁신위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해 이준석 지도부에서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최 의원의 경험과 조언을 듣기 위해 3일 직접 강연을 부탁했고, 최 의원도 제안을 흔쾌히 수용해 이날 혁신위를 찾아 과거 내놓았던 혁신안들을 직접 설명했다.

일각에선 인요한 혁신위가 최재형 혁신위의 안을 받게 되면, 김기현 지도부와의 ‘공천 룰(rule)’을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 의원은 이날 인요한 혁신위에 당의 쇄신을 위해선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안건으로 ▲당대표 공천 권한 분산 ▲공직후보자 자격요건 및 심사 강화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데이터 축적 등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당내 토론을 거친 최종 경선 후보자 선정’ 안건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