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개미 ‘발 동동’…‘공매도 신기루’ 하루 만에 끝?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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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돌아선 외국인에 차갑게 식은 증권시장
‘공매도 테마’ 주의보…“결국은 펀더멘탈”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이틀째, 투자 시장엔 후폭풍이 상당하다. 코스피 지수가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급등한 지 하루 만에 지수는 다시 흘러내렸다. 전날 ‘공매도 금지 수혜주’로 불리며 불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2차전지주들은 이날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선 공매도 세력이 손실을 막기 위해 빌렸던 주식을 되갚는 과정에서 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날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외국인이 예상보다 빨리 ‘팔자’로 돌아서면서, 증시가 차갑게 식은 분위기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이틀째인 7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약세로 전환했다. ⓒ 연합뉴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 이틀째인 7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약세로 전환했다. ⓒ 연합뉴스

공매도 금지發 ‘폭등’, 하루 만에 ‘폭락’ 전환

7일 문을 연 국내 증시는 시작부터 퍼렇게 질렸다. 1%대 하락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낙폭을 키워 2.33% 하락한 2443.96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 때엔 241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은 장중 805선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하락 폭을 줄여 1.80% 내린 824.35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코스닥에는 이틀 연속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전날 3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이날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하루 만에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이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2차전지주가 대거 폭락하면서 전날 상승분을 반환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POSCO홀딩스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11.02%, -10.23%씩 크게 떨어졌다. 이들 종목은 전날 2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코스닥 시장에선 엘앤에프가 15.29% 급락했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DX도 장중 10% 안팎으로 떨어졌으나, 오후 들어 하락 폭을 줄이면서 각각 -4.85%, -5.83%에 장을 마감했다. 이들은 전날엔 상한가를 기록하거나 상한가에 준하는 폭등세를 보인 종목이다.

지수가 하루 만에 꺾인 배경에는 매도세로 돌아선 외국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매도의 절대 비중을 차지해온 외국인은 전날에만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조2000억원 가까이 사들였지만, 이날에는 개장부터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하는 ‘숏커버링’ 물량을 일정 부분 소화하고, 이날에는 차익 실현 물량을 쏟아냈다는 해석이다.

공매도가 금지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촉구하는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이 놓여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공매도가 금지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촉구하는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의 내용이 적힌 손팻말이 놓여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공매도 금지도 테마로 접근해야”

관건은 이 같은 장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다. 다수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이슈가 단기적으로는 지수 상승을 견인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급에 따른 움직임은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 금지를 일종의 ‘테마’로 접근하고, 섣부른 투자를 유의하라는 조언이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때로는 펀더멘탈(기초여건)로 설명되지 않은 단순 수급에 의한 반등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증시에 대한 안전핀 역할이라기보다 오로지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숏 커버 테마’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향후 장세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 등 거시적 여건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이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는 금리와 유동성 환경의 완화로 시장이 회복된 것”이라며 “이번에도 코스피의 중장기 방향성은 미국 증시가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 증시 역시 금리에 높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매도 금지 조치보다 금리의 방향성이 더 중요한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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