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이준석 신당은 좀’…선거제 회귀에 힘 합치는 거대 양당?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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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지도부, 현행 준연동형에서 병립형 회귀로 물밑 논의설
신당 막고 기득권 사수 유혹…회귀 시 지난 총선 기준 양당 290석 독식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재옥·홍익표 여야 원내대표가 9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김진표 국회의장과 윤재옥·홍익표 여야 원내대표가 9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선거제를 현행 준연동형‘에서 ’병립형‘으로 되돌리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준석 신당‧조국 신당 등 기존 의석을 위협할 만한 새로운 세력의 진입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당장 양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병립형으로 회귀시키기 위해 물밑 논의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안팎의 반대와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단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더 얻고 보자는 양당 간 정치적 이해가 일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분배하는 제도다. 지역구(총253석)에서 정당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얻지 못했을 경우, 비례대표(총47석)에서 그만큼의 의석을 채워주는 것을 ‘연동형’이라고 한다. 주로 지역구 의석이 적은 소수정당에 의석이 돌아갈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방법이다.

반면 ‘병립형’은 지역구에서 몇 석을 얻었는지 관계없이, 전체 비례 의석수 47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각 당이 나눠 갖는 제도다.

지난 2020년 총선 때부터 이른바 ‘준연동형’이 채택됐다. 그 전까진 ‘병립형’으로 운영됐다. 준연동형은 비례 의석 총 47석 중 30석에 한해서만 연동형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 병립형으로 나누는 제도다. 그래서 연동형 앞에 ‘준’이 붙은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2020년 준연동형이 적용돼 상대적으로 비례의석을 덜 받게 되자, 각각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이후 양당은 두고두고 ‘꼼수’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양당 내에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힘 ‘병립형 회귀’ 제안에 흔들리는 민주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이 주장은 지금 거대 양당의 ‘병립형 회귀 주장’의 주요 명분이 되어주고 있다. 조금 더 먼저, 적극적으로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고 있는 곳은 국민의힘이다. 현행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도 위성정당의 출현은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차라리 과거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제안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최근 ‘이준석 신당’이라는, 국민의힘으로선 껄끄러운 존재의 탄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당의 힘을 최대한 빼기 위한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준석 신당이 창당할 경우 총선에서 국민의힘과의 ‘표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에, 이를 병립형을 통해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민주당 그동안 준연동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의원총회에서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통령 결선투표제 등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8월 이재명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에선 전당원 투표를 통해 선거제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 내에서도 ‘압도적 제1당’ 자리를 사수해야 한다며 병립형 회귀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른바 ‘현실론’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민주당 또한 ‘조국 신당’이라는 불편한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혹 조국 신당이 창당될 경우 총선에서 또 다시 ‘문재인 정권 심판론’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이유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 진보4당과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 진보4당과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대표성과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당 카르텔법” 반발…밀실 협의 들어간 여야

이러한 양당의 병립형 회귀 기조에 대한 반발은 당연히 거세다. 선거제 개혁에 의원직을 내거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선거제를 병립형으로 돌려놓으면, 거대양당 기득권 구조는 더 강해지고 고착화되고 소수 정당은 씨가 마르게 된다”며 “국민의 선택권을 늘려 각 당이 반사이익 구도에서 벗어나 ‘일하는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총선 결과를 병립형으로 다시 계산했을 때 거대 양당이 가져가는 의석수는 전체 300석 중 290석에 달한다. 흔히 병립형 회귀를 ‘양당 카르텔법’ ‘골목상권 침해’라고 부르는 이유다.

비명계 김종민 민주당 의원 역시 7일 자신의 SNS에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 한 걸음이라도 개혁을 향해 앞으로 나가자”면서 ‘여야 선거제 밀실 합의 의혹’에 대해 “국민의힘은 몰라도 민주당이 동의했다는 것은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양당에서 제기하는 ‘위성정당 출현 가능성’은 별도의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해 차단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그동안 선거제 관련 여러 차례 공식적인 논의를 이어갔지만 전혀 합의를 이루지 못해왔다. 선거제 논의의 키를 잡고 있던 국회 정개특위가 지난 7월 활동을 끝으로 여야 원내 지도부에 협상권을 주면서 사실상 이제 양당 간 ‘밀실 협의’로 넘어간 상황이다. 여야는 12월12일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일 이전까지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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