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관치’ 지적…전방위 압박에 고향사랑기부제 개선 예고한 정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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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각계의 다양한 요구 수용해 ‘현행 유지’ 입장 수정”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소멸 해소 차원에서 추진돼온 고향사랑기부제를 놓고 ‘관치(官治)행정’ 논란이 거세지자 그동안 꿈쩍 않던 정부가 결국 제도개선을 예고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는 11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지방자치학회와 지속가능관광지방정부협의회, 더불어민주당 송재호(제주 제주시갑)·이형석(광주 북구을)·임호선(충북 증평군‧진천군‧음성군)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가 11월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제공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가 11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지방자치학회 제공

행정안전부의 고향사랑기부제 담당자들(박영준 팀장, 문정목 사무관)은 토론회에 참석해 “제도 시행일(1월1일)로부터 1년도 채 안 된 상황이라 입법자를 존중하는 의미로 ‘현행 유지’ 입장을 이어왔으나, 각계의 다양한 제도개선 요구가 있어 입장을 선회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안부는 앞으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상한액 증액, 모금을 위한 홍보 규제 완화, 지정기부 근거 마련과 정부 통합 플랫폼(고향사랑e음) 외의 민간 플랫폼 진입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21대 국회에서 개정법률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고향사랑기부제의 문제점에 관해 권선필 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 위원장(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은 “기부자·홍보 제한, 고향사랑e음을 통한 단일 기부 창구 운영 등 제도적 문제 때문에 저조한 기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위원장은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인 모금 주체로서 자주적으로 재원을 확보해 혁신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행안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지자체들에 제도 운영의 주도권을 부여하고, 민간 플랫폼을 활성화해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자치분권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선 광주 동구청 인구정책계장은 개별 지자체가 느끼는 홍보 규제의 폐해에 대해 “지자체들이 광고 매체, 방송, 신문 등 언론을 통한 고비용 광고만 할 수 있는데,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이해도가 여전히 낮은 현실을 생각하면 제도 개선을 통한 홍보 효과 제고가 절실해 보인다”며 “SNS나 문자, 서신 등을 통한 저비용 홍보도 인정하고 제도 전반에 관해 알리는 고비용 홍보는 중앙정부가 도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이 시행령을 통해 고향사랑기부제 기부 대상자의 주소와 기부금 총액 사전확인, 다양한 플랫폼 이용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함보현 변호사는 해당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자체에 대한 행안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행안부 중심의 제도 운영에서 벗어나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플랫폼을 구축·운영·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라고 제언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주소지를 제외하고 고향이나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500만원 이내로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지역 답례품 수령 등 혜택을 받는 제도다. 올해 초 시행 이후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를 높일 실질적인 방안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중앙정부 개입이 너무 과도해 지방정부가 맥을 못 춘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난관에 봉착했다. 행안부가 기부금 모금 플랫폼 구축과 운영을 독점하는 현행 시스템으론 개별 지자체가 고향사랑기부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급기야 행안부에 반기를 드는 지자체도 속속 생겨났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송재호 의원은 “온갖 제약과 규제로 인해 고향사랑기부제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각 지자체들의 기부금 규모도 목표에 미달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이미 국회에서 관련 법률개정안이 17건 이상 발의돼 심의를 앞두고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의원들이 앞다퉈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지금의 제도가 지닌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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