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인 ‘공매도 금지’…산적한 ‘후속 과제’ 향방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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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공매도 제도 개선’ 한 목소리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처벌 강화 추진

금융당국이 전격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표한 이후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매도 잔량이 많았던 2차전지 등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서다. 일단 당국은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는데, 시장 안정을 위해선 하루빨리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 주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공매도 제도 개선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 10개가 계류돼 있다. 정무위는 오는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입법 논의를 본격화한다. 야당도 공매도 제도 개선 취지에 동감하고 있는 터라, 관련 논의엔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는 모습 ⓒ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친 뒤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히는 모습 ⓒ 연합뉴스

“불법 공매도 뿌리 뽑는다”…처벌 강화 유력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의 골자는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와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으로 나뉜다. 우선 ‘처벌 강화’의 경우,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이견을 보이지 않는 안건이란 평이 많다. 그동안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내 처벌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불법 공매도 적발 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 이익의 3~5배의 벌금이 부과된다. 과거에 비해 처벌 수위가 상당히 강화됐지만, 벌금 상한선을 두지 않는 영국이나 2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미국 등 해외에 비하면 ‘솜방망이’란 평가다. 공매도는 주식을 일단 빌린 뒤 되파는 투자 방식을 말하는데, 이때 주식을 실제 빌리지도 않고 매도 주문을 넣었다면 ‘무차입 공매도’로 불법에 해당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한국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에서 불법으로 간주한다.

이와 관련해 발의된 개정안을 살펴보면, 현행법보다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안들이 눈에 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 번이라도 불법이 적발되면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제시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위법 시 형의 50%까지 가중 처벌하는 안을,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벌 수위를 3년 이상 유기징역과 4~6배 벌금으로 상향하는 안을 발의했다.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금지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가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내년 6월 말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금지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가 공매도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시장조성자 퇴출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개인vs기관‧외국인 ‘격차 해소’ 어디까지?

다만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논의’와 관련해선 개인투자자들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기관과 규제 격차를 호소하며, 공매도 담보비율과 상환기간 등에서의 차등을 없애달라고 요구해왔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담보비율은 120%로 기관‧외국인의 담보비율 105%보다 높고,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하는 상환기간도 개인은 90일, 기관‧외국인은 기본 1년에 무기한 연장 가능하다.

지난 달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성립된 공매도 제도 개선 국회 청원도 같은 맥락이다. 청원인은 “기관·외국인의 경우 차입 공매도 상환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수익이 날 때까지, 즉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무기한으로 기다리면 절대 손해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며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없애준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개인과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신용도나 자금 여력이 다른 만큼, 차등 대우는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담보비율이나 상환 기간을 무조건적으로 같게 맞추기보다, 기관‧외국인 대상 상환기간에 기한을 명시하거나 담보비율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불법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적발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 도입은 통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는 별도의 시스템 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 내역도 수기로 입력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시스템 상에선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산 시스템 구현이 실제 가능한지에 대해선 전망이 분분하지만,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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