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 최초의 ‘세대 기반’ 제3당 실험은 성공할까 [최병천의 인사이트]
  •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2 16:05
  • 호수 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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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달하는 2030 무당층이 ‘이준석 신당’ 운명 좌우…‘청년 대변 정당’ 될지가 핵심 변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제 ‘이준석 신당’을 만들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 됐다. 핵심 측근인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표현에 의하면, 이준석 신당의 가능성은 90%가 됐다. 이준석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한국 정치사에서 이준석 신당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11월26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콘서트에서 허은아 국회의원,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맨 오른쪽), 이기인 경기도의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 기반’ ‘계층 기반’에 이은 ‘세대 기반’

첫째,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의 역사를 살펴보자. 《표》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의 총선에서 제3당 역사를 정리했다. 국회는 20석이 넘는 경우를 ‘원내교섭단체’로 인정한다. 원내교섭단체를 돌파한 제3당은 총 5회다. 1988년 총선에서 김영삼의 통일민주당(59석),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35석),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31석), 1996년 김종필의 자민련(50석),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38석) 등이다.

원내교섭단체를 돌파하지는 못했지만, ‘3당 실험’을 시도한 경우는 이보다 많았다. 교섭단체가 아니었던 경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1996년 통합민주당 15석, 2000년 자민련 17석, 2004년 민주노동당 10석, 2008년 이회창-심대평이 주도한 자유선진당 18석, 2012년 유시민-이정희-심상정이 합당한 통합진보당 13석, 2020년 정의당 6석 등이다.

제3당 실험의 성공 조건을 ‘원내교섭단체’로 국한할 경우, 5번의 성공사례 중 4번은 공통점이 있다. ①대선후보급 인물이 주도하고 ②지역 기반이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 세간의 속설과 달리 ‘지역 기반이 아닌’ 제3당 실험이 두 차례 있었다. 하나는 1992년 총선에서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이다. 통일국민당의 ‘지역별’ 당선자 현황은 매우 흥미롭다. 통일국민당은 지역구에서 24명, 전국구에서 7명, 합계 3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지역구 당선자만 살펴보면 서울 2명, 경기 5명, 강원 4명, 충남 4명, 충북 2명, 경남 3명, 대구 2명, 경북 2명이었다. 호남과 제주를 제외하고 대다수 지역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지역 기반이 아닌 제3당의 다른 사례는 민주노동당으로 시작된 진보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은 2000년 1월에 창당했다. 2002년 대선에 권영길 후보가 출마해 약 100만 표를 받았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근사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바람을 일으켰다. 부유세·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보육·무상급식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한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무상 시리즈’의 원조 정당이다.

통일국민당과 민주노동당은 흥미로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지역 기반 정당’이 아니었다. 정주영도, 민주노동당도 지지 기반이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는 않았다. 둘째, 두 정당은 모두 ‘자본-노동’에 기반한 정당이었다.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당’ 성격을 갖고 있었다면,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현대그룹 자본가당’이었다. 통일국민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조직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현대그룹 협력업체(하청업체)를 대상으로 당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진보정당(현재는 정의당)은 원내교섭단체에 미달하는 의석수를 가졌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 정치에서 ‘어젠다 교체’를 주도했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무상의료(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의 정책 이슈를 주도했다. 진보정당은 또한 ‘가장 오래 지속된’ 제3당이다.

4050은 野, 6070은 與…그렇다면 2030은?

셋째, 이준석 신당의 지지 기반이다. 11월23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는 이준석 신당에 대한 지지를 물었다. 이준석 신당에 대한 지지는 21%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별·지역별·지지정당별·이념성향별로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연령에서는 20대 22%, 30대 28%, 지역에서는 호남권 27%, 서울 26%, 이념성향별로는 중도 24%로 평균을 살짝 상회했다. 대체적으로 지지 기반이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한국갤럽은 매달 마지막 주에 연령별·성별 교차자료가 포함된 월간통합 자료를 발표한다. 10월말 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흥미롭다. 20대 남자 50%, 30대 남자 36%, 20대 여자 46%, 30대 여자 42%다. 무당층 비율은 40대 이상에서는 20%대 이하로 줄어든다.

20대와 30대 남녀에서는 왜 무당층이 40~50%에 달할까? 거꾸로, 40~70대 이상은 왜 무당층이 10~20% 수준에 불과할까?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6070세대는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층’이다. 4050세대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6070세대와 4050세대는 ‘자신들의 정당’이 있다. 그러나 2030세대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 4050세대와 6070세대에서는 무당층 비중이 낮고, 2030세대에서는 무당층 비중이 높은 이유다. ‘세대 효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다.

논의를 정리해 보자.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 실험에는 두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지역 기반’ 정당이다. 김영삼·김종필·안철수가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자본-노동 기반’ 정당이다. 1992년 통일국민당은 정주영의 자금력과 현대그룹 조직력에 의존했다. 진보정당은 조직노동에 의존했다.

이준석 신당은 한국 정치사 최초의 ‘세대 기반’ 제3당이 예상된다. 한 축으로는 윤석열과 이재명의 캐릭터에 대한 반감이 작동하고 있다. 다른 한 축으로는 현재 한국 정치가 2030세대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을 반영한다. 과연 이준석 신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새 역사를 쓰게 될 수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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