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이빙 국가대표 지도자, 미성년 선수 성폭행하고 상습적으로 돈 상납받아”
  • 조해수·김현지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1 10:05
  • 호수 178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이빙 국가대표 A씨, ‘성폭행’으로 조우영 감독 형사고소
조 감독, 혐의 전면 부인…“A를 이용한 파벌싸움”

다이빙 국가대표팀 지도자인 조우영 인천시청 감독이 다이빙 국가대표인 A씨를 미성년자일 때 성폭행했으며, 십수 년간 인천시 초·중·고와 실업팀 다이빙 선수들에게 돈을 상납받아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씨는 조 감독을 ‘성폭행’으로 형사고소하고, 돈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스포츠윤리센터와 인천시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다이빙 선수 사진은 혹시 모를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국인이 아닌 동양권 선수의 사진을 차용했습니다.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freepik

“만 18세 때 성폭행”…5년 이상의 징역형 가능

시사저널은 사실 확인을 위해 A씨와 인터뷰를 갖고 A씨의 고소장·진정서, 증거로 제시된 계좌내역, 녹취록, 사진, 관계자 사실확인서 등을 입수했다. 인천 지역 다이빙 선수·학부모 등도 접촉했다. 또한 스포츠윤리센터, 인천시청, 인천시체육회, 인천서부경찰서, 인천지방검찰청 등 관련 기관의 공식 입장도 취재했다. 마지막으로 조우영 감독의 해명을 들었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경찰이 불송치(무혐의 종결)했지만, A씨의 이의신청에 따라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조우영 감독은 ‘피의자’ 신분인 상태다. 성폭행 피해자의 나이가 만 19세 미만(미성년자)이면, 피의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아청법 제7조 제5항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에 해당하는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조우영 감독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조 감독은 A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고, 스포츠윤리센터에도 ‘A의 무고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 감독의 고소를 무혐의 종결했다. 조 감독은 성폭행-돈 상납 의혹에 대해 “A를 이용한 파벌싸움”이라면서 “모두 사실이 아니다. 경찰에 관련 증거를 다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스포츠윤리센터와 인천시청은 사실 확인·징계 절차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스포츠윤리센터는 2019년 스포츠계 ‘미투(Me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따라 2020년 8월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독립기구다. 스포츠윤리센터 측은 “신고 시효가 있는데 성폭력은 5년, 비리는 3년”이라면서 “성폭력 건은 시효가 지났고, 비리(돈 상납) 건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12월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조우영 감독이 실업팀을 맡고 있는 인천시청 측은 “인천시는 직장 운동경기부의 운영사무를 인천시체육회에 위탁한다. 이 사건을 인천시체육회 스포츠공정실로 이관했다”고 말했다. 인천시체육회 스포츠공정실 관계자는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돈 상납과 관련해서는 선수 전원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A씨의 고소장·진정서, 증거로 제시된 계좌내역, 녹취록, 사진, 관계자 사실확인서 등을 입수했다. ⓒ시사저널 입수자료

조 감독 “A가 우리 집에 오지도 않았다” 부인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조우영 감독에게 제기된 혐의는 다음과 같다.

“조우영 감독이 여자선수를 성폭행하고, 2012~23년까지 인천 전체(초·중·고) 다이빙 선수들에게 회비·운영비 명목으로 매달 30만원씩 받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금전을 받고 있다. 실업팀의 경우 본인이 상납받은 게 소문이 났다는 이유로 방법을 바꿔, ‘스승의 날’ 때 선수들에게 자발적인 것처럼 꾸며 연봉액 대비 10%씩 고가의 명품을 받고 있다.”

성폭행은 A씨가 미성년자였던 만 18세에 일어났다고 한다. 다음은 A씨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다. 단,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은 공개하지 않는다.

“2015년 12월7일 제주도 동계훈련을 가기 전에 조우영 코치님이 ‘(A씨의) 집이 공항에서 먼 거리니 우리 집(조우영의 집)에서 자고 다음 날 같이 공항으로 가자’는 제의를 하시면서 ‘집에 부인과 아이들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전에도 다른 다이빙 선수들과 같이 간 적이 있고, 내가 아이들을 좋아해서 얼굴도 볼 겸 조 코치님 집에 갔다. 하지만 부인과 아이들은 없었다. ‘언제 오시냐’고 물었을 때 ‘올 거야’라는 말뿐이었다. 밤이 늦었기에 할 수 없이 조 코치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방에 누웠는데, 갑자기 들어오시더니 내 옆에 누워서…(중략)…반항을 했다. 그때의 두려움과 수치심은 지금 생각해도…나는 그 당시 열아홉 살(만 18세)이었다. 나이도 어렸고 무서워서 부모님께도 바로 얘기할 수 없었다. 조 코치님은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고, 날 가르치던 선생님께서 그러셔서 너무 심적으로 힘들었고 죽고 싶었다. 여지껏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한 이유는 그때의 충격이 지금도 무서움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더 큰 두려움은 계속 국가대표를 하고 싶은데 (이 일을 얘기하면) 선수 인생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A씨는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말했고, A씨의 어머니는 조우영 감독을 만났다고 한다. A씨의 어머니는 “조 감독이 그때 ‘잘못했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만두라면 그만두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조우영 감독은 “A가 우리 집에 오지도 않았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조 감독은 “그때 나는 가족과 함께 있었다. 관련 증거를 다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그 당시 조 감독은 합숙훈련 일주일 전부터 ‘자기 집에서 자고 같이 가자’고 했으며, 사건 당일 내가 조 감독 집에 간 것을 친구, 동료 선수, 다른 지도자도 알고 있다. 이들이 사실확인서도 써줬다”면서 “또한, 조우영과 어머니의 만남을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의 사실확인서까지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인천서부경찰서는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했다. 그러나 A씨가 인천지방검찰청에 이의신청을 했고, 인천지검은 이를 받아들여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는 “인천서부서 수사관과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2주가량 연락이 안 되더니 갑자기 ‘사건 기일을 오래 잡을 수 없어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하더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했다”면서 “10월말, 인천지검에서 ‘수사가 재개됐다’고 통보해 줬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인천시청, 인천시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 ⓒ시사저널 최준필
스포츠윤리센터, 인천시청, 인천시체육회
인천시청 ⓒ연합뉴스
스포츠윤리센터, 인천시청, 인천시체육회
인천시체육회 ⓒ시사저널 최준필

“조 감독 자동차 서랍에 500만원 넣어”

A씨는 조우영 감독이 어떤 식으로 돈 상납을 받아왔는지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조 감독이 인천 지역 다이빙계 전반에 걸쳐 장기적·조직적으로 뇌물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A씨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돈 상납 실태를 공개했다.

“2012년부터 2015년 실업팀 계약 전까지 매달 30만원씩 학부모 B씨 계좌에 입금했다. 이 계좌를 통해 인천 지역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부모들도 ‘다이빙 레슨비’라는 이름으로 매달 30만원씩 입금했다. 2018년경 조우영 감독은 김영란법을 피하기 위해 ‘인천시수영연맹’ 계좌로 입금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또한 2022~23년 조 감독은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 다른 지도자에게 부탁해, 이 법인 계좌로 학부모들의 돈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대한 증거로 B씨의 계좌에 30만원씩 입금한 내역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B씨의 실명과 계좌번호도 명기돼 있다. 또한 법인 계좌에 입금한 내역도 폭로했다. A씨는 “뇌물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계좌를 빌려주는 등 조우영 감독의 뇌물 수수를 도와준 사람 역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업팀에 입단해도 돈 상납은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이빙계를 떠나지 않는 이상 돈 상납은 ‘세금’처럼 따라왔다.

“2015~16년 2년 동안 인천시청에 선수로 계약했을 때, 조우영 감독이 계약금 10%를 현금으로 달라고 했다. 실업팀 계약금이 입금된 후 500만원을 어머니 통장으로 이체했다. 어머니가 현금으로 인출해서 조 감독의 자동차 안 서랍에 넣었다. 조 감독은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현금’을 원했다. 인천시청 소속 □□□ 선수도 줬고, 다른 선수들도 이런 식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대표 또는 지도자 자리가 ‘미끼’로 사용됐다고 한다.

“조우영 감독은 어린 선수나 학부모들에게 ‘국가대표 만들어줄 테니 내 말 잘 들어라’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곤 했다. 또한 조 감독은 누구누구에게 ‘인천시청 자리 준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하고 다녔다.”

조우영 감독은 돈 상납 의혹에 대해 “지금이 그런 시대가 아니다”면서 “오히려 A가 우리(인천시청) 선수들을 찾아와 (증언하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조우영 감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나를 선수위원회에 고발해 전국체육대회에 못 나가게 만들겠다는 협박도 했다”면서 “그러나 나처럼 똑같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후배들을 생각해서 용기를 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법과 윤리에 맞지 않는 지도자는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자 눈 밖에 나면 선수 생명 끝”

대한수영연맹은 2020년 10월8일 “조우영 감독을 도쿄 올림픽,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를 이끌 다이빙 국가대표팀 지도자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조 감독은 대한민국 다이빙 ‘간판 선수’를 키워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다이빙 선수 학부모는 “다이빙계의 경우, 잘나가는 지도자가 초·중·고부터 실업팀, 국가대표까지 좌지우지한다. 좁은 바닥(다이빙계)에서 이미 오래전에 ‘라인(기득권)’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도자가 ‘공인 심판’까지 맡고 있다. 국내 대회의 메달 색깔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사람한테 찍히면 다이빙계를 떠나야 한다. 선수와 학부모는 지도자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할 수밖에 없다. 뇌물은 당연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스포츠계는 2019년 이미 홍역을 치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지도자의 성폭력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종목에서 비리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연이은 체육계 폭력과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온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면서 “드러난 일뿐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 범위까지 철저히 조사·수사하고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스포츠계 종사자들은 ‘바뀐 것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인 홍덕기 경상대 교수는 “스포츠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은폐 구조’가 작동하게 된다. 수요자인 선수, 공급자인 지도자, 관리자인 체육단체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서 어느 한 문제를 푼다고 해결되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피해자가 용기를 내서 신고한다고 해도 처리 기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처리 결과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체육단체에 권고하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고에 따른 2차 피해도 심각하다. 피해의 원인을 피해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 피해의 무게를 피해자 이외의 사람이 판단해 축소하는 경우, 가해자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경우, 피해 사실을 소문내거나 피해자를 비방하는 경우, 피해자를 협박·회유하거나 보복하는 경우 등 2차 피해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면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기관에서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신속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