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이재명 험지 출마 하라고? 민심 왜곡하는 요구”
  • 박나영·이원석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4 07:35
  • 호수 178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친명계 좌장격’ 정성호 민주당 의원
"비명계 공천 배제? 경쟁자를 압도하면 우려할 것 없어"
"이준석 회군이 제일 나쁜 시나리오…다당제 옳지만 다수당 뺏길 우려"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인요한 혁신위원회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총선 등판설,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가능성 등으로 이목을 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과 사당화 논란이 계속되는 데다, 비명(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원심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이낙연 전 대표가 이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11월28일 친명(親이재명)계 좌장 격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을 만나 당내 친명-비명 간 갈등과 선거제 개편 논란, 그리고 향후 총선 전략 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정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한 비명계의 쓴소리에 대해 “극히 일부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선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당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사법 리스크? 당무에 크게 지장 없을 것”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중되는 모습인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권과 검찰이 만든 프레임이다. 검찰 수사 단계를 벗어나 재판 단계에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 않고 이 대표 본인이 변호사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당내 혼란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면 여러 리스크가 생겼겠지만 영장이 기각됐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닥친 민생 위기에 대책이 없는 여당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악의적인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선고가 총선 전에 나올까.

“일정상 불가능하다. 해당 재판부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했다. 재판기일이 빠르면 3주, 보통 4~5주 만에 시작하는데, 증인 신청을 하면 기일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 연초에 법원 정기 인사가 있고, 또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재판을 못 하게 된다.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 다른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이 됐다고 밝혔는데, 소명과 증명은 다르다. 위증교사 혐의 사건을 들여다본 저는 무죄를 확신한다.”

당 대표가 여러 건의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상황에서 총선 지휘에 지장을 주진 않을까.

“이 대표가 경기지사였을 때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 재판이 진행됐지만 도지사 업무 수행에 아무 지장이 없었다. 사실 도지사는 당 대표보다 업무량이 훨씬 많다. 총선을 위한 공천 등 절차는 시스템에 의해 진행된다. 대표가 그와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할 일이 없고 최고회의에서 인준만 하면 된다. 다만 재판 일정 때문에 민생 현장 방문이나 당원과의 접촉에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당무에 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여당의 메가시티, 혁신위, 이준석 신당 등 이슈에 가려 이 대표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메가시티 이슈는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되면서 일주일 만에 가라앉았다. 잠깐 이슈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인요한 혁신위도 처음에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국민이 알아듣기 쉬운 단어로 여러 문제제기를 하면서 주목을 끌었지만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논란, 당내 갈등,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인요한 위원장의 막말 등으로 갈수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이 대표가 민생 예산을 확보해 성과를 낼 것이고, 공천 과정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가를 많이 영입해 이목을 끌 것이다.”

이 대표가 총선에서 고향인 경북 안동 등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당내 주장도 나온다.

“민심을 왜곡하는 적절치 않은 주장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쫓아내지 않는데 왜 다른 지역으로 가라고 하나. 그럼 험지라고 불리는 지역의 유권자들은 뭐가 되나. 당에서 갖다 꽂는다고, 당대표라고 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찍어주지 않는다. 험지 출마는 성공한 예가 없다. 이 대표에게 안동에 가라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 어긋날뿐더러 출마하지 말라는 소리나 똑같다. 안동 주민들은 안동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힘써줄, 자신들과 가까운 인물을 원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성호 의원이 11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비명계 목소리 '전체의 5%' 안되는데 과대 대표…탈당 가능성 낮다"

이 대표가 통합 메시지를 냈지만 비명계 의원들의 이탈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느낌이다.

“민주당 국회의원이 168명인데, 당 지도부를 비판하며 결이 다르게 움직이는 분들은 ‘상식과 원칙’을 출범시킨 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 의원과 이상민 의원 등 5명밖에 없다. 이들이 돌아가면서 매일 언론 인터뷰를 하니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고 있다. 실제로는 전체의 5%도 안 되는 목소리다. 이상민 의원은 원래 탈당 의사가 있었던 분이고, 김종민·조응천·이원욱 의원 등은 탈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의힘에 가서 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힘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겠나. 민주당이 민주적이어서 저런 비판도 가능한 것이다.”

비명계들은 공천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시스템 공천이다. 의정활동, 지역구 활동 등을 정량·정성 평가로 수치화한다. 하위 10% 이하 현역 의원의 경선 득표 감산 비율을 20%에서 30%로 늘렸다. 저는 오히려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경쟁자보다 30% 이상 앞서지 못한다면 의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구 권리당원 1000~2000명만 관리하면 경선에 문제 될 게 없다. 현역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데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다.”

친명계가 여전히 주요 자리를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은데.

“제가 이재명계 좌장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런 계파 모임도 해본 적이 없고, 이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과 밥 한 번 먹은 적이 없는 사람이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충실하고 의정활동에 충실해야지. 사당화 비판이 나오는데, 정책위의장인 이개호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이었고,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의 핵심 인사였다. 정태호 민주연구원장은 사실상 비명에 가까운 사람이다.”

이른바 ‘개딸’(강성 지지층)과 결별하라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강성 지지층의 핍박을 받은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저다. 초선 때부터 늘 비주류였고 다수파를 따라가본 적이 없다. 지금도 개딸들에게서 가끔 ‘친명 좌장인 줄 알았는데, 수박이구나’ ‘개혁적이지 않다’는 등 비난 문자를 받는다. 권리당원 중 개딸이 몇 프로나 되겠나. 몇천 명 수준이고, 지역구에서는 100명도 안 된다. 그런 목소리도 있구나 참고하면 되지, 좌지우지될 이유가 없다. 친문·친명 유튜버들이 떠들어서 그 목소리가 증폭된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강력한 목소리를 없애버리면 정당 유지가 어렵다. 적극적인 지지층은 항상 필요하다.”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이 60 대 1 이상에서 20 대 1 미만으로 조정됐는데, 개딸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안 하면 못 한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지도부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전당대회(2024년 8월) 두 달 전인 6월부터 시작인데, 그때 논의하게 되면 전당대회를 앞두고 바꾸려 한다고 더 시끄러워진다. 이해관계가 없는 지금이 적기다.”

선거제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모아졌나. 여러 선거제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보고서가 당내에 공유됐다는데.

“저는 보지 못했고,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양당 기득권 구조를 깨려고 선거제를 개혁했는데, 위성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명분이 없어졌다. 국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다당제가 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우리가 연동형으로 갔을 때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수는 없지 않나. 여당은 위성정당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 결국 다수당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 오지 않겠나. 이런 우려 때문에 당내에서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문제를 고민하는 분도 있고, 민주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명분을 지켜 연동형으로 가야 한다는 분도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날(11월28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 가능성을 언급하자, 당내 일각에서 반발이 이어졌다.

 

“이탄희의 ‘나만 옳다’는 태도엔 동의 못 해”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강력히 반대하는 이탄희 의원이 11월28일 자신이 먼저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의원의 정치 개혁에 대한 의지는 존중하지만 ‘나만 옳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선거법 관련해서는 반드시 여야가 협상을 하게 돼있다. 본인의 의견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무조건 관철해야 된다는 태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 당론으로 결정해야 된다는 얘기도 맞는데, 그럼 협상의 여지가 없어지고 또 강대강으로 가게 된다. 여야가 국민 입장에서 다시 한번 적극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이유는 뭘까.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고 있는데 반사이익도 누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지지율 35% 내외에서 여당과 엇비슷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굉장히 잘하고 있는 거다. 이 대표가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당의 중심을 잡았기 때문이다. 여당이 모든 권력을 총동원해 이 대표를 구속 기소하려고 하지 않았나. 사실상 수사 실패다. 여당의 수사가 과도하고 무리했다는 방증이다. 또 감사원과 검찰이 문재인 정부 전 분야를 뒤지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 지지율이 30% 중반대를 유지하는 것은 당을 잘 지켜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4월 총선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긴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상당 정도 싸워볼 만하다고 본다.”

정치권에 신당 창당 움직임이 많다. 만약 ‘조국 신당’이 나온다면 민주당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조국 전 장관이 처한 상황은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너무 가혹했고, 정말 억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억울한 점을 해소하려고 지금 정치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길인지, 내년 2월 항소심 선고도 남았으니 본인이 고민을 하지 않을까 한다. 저희가 논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추미애·송영길·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도 신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추 전 법무부 장관은 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본인이 완수하지 못한 검찰 개혁에 대한 회한이 많을 것이고, 송 전 대표도 ‘돈봉투 의혹’으로 귀국했는데,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검찰이 아직까지 소환조사도 안 하고 있어 억울한 측면이 클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신당 창당 관련 예측을 하기는 어렵다. 선거제가 확정돼야 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전 대표도 대선에 출마하려고 경선을 했던 분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 본인이 필요한 역할을 하지 않겠나.”

상대편 얘기지만, ‘이준석 신당’은 성공할까.

“과거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안 하겠다고 투정부렸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좀 더 큰 걸 얻으려 하지 않겠나. 플랫폼 정당 만들겠다고 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도와 달라고 하면서 편한 지역에 공천 주면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민주당에는 제일 나쁜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소통하지 않는 독선적 국정운영이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니 야당과도 소통하지 않는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여당을 통해 야당과도 협의하고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 언론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언론과도 대화가 없다.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장소에 가서 의견을 듣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거대 양당의 극한 대결 정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은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국민은 국회가 싸움만 한다고 생각한다.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여야 누구 잘못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책임은 여당이 갖고 있다. 다수당인 야당에 대화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제가 정치를 16년째 하고 있지만 김기현 대표처럼 야당 대표를 비판하는 여당 대표를 본 적이 없다. 파트너끼리는 욕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인데, 저렇게 비판만 하니 어떻게 신뢰가 생기겠나.”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데, 민주당도 영수회담만 고집할 게 아니라 여야 대표 회담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김 대표가 지금까지 이 대표 비판만 해왔는데 무슨 신뢰가 있겠나. 대표 회담을 하려면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 원내대표를 만나 김 대표에게 (이 대표와) 얘기하라는 등 대통령의 뜻을 전하는 방법으로라도 권한과 신뢰를 주면서 대화하도록 해야 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