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쌍욕이 팩트다”…갈수록 거침없어지는 한동훈 발언 수위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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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 이어 이번엔 송영길에 맹폭
與 “야당이 먼저 시비”…野 “정치 중립성 완전 상실”
30일 오후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 출마가 유력하게 제기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연일 야권 인사들과 설전을 벌이며 발언 수위와 빈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민주당을 향해 ‘멍청아’ 발언을 한 데 이어, 전날엔 이른바 ‘새천년 NHK 사건’과 관련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5‧18 전날 룸살롱에서 쌍욕한 게 팩트”라고 즉각 맞받아쳤다. 야당은 한 장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문제 삼는 반면, 여권에선 야당의 막말에 반격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가 “‘새천년 NHK’는 선배가 술 사준다고 해서 간 자리”라고 설명한 데 대해 “희귀한 의견을 내고 계신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5·18 민주항쟁 기념일 전날 밤 운동권 정치인들이 광주 NHK 룸살롱에서 여성 접객원들을 불러 술 먹고 참석한 여성 동료에게 쌍욕을 한 것, 그게 팩트고 나머지는 다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는 200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전날 ‘새천년 NHK’라는 업소에서 386 정치인들과 함께 여성 접대부가 동석한 가운데 술자리를 가졌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선배가 초선들에게 술 한번 사 준다고 불러서 갔던 자리이며 룸살롱이 아닌 단란주점이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 장관은 민주당을 향해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는 발언을 해 야권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 24일 ‘암컷’ 발언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이 ‘이런 표현을 허용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취지로 ‘It’s Democracy, stupid.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라는 눈 글을 올린 데 대한 반박이었다.

한 장관은 “그런 식의 용어를 공개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민주주의 공론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세계적인 룰”이라며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고 하는 게 국민들이 더 잘 이해하실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꾸준히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2일 한 장관은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 이 대표를 겨냥해 “어떤 공직자가 세금으로 공직생활 내내 샴푸 사고 가족에게 법인카드 줘서 소고기랑 초밥 먹으면 그게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이 저를 띄워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야당은 한 장관이 전국구 행보에 나서며 연일 민주당을 겨냥하는 데 대해 “사전 정치 활동이다” “국무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장관은 정치적 중립성을 완전히 상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이미 정치인 활동을 시작하셨으니 시간 끌지 말고 그냥 정치로 넘어오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한 장관의 이 같은 중립성 위반은 ‘탄핵 사유’라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여권에선 한 장관은 야당의 막말에 대응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꾸준히 한 장관의 ‘탄핵’을 언급하고 있는 데다, 송영길 전 대표의 ‘건방진 놈’과 같은 원색적 공격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당 논평보다 더 강한 메시지로 야당과 맞서고 있는 한 장관을 응원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도 한 장관이 야당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없진 않다. 국무위원으로서 최근 발언 수위가 다소 아슬아슬해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날 통화에서 “핵심 지지층에선 한 장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와 응원을 보내겠지만 중도층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장관이 총선에 이어 차기 대선까지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즉각적이고 날선 언행을 자제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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