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 대비 움직임도…예비군 복무기간 연장·병력 15% 확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한 징집된 병사 부인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국방부의 2일(현지 시각) 정보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수 주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일부 대도시에서 징집병 부인들이 남편의 귀환을 요구하는 거리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와 장병 배우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기간 러시아 당국은 시위를 자제하는 대가로 장병 가족에게 더 많은 현금 지급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당국은 대중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한 ‘당근’으로서 현금 지급 정책을 펼치고, 온라인상의 항의 여론을 없애기 위해 ‘채찍’도 사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병사 부인 및 가족들로 구성된 텔레그램 그룹 ‘집으로 가는 길’이 무기한 징집에 항의하는 온라인 성명을 발표했으나, 사흘 뒤 해당 그룹에는 ‘허위’라는 경고 라벨이 붙었다. 이 같은 조처는 친(親)크렘린 인사 또는 단체가 주동한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러시아에서는 전쟁에 동원된 남편과 아들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2년이 다 돼 가고 있고, 지난해 9월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으로 징집된 병사 30만 명도 1년 넘게 돌아올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병사들의 귀환을 요구하며 지난 9월 만들어진 ‘집으로 가는 길’의 회원은 불과 두 달여 만에 1만5000명에 육박한다. 일부 야당에서도 동원령 종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손실에 대비하며 오히려 예비군 복무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전날에는 푸틴 대통령이 전체 병력 규모를 115만 명에서 132만명으로 15%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러시아 정부는 군인 가족들의 시위가 반전 여론으로 확대될까 근심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체첸전쟁 당시 군인 어머니 시위가 반전 여론을 자극한 바 있다.
현재 시위 참가자 대부분이 병력 교대를 요구하는 정도지만 일부는 전쟁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9월 동원돼 벌써 1년 넘게 전선에 투입된 시민들과 관련된 모든 시위와 항의에 특히 민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