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했습니다”…고교 동창 가스라이팅해 ‘노예’처럼 부린 20대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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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함께 유학 중인 고교 동창 가스라이팅해
5년간 1억6000만원 갈취하거나 ‘체벌’ 명목 폭행
3월1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검찰 깃발 사진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검찰 깃발 사진 ⓒ연합뉴스

유학 생활을 함께한 고교 동창을 약 5년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해 억대 금품을 뜯어내고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 20대가 법정에 선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2부(강선주 부장검사)는 강요, 공갈, 중상해 혐의를 받는 A(24)씨를 최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2018년부터 함께 일본에서 유학한 고등학교 동창 B(24)씨를 심리적 지배하에 두고 1억6000만원을 빼앗거나 폭행으로 뇌출혈을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는 B씨가 외국에서의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악용해 자신 이외 모든 인간관계를 차단하고 사실상 ‘노예’처럼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B씨의 식사, 수면, 목욕 등 생활 전반에 규칙을 정해두고 “밥 먹었습니다”, “세수했습니다” 등의 표현으로 보고 받았다. B씨가 규칙을 위반할 때마다 벌금을 부과하거나 벌금 누적으로 인한 체벌 명목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A씨는 B씨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악용, 가상의 게임 회사에 취업했다고 믿게 한 뒤 B씨가 회사에 입힌 손해금을 메워야 한다는 명목으로 생활비 약 80%를 갈취한 혐의도 받는다. B씨는 부족한 금액을 채우고자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A씨에게 총 1억6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씨에게 “돈을 갚지 않으면 부모나 여동생이 대신 갚아야 한다”면서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시킨 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행 은폐 과정 또한 치밀했다. 그는 본인의 폭행으로 출동한 일본 구급대원에게 ‘B씨가 혼자 넘어져 다쳤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B씨 가족에겐 그의 부상 소식을 숨기며 B씨 명의의 SNS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범행을 은폐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A씨가 B씨를 심리적으로 조종 및 지배한 과정을 규명했다. 피해자 B씨는 검찰 측에 “그간 빼앗긴 일상을 되찾고 싶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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