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출산, 흑사병 창궐한 유럽의 인구 감소 능가”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04 17: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 합계출산율 0.7명’ 통계 소개하며 암울한 미래 전망
입시경쟁·남녀갈등 주요 원인으로 분석…“미국서도 일어날 수 있어”
로스 다우서트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2일(현지 시각)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꼽은 한국 저출산 원인으로는 입시경쟁·남녀갈등 등이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로스 다우서트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2일(현지 시각)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꼽은 한국 저출산 원인으로는 입시경쟁·남녀갈등 등이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놓고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언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로스 다우서트는 NYT 칼럼니스트는 지난 2일(현지 시각)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우서트는 2009년부터 NYT에 정치, 사회, 국제정세,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한 고정 칼럼을 써왔다.

다우서트는 우선 한국의 올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어든 통계를 소개했다. 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면서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구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이 적지 않았다고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우서트는 이어 “추가로 한 세대가 더 교체되는 실험을 수행하면 원래 200명이었던 인구는 25명 밑으로 떨어지고, 한 세대가 더 교체되면 스티븐 킹 소설 《스탠드》에서 나오는 가상의 슈퍼독감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 붕괴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금 같은 한국의 출산율 수준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2067년 한국 인구가 3500만명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통계청 인구추계(저위 추계 시나리오 기준)를 인용하며, 이러한 전망만으로도 충분히 한국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우서트는 “불가피한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의 저출산 원인으로 다우서트는 학생들을 학원으로 몰아넣는 잔인한 입시경쟁 문화가 자주 거론된다고 소개했다. 또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과 이에 반발해 나타난 남성들의 반(反)페미니즘이 남녀 간 극심한 대립을 남겼고, 인터넷 게임 문화 등이 한국 젊은 남성을 이성보다 가상의 존재에 빠져들게 한 게 혼인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다우서트는 “이런 현상은 미국 문화와 대비된다기보다는 미국 역시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 과장되게 나타난 것으로 읽힌다”며 “현재 한국의 상황은 단순히 암울하고 놀라운 현상이라기보다는 미국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