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IRA 불똥’…한·중 배터리 합작 비용 부담 눈덩이?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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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 “중국과 합작 비율 25% 넘으면 보조금 없다”
핵심 소재 확보 차원 中과 합작 프로젝트 20개 넘어
지분율 확대 위해 수조원 이상 추가 출자해야 할 수도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리스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우려기업(FEOC) 관련 세부 규정안을 발표하면서다. 이에 중국 기업과 합작 회사 설립을 통해 배터리 부품, 소재 등을 공급받으려고 했던 우리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중국 기업 지분율을 25% 이하로 낮추려면 지분 투자 비용이 훨씬 더 들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한 시민이 차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에서 한 시민이 차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中 지분 25% 넘으면 보조금 못 받는다

IRA 외국우려기업(FEOC) 추가 해석지침이 발표됐다. 지난 1일 미국 에너지부와 재무부는 IRA 전기차 세액공제상 ‘외국우려기업’의 해석 및 이행에 대한 지침 초안을 각각 발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앞서 미국 정부는 IRA에 의거해 외국우려기업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사용을 각각 2024년, 2025년부터 금지하기로 한 바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미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외국우려기업에 대한 기준과 세부 내용이 정해지지 않아 업계에선 긴장을 놓지 않았다.

공개된 외국우려기업에 속한 국가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이다. 해당 국가에 소재하거나 법인 등록한 기업으로부터 배터리나 광물을 조달 받을 경우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 업계의 관심은 외국우려기업과의 합작 지분 비율이었다. 다수의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중국과 합작사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외국우려기업 자본의 지분율이 25%가 넘을 경우 해당 합작사를 외국우려기업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미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이는 당초 외국우려기업 자본의 참여 비중을 50% 미만으로 제한할 것이란 업계·시장의 전망보다 훨씬 강화된 요건이다.

문제는 LG화학·SK온·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다수의 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과의 합작 비율을 ‘51 대 49’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1조2000억원을 투자해 화유코발트와 전북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합작 공장을 짓기로 했고 경북 구미에는 50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도 지난 6월 중국 CNGR과 니켈·전구체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하고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CNGR의 니켈 정제 법인의 지분율은 40%, 전구체 생산 법인 지분율은 80%에 이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구체·양극재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만들기 위해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공동투자한 프로젝트가 2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중국의 화유그룹과 손잡고 양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이 중국의 화유그룹과 손잡고 양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LG화학 제공

“중국 업체들, 지분 쉽게 내놓을지 확인해야”

결국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추가 출자를 통한 지분율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한·중 합작법인의 경우 중국기업들이 절반에 가까운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로 최소 25% 지분 이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도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하기도 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컨퍼런스콜에서 “만약 중국회사 지분이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내용으로 외국우려기업이 규정된다면 필요시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추가 비용이다. 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만들기 위해 출자할 금액은 최소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에 달한다. 여기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복수의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터라 이에 필요한 비용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 지출이 필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예기치 못할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중국 측이 한국 기업의 지분율 확대에 난색을 표할 수도 있어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싶지 않을 중국 업체들이 지분을 쉽게 내놓을지에 대한 부분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IRA 잠재 리스크를 상당 부분 떨쳐냈다는 분석도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2일 열린 ‘IRA FEOC 관련 민관합동 대응회의’에서 “궁극적으로 FEOC 규정은 우리 공급망을 자립화해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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