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14번’…분노한 김동연, 尹·檢 향해 “국민 무서운 줄 알라”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4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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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 기자회견서 “정치수사·과잉수사에 강력 유감과 경고”
“1400만 도민 왜 이런 대접 받아야하나”…‘무법천지·살권수’ 표현 쓰며 격앙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월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월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에게, 그리고 검찰에 묻는다. 이게 과연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법치인가. 지금 검찰은, 대통령은 공정한가. 국민들이 두 눈 뜨고 보고 있다.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도 넘은 압수수색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경기도와 도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김 지사는 4일 오후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의 과잉수사, 괴롭히기 수사, 정치수사에 강력한 유감과 경고를 표명한다"며 "경기도정에 대한 도 넘는 업무방해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취임 이후 1년 넘는 기간 동안 검찰과 경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 취임 이래 (검·경의) 도청 압수수색이 집행 기준 14번째고, 총 54일간 7만 건의 자료를 압수해간 바 있다"며 "법인카드와 관련해서도 작년 10월 포함 총 3차례(경찰 2차례·검찰 1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7월에 취임한 저와 제 보좌진이 전임 지사 부인의 법인카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이번 압수수색은 철 지난 재탕, 삼탕 압수수색"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지난 2월에는 자신이 취임한 후 새로 구입한 집무실 PC까지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며 "이렇게 무도해도 되나. 이 나라가 무법천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월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월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의 반복된 압수수색이 도청 직원들과 도정 전체, 결과적으로 도민 삶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는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해왔는데도 이렇듯 실무자들(23명)을 무차별적으로 광범위하게 장기간에 걸쳐 조사한다는 것은 공직생활을 오래한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 컴퓨터가 압수수색 당할 때 모멸감과 참담함, 그 분노를 밖에서 보고 받고 느꼈는데, 현장에서 당하는 직원들 심정이 어떻겠나"라며 "성실하게, 묵묵하게 일하는 공무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경기도청이 받는 이 업무 방해는 누가 책임을 져야 되는가"라며 "1400만 도민들은 도대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먼지털이식' '저인망 수사'를 더 이상은 감내하기 힘들다면서 이 같은 검찰 움직임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검찰은 선택적 수사를 해도 되나"라고 반문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야당 대표뿐 아니라 유력한 야당 정치인, 가장 큰 야당의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 또는 흠집 내기 목적이 있구나라고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분명히 경고한다"며 검찰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23일 오전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기 수원지검으로 출석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씨가 10월23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기 수원지검으로 출석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는 이날 경기도청 총무과와 비서실 등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대표가 업무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 경기도청 직원 조명현씨는 자신이 비서실에 근무할 당시 법인카드로 조식용 샌드위치와 과일 등 각종 사적 물품을 구매했고, 이를 이 대표와 김혜경 여사 측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이 대표가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범위를 몰랐을 리 없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했고, 검찰은 해당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한동안 주춤했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강제수사에 재시동을 건 검찰은 조만간 김혜경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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