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왜 있나”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확산에 ‘대란’ 경고한 의료계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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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병원協, 긴급 성명내고 정부 질타하며 대책 마련 촉구
“현장 매일 살얼음판…정부는 유행 아니라며 손 놓고 있어”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소아과에서 독감 접종 및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30일 서울의 한 소아과에서 독감 접종 및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국내 확산세가 심상찮다. 의료계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소아진료 대란'이 우려된다며 긴급 성명을 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중국에서 확산하며 인도, 대만 등 인접 국가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는 마이코플라스마 감염병에 대해 보건 당국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소아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부실하면 유행이 한순간에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 현장에서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질병청은 국내 의료 수준이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개인 방역수준을 높이는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라며 정부의 부실 대응으로 사태가 더 악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도, 대만 등에서는 중국 여행 자제라든지 자국 유입을 예방하기 위해 경계령까지 취하고 있지만 정부는 유행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며 "도대체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료계는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 등 집단생활을 하는 유·아동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감염될 경우 확산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협회는 "소아청소년 진료 현장에서는 필수 인력 부족과 독감 환자 급증을 비롯한 각종 바이러스 감염 환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만약 마이코플라스마가 유행하면 '오픈런'과 같은 혼란 이상의 소아진료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5년 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환자 발생 추이 ⓒ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 캡처
최근 5년 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환자 발생 추이 ⓒ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 캡처

한달 새 2배 이상↑…당국은 '관리가능' 판단

4급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국내에서는 3∼4년 주기로 유행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최근 중국 전역을 휩쓸면서 한국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보건 당국은 여전히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를 중심으로 감염세가 확산하는 중국은 주요 도시 소아과 병원이 포화상태에 달했다. 일부 도시에서는 입원 병상이 부족해 타 도시로 전원을 가거나 입원을 포기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현황에 따르면, 국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 환자는 최근 한달 간 2배 이상 늘었다. 지난 10월 중순 102명이던 입원환자는 11월 말 기준 270명으로 증가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의 80% 가량은 12세 이하 아동으로 파악됐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지난 2019년 국내에서 유행했을 당시 1만3479명이 입원한 바 있다. 2019년 같은 시기 입원환자 554명과 비교하면 현재 환자는 절반 수준이지만 의료계에선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본다. 

질병청이 실시하는 표본 조사가 전국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한정돼 있어 아동병원에서 나오는 환자 수가 누락되는 등 '과소 표집'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감염되면 열과 두통, 콧물, 인후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며 일반 항생제와 해열제가 잘 듣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어 3주가량 증상이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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