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이수정이 국회로? 역대 인기스타 ‘총선 마케팅’ 효과는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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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경·문대성 등 ‘스타 의원’ 다수…인지도가 ‘필승 공식’은 아냐
“인재영입 할 때냐” “정부 여당의 변화가 먼저”…당내서도 지적

국민의힘이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사들을 내세워 총선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인물난에 허덕이는 정계인 만큼, 자기관리로 한 분야의 정상에 선 인기스타들은 매력적 카드다. 다만 일각에선 정당에 대한 이해와 정치적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여권 내부에선 당장의 인재 영입 대신 ‘정부 여당의 기조변화’가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총선 인재로 영입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왼쪽)와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는 장미란 문체부 2차관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총선 인재로 영입한 이수정 경기대 교수(왼쪽)와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는 장미란 문체부 2차관 ⓒ시사저널 임준선·연합뉴스

장미란, 차관 취임 5개월 만에 차출설…이수정은 수원行

최근 국민의힘은 총선을 앞두고 ‘1호 인재’로 이수정 교수를 영입했다. 이 교수는 보수 험지로 꼽히는 경기 수원정 지역에 출마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은 이 교수가 근무하는 경기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떤 정치권이든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며 “학자로서 연구실에 쳐박혀 있는 것이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될지, 적극적 노력을 하는 것이 맞을지 한 달 정도 고민했다. 그리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여권에선 ‘스포츠 스타’ 출신 장미란 2차관의 총선 차출설도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차관으로 취임한 지 불과 5개월 만이다. 장 2차관은 경기 오산으로 출마해 더불어민주당의 5선 중진 안민석 의원과 맞붙거나, 본인의 고향인 강원 원주 출마설이 점쳐진다. 또 여권 내부에선 장 2차관이 ‘역도 영웅’으로 전국민적 호감도가 큰 만큼, 비례대표 출마시킨 후 중앙 유세에 참여시킬 가능성도 나온다.

이 같은 인기스타들의 ‘총선 마케팅’은 역대 총선에서도 성공 사례가 많다. 이번 21대 국회에선 아테네 올림픽 핸드볼 스타인 임오경 민주당 의원(경기 광명갑)이 성공적 영입 사례로 꼽힌다. 당초 그는 정치 신인 시절 ‘운동만 했던 선수 출신인 만큼 지역현안이나 정치를 잘 알겠냐’는 지역민들의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이후 2020년 총선에서 47.6%의 득표율로 경쟁당 후보를 누르고 국회에 입성했다.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전 새누리당 의원(부산 사하갑)도 19대 총선의 승리 주역 중 하나다.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탁구 스타 이에리사 전 새누리당 의원(비례)도 스타 영입 성공작으로 꼽힌다. 또 민주당 4선 중진인 김영주 의원도 농구 선수 출신이다. 여기에 연예인 출신들도 정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배우 이순재·최불암·강부자·신성일·최종원, 코미디언 이주일 등도 과거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다만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인사들이 총선에서 필승한 것은 아니다. 씨름세계를 제패했던 이만기 인제대 스포츠헬스케어학과 교수는 정치 4수(총선 3번·지선 1번)에도 당선이 전무했다. 또 선거 승리 후에도 각종 논란으로 오히려 이미지를 잃은 인사들도 여럿 있다. 문 전 의원은 박사 학위 논문 표절의혹으로 새누리당에서 쫓겨나듯 탈당했다. 이후 그는 가까스로 복당 후 20대 총선에 인천 남동갑 지역구로 참전했지만 17%포인트 차로 참패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지도가 전부? 정치 전문성과 비전부터 갖춰야”

정치권에선 총선 등판이 예정된 정치 비전문가들의 경우 자신의 능력치를 직접 증명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여당 공직관에 왜곡이 있는 것 같다”며 “단순 ‘인지도가 있고 공무원도 거쳤으니까 출마하면 된다’는 식은 순진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한 야권 관계자도 “대중 인지도와 포퓰리즘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본인만의 정책 비전과 방향성이 확고해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여권 내부에선 당장의 인재 영입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 여당의 기조변화’가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총선 후보로 모시고 와도, 경기 남부 등 험지에서 후보가 개인기로 가지고 갈 수 있는 표심은 5%밖에 안 된다.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대통령 국정기조와 당 지도부의 변화가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인재영입을 추진 중인 당 지도부를 향해서도 “지금이 인재영입을 할 때냐”며 “이분들을 모시고 와서 쓴 소리를 해도 ‘당 분란을 일으킨다’, ‘윤석열 정권을 해한다’며 찍어누를 것이 뻔하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의 초선들도 새인물로서 국민 기대를 받으신 분들인데 지금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공천 때문에 입닫고 있다”며 “결국 새로운 인재들도 말도 안되는 권력에 줄서면 결국 지금 초선들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방송에서 “왜 이런 시기에 이런 (스타 인재 영입) 카드를 들고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의힘 내에서 체계 정돈이 안 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선한 인사도 정치혐오에 기대서 들어오면 결국 4년 뒤에 썩어서 나간다”며 “국민들도 10명 중 9명은 누구를 인재로 영입하든 관심 없다고 할 것이다. 정당은 문제가 되는 사람을 컷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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