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지하터널 파괴 위해 ‘바닷물 침수‘ 작전 준비”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05 17: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SJ “대형 펌프 5대 설치하고 美 당국과 논의”
실행시 식수·토양 오염 가능성…인도주의 참사 우려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가자지구에 있는 이스라엘군 진지를 방문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발견한 하마스의 지하터널 한 곳을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가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가자지구에 있는 이스라엘군 진지를 방문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발견한 하마스의 지하터널 한 곳을 방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설치한 지하터널을 바닷물로 침수시켜 파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4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은 지하터널 침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달 중순 가자지구 알샤티 난민캠프 북쪽으로 4km(1마일) 가량 떨어진 지점에 바닷물을 끌어오기 위한 대형 펌프 최소 5대를 설치했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각 펌프는 지중해에서 막대한 양의 해수를 끌어와 몇 주 안에 하마스 지하 터널을 물에 잠기게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달 초 미국에 이러한 계획을 전했으며, 이에 미 당국자들 사이에서 이 계획의 군사적 가치와 실현 가능성, 환경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논란이 오가고 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미 당국자들은 WSJ에 자신들도 이스라엘 정부가 이 계획의 실현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파악하지 못한다며, 이스라엘이 계획을 실행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계획을 폐기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당국자는 침수 계획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테러 능력을 해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작전을 수행 중이며 여러 군사적, 기술적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라고만 말했다.

WSJ은 이 계획에 대해 미 정부 당국자들도 의견이 찬반양론으로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찬성론자들은 지하 터널이 침수되면 하마스 대원과 인질들이 지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으며, 하마스의 주요 군사 수단인 지하 터널도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가자지구에 잡혀간 인질이 모두 돌아오기 전에 이스라엘이 이런 침수 작전을 실행 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WSJ은 관망했다.

반대하는 입장은 이러한 작전의 성공 여부도 불확실할 뿐더러 이미 식수 부족에 고통 받는 가자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인도주의적 참사를 안길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WSJ에 “아무도 하마스 지하 터널과 그 주변 토양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물을 끌어오는 것이 얼마나 성공적일지 확신할 수 없다”며 “아무도 본 적이 없는 터널에 어떻게 해수가 흘러갈지도 모르는 까닭에 이 작전의 효과를 가늠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토양과 수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침수 작전은 이스라엘과 미 정부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달 8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촌 주민들이 용기에 식수를 채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8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 난민촌 주민들이 용기에 식수를 채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전쟁 이후 가자의 물 부족 문제는 인도주의적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가자 주민들의 식수원인 정수 시설들은 최근 작동을 멈췄으며, 이스라엘에서 가자로 이어지는 수도관 3개 중 하나는 전쟁 이후 완전히 끊겼다. 유엔에 따르면, 나머지 두 수도관으로 유입되는 물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전쟁 전 하루 최대 83L가량 들어오던 물의 양은 전쟁 후 3L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과 아울러 하마스의 지하 터널에 물이 얼마나 침투할 수 있는지 명확히 모르는 채로 바닷물을 지하에 흘려보내는 것은 가자의 하수·정수 시설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만은 WSJ에 “해수를 끌어오는 것이 기존의 수도와 하수 시설, 지하수 저장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어렵다”며 “또 해수가 근처 건물의 안정성에 미칠 영향도 미지수”라고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믹 멀로이는 “장시간에 걸쳐 물을 사용하는 것은 하마스 대원들을 지하 터널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작전으로 주변의 물에 염분이 침투한다면 인도주의적 위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